심수빈은 드디어 유재민과 결혼식을 올리게 되었다.
성스러운 결혼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예식장에서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심수빈이 레드 카펫을 밟고 유재민이 서 있는 단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하얀색 정장을 입은 유재민의 몸에 금빛 조명이 쏟아져 내리며 부드러운 빛으로 감싸는 듯했다. 그 빛 아래 그의 온화하고 우아한 기질이 드러나, 마치 어린 시절에 보았던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두 사람이 만난 지 3년,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드디어 그녀의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그녀의 결혼을 가족들이 반대하고 축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재민이 그녀에게 다가와 부케를 건네는 순간, 심수빈의 눈가에 기쁨의 눈물이 맺혔다.
"신랑 유재민은 신부 심수빈을 아내로 맞이하여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부유할 때나 가난할 때나,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서로를 사랑하고, 돌보고, 존중하며, 영원히 충실하고 생명이 다할 때까지 함께하겠습니까?" 단상에 선 주례가 자애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심수빈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솟아나는 설렘을 억누르고 유재민의 입에서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기를 기대하며 그를 바라봤다.
유재민은 설렘이 가득한 심수빈의 눈빛을 피하며 한참을 망설이더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
"오빠, 큰일 났어!" 유재민이 대답하려는 순간, 눈물범벅이 된 유세연이 밖에서 뛰어 들어오며 그 정적을 깼다. 그녀는 마치 어쩔 줄 모르는 아이처럼 흐느끼며 말했다. "다솜 언니가, 다솜 언니가…"
불안한 예감이 든 심수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유재민을 바라보았다. 유재민의 손을 잡은 그녀의 손에 무의식적으로 힘이 들어갔다.
손다솜이라는 이름이 유재민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심수빈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손다솜은 유재민의 첫사랑이자, 평생을 사랑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사람이었다.
유씨 가문이 몰락했을 때, 손다솜은 유재민을 버리고 유학을 떠났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유재민은 손다솜과의 모든 연락을 끊고 심수빈을 선택했다.
한 달 전, 손다솜이 갑자기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유재민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솜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야?"
"다솜 언니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지혈이 안 된대. 의사 선생님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어." 유세연이 울먹이며 말했다.
유재민은 심수빈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가지 마!" 심수빈은 한 발짝 앞으로 다가가 유재민의 손을 꼭 잡았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그녀가 유재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유재민, 오늘 우리 결혼식이야. 정말 이대로 떠날 거야?"
단상 아래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와 그녀에게 쏟아지는 비아냥거리는 시선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꿰뚫는 것 같았다.
심수빈은 빨개진 눈시울로 유재민을 바라보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재민아, 제발… 결혼식만이라도 끝내고 가면 안 될까?"
"다솜이는 날 구하려다 차에 치여 다친 거야. 그런 다솜이를 두고 갈 수 없어."
유재민은 심수빈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그녀가 놓아주지 않자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쏘아붙였다. "심수빈, 너도 잘 알잖아. 우리 결혼은 애초에 거래였어. 넌 그냥 유 사모님 노릇이나 제대로 해.내 일에 참견하지 말고."
거래…
심수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유재민의 차갑게 굳은 얼굴을 쳐다봤다. 그녀의 눈에 어렸던 충격은 이내 싸늘한 조소로 바뀌었다.
그녀의 입가에 조소가 번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목소리는 나지막이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거래라고…? 당신 눈엔 우리 사이가 고작 그거였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