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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혼 할 수 없는 이유

우리 이혼 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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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3년 전, 김현빈은 한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사랑한다며 결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 집안은 이미 박지효를 며느리로 인정했고 빠른 시간 내에 결혼을 하도록 요구했다. 집안의 강력한 요구하에 김현빈은 동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효는 꿈에서 그리던 대학의 통지서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생활에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났다. 3년 후, 김현빈이 사랑하는 여자가 심하게 아프게 되었고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그는 박지효에게 이혼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지효의 모습을 보고 현빈의 마음은 통제할 수 없이 그녀에게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제1화 이혼

박지효의 시점:

나는 등이 깊이 파인 얇은 레이스 잠옷을 입은 채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피부는 훤히 드러나 있었고, 잠옷은 엉덩이 일부만 가릴 정도로 짧았다.

프랑스식 창문 앞에 서 있던 김현빈이 돌아섰다. 그는 검은색 줄무늬 욕실 가운을 입고 있었다. 허리띠는 느슨하게 묶여 있었고 가운의 윗부분이 약간 열려 있어 단련된 그의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시선이 나에게로 닿은 순간, 그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그의 관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현빈과 결혼한 지는 3년이나 됐지만, 우리는 아직 관계를 맺은 적이 없었다.

나는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결혼식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프랑스로 갔다.

며칠 전 할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김 씨 가문에 새 가족을 맞이할 때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바로 이해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김현빈과 아이를 가지는 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그 말이 반갑게 느껴졌다.

마침내 김현빈 옆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유였기 때문이다.

지난 3년 동안 그를 그리워해왔다.

나는 손을 등 뒤로 숨기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부터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도록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의 눈에는 틀림 없는 놀라움이 서려 있었다.

"이리 와." 김현빈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그에게 다가가,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그는 내 허리에 팔을 감고 귀에 속삭였다. "나를 유혹하는 건가?"

내 귓속에 남은 그의 숨결은 털을 곤두세우고 소름을 끼치게 했으며, 두피까지 찌르르 울리게 만들었다.

"유혹 당하고 있어?"

김현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보더니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프랑스에서 배운 게 이건가?"

"마음에 들어?" 나는 기대감에 차 그를 바라봤고, 내 심장은 뛰기 시작했다.

"아름다워, 박지효." 그는 매우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그의 칭찬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없는 동안 그도 내 생각을 했다는 것일까?

"현빈아, 우리..."

"우리 이혼하자."

동시에 한 말이다.

나는 머리속이 새하얘졌고, 순식간에 말을 삼켰다.

바로 아이를 가지자고 말하려던 참이었는데.

김현빈이 이혼을 원한다는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는 나를 놓고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일부러 거리를 유지했다. "은혜 건강이 예전보다 나빠졌어.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은혜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어."

그러니까, 그와 이은혜가 약혼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언론이 이야기를 꾸며냈다는 것은 내 착각에 지나지 않았구나.

"이혼이 마무리 되면, 우리 계약에 따른 보상금에 200억을 더 줄게." 그의 억양은 가벼우면서도 확고했다. 그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그 어떤 여지도 주지 않았다.

뜨겁고 씁쓸한 눈물이 흘러 내렸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김현빈에게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왜 그러지?"

나는 서둘러 얼굴을 닦고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냐. 그냥 너무 행복해서."

김현빈은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무슨 뜻이지?"

"드디어 당신을 떠날 수 있는 적절한 이유가 생겨서.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어?" 나는 농담조로 말했다. 그가 내 말을 믿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 젖은 얼굴에 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김현빈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네가 이렇게 간단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걸."

나는 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해."

창문을 통해 찬 바람이 불어 들어왔고, 내 잠옷 밑단이 살짝 올라갔다.

그제야 나는 아직도 몸을 훤히 드러내는 잠옷을 입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에 없는 말은 나에게 무한히 커지는 쓴 맛을 남겼다.

나는 가운을 입고 허리끈을 꽉 맸다. 그리고는 김현빈의 얼음 같이 냉담한 말로부터 내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바라며 가슴 부분을 여미고 팔짱을 꼈다.

"우리가 이혼하면 당신은 은혜 씨와 결혼할 수 있게 될 거고,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 있겠어. 일석이조인 셈이네."

김현빈은 인상을 찌푸리고 물었다. "언제부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 거지?"

나는 아픔을 억누른 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려고 애썼다. "몇 년 됐어."

하지만 속으로는 그의 이름을 소리치게 불렀다.

"이름은?"

내게 이혼 의사를 밝힌 후, 나의 그 존재하지도 않는 연인을 궁금해하다니, 이상하게 느껴졌다. 갑자기 이름을 지어낼 수도 없고, 그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던 나는 잠깐 당혹감에 휩싸였다.

그런데 그의 전화벨이 울리며 나의 대한 심문을 중단했다.

"은혜야, 무슨 일이야?" 김현빈이 전화를 받더니 드레스 룸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 그는 바지와 셔츠로 바꿔 입었고 재킷을 집어 들어 걸치면서 말했다.

"가봐야 해. 은혜한테는 내가 필요해. 다녀와서 얘기하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이은혜에 관해서는 낮밤 가리지 않고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내 핸드폰이 울렸다.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혹시 지금 현빈 씨랑 같이 있어요?" 전화 반대편에서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발신자의 자만하는 미소까지 눈에 아른거렸다.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것이 이은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입술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빈 씨는 어디 있어요? 오늘 밤에 나와 함께 있어 주겠다고 했는데." 이은혜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끈질기게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내 귀에는 거슬렸다. 마치 수십 개의 바늘이 가슴을 찌르는 것 같았다.

"좀 전에 그 사람한테 전화하셨잖아요?" 나는 짜증 어린 목소리로 매섭게 말했다.

"이런, 잊어버렸네요."

이은혜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것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야밤에 당신의 남편을 불러내서 미안해요."

"다른 용건 더 있습니까?"

"그냥 수다나 떨고 싶었어요. 그리고 현빈 씨가 이혼 얘기를 꺼냈나 해서요."

갑자기 핸드폰 너머로 김현빈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혜야, 나 왔어. 괜찮아?"

김현빈은 나한테 이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 적이 없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은혜는 다른 말 없이 전화를 끊었다.

나는 밤새 침대에서 뒤척일 뿐이었다.

이은혜는 나를 자극하기 위해 전화를 한 것이 분명했지만, 그녀의 우쭐대는 불쾌한 태도보다 나를 향한 김현빈의 무심함이 더 아프게 했다.

그는 밤새도록 전화 한 통 없었다.

하지만 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두 사람이야말로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이인데 난 무슨 자격이 있을까?

나는 쓰라린 가슴으로 밤을 지새웠다. 곧 해가 떴고, 어둠은 물러갔다.

누군가가 내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자 김현빈이 문 밖에 서 있었다. 지난 밤, 그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늘 은혜를 만나러 가지."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의 소중한 이은혜와 밤새 사랑을 나눈 것일까?

"나보고 가서 뭘 어쩌라는 거야?" 나는 텅 빈 표정으로 물었다.

"은혜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해줘. 안심할 수 있도록 너한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고." 그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며 주의 깊게 나를 살펴보고 대답했다.

"알았어."

김현빈은 놀란 듯 보였다. 내가 이렇게 쉽게 동의할 줄 몰랐던 것 같았다.

"갈아입어. 아래층에서 기다릴게." 그런 다음, 김현빈은 방을 나갔다.

잠시 후, 핸드폰이 울렸다. 나라가 걸어온 전화였다.

"오랜만이야, 나라야."

"돌아온 걸 환영해!"

"환영해줘서 고마워."

"그래서, 이제 계속 있는 거야, 아니면 기회가 생기면 다시 떠나는 거야?"

"당분간은 여기 있으려고."

"잘 생각했어. 너 우리 방송국에서 일해라. 너는 미디어 전공 출신이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얼굴도 예쁘잖아. 너한테 꼭 맞는 일이야."

"그래, 생각해 볼게."

"김현빈이랑은 얘기해봤니?" 나라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응, 얘기했지."

"네 자리를 대신한 바보 같은 여자 얘기도 하디?"

"응, 하더라."

"으으! 정말 뻔뻔한 놈이네! 그냥 그렇게 말했어? 별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응. 오늘 그 여자를 만나러 가자고 했어."

"뭐? 남편 뺏은 나쁜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분명히 그 여자가 너랑 이혼하고 자기랑 결혼하자고 김현빈을 꼬드긴 거야. 정말, 왜 아직도 그렇게까지 노력하는지 이해가 안 가네. 김 씨 가문은 김현빈 상대로 그 여자를 거부한 지 오래인데, 왜 이제 와서 마음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는지..." 나라가 전화 반대편에서 고함을 쳤다.

"이미 다 끝난 일이야, 나라야." 나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너 아직도 김현빈 사랑하잖아, 아니야?"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난 아직도 김현빈을 사랑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그래왔다.

"지효야?" 나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이만 끊어야겠다. 나중에 연락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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