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빈은 사랑이 한도혁의 마음을 녹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마음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모질게 헤어졌지만, 뜻밖에 임신을 하게 되었다. 부서진 마음을 이끌고 그녀는 소리 없이 그의 세계를 떠났는데 그는 온 도시의 세력을 동원하여 그녀를 찾았다! 그는 기업을 전세계로 뻗었지만 여전히 그녀의 소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점점 광기에 빠져들어 경성 전체를 피바람이 부는 곳으로 만들어 버렸다. 몇 년 후, 그녀는 화려하게 돌아왔는데 그는 그녀를 꼼짝달싹 못하게 곁에 갇아두었다.
간만에 만난 둘은 충동적인 욕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남자의 품에서 절정에 이르며 정신을 잃고 되찾기를 여러 번, 마침내 욕실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뜨거운 방안을 가득 메웠다.
진이 다 빠진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있던 그녀는 남자가 욕실 밖으로 나온 순간,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벌거벗은 몸으로 욕실을 나선 한도혁의 머리 위로 투명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희미한 조명에도 굴곡이 그대로 보이는 복근과 만지면 튕겨 나올 것같이 탄력 있는 근육이 온몸을 뒤덮었다.
침대 옆에 놓인 탁자에서 서류를 손에 쥔 그가 임세빈을 향해 내밀었다.
"계약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
삭막하고 냉랭한 목소리에 그녀는 찬물을 뒤집어쓴 듯했다.
임세빈은 서류 상단에 <스폰 계약>이라고 적힌 글씨를 넋 놓고 응시했다. 떨리는 몸을 애써 이불로 감춘 그녀가 최대한 태연한 목소리로 말하려고 노력했다.
"아직 3개월이나 남았는데, 조금 더 기다려줄 순 없을까요?"
그와 함께 몇 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그와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심에, 시간이 더디게 흐르길 바랄 뿐이었다.
적어도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금은 더욱 그랬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이 암묵적인 대답을 대신했다.
"농담이었어요." 어깨를 으쓱해 보인 임세빈은 짐짓 태연한 척 연기했다. "사실 저도 일찍 이 관계를 끝내고 싶었어요. 부모님도 제가 하루빨리 결혼하길 바라고 있고, 마침 다음 주에 맞선을 보기로 했어요. 당신한테 이 사실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네요."
그녀는 마치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억지로 소리까지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거울 앞에서 드라이기로 머리카락을 말리고 있던 한도혁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맞선을 보기로 했다고?"
임세빈은 당연하다는 듯이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으니 저한테 어울리는 상대를 만나야죠."
시한부 선고까지 받은 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아름다운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다만 너무 초라한 뒷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을 뿐이다.
주름진 미간에 신경질적으로 수건을 옆으로 던진 그가 머리카락도 끝까지 말리지 않고 옷을 입었다.
"강 비서가 연락할 거야."
감정 없이 싸늘하게 식은 목소리는 애인이 아니라 질린 장난감을 가차 없이 버리는 듯했다.
가슴이 묵직하게 아려오는 것을 느낀 그녀는 마음속에 남아있는 실낱 같은 희망을 완전히 접었다. 더 이상 그에게 기대와 환상을 바라는 건 사치다.
처참하게 찢어진 블라우스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것을 흘깃 쳐다본 한도혁이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 "오늘은 호텔에서 지내. 내일 강 비서가 옷을 갖고 올 거야."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 올린 임세빈이 담담하게 말했다. "피임약도 잊지 말고 부탁할게요."
셔츠 단추를 잠그던 그의 손이 허공에 멈칫하더니 매몰차게 돌아섰다. "그런 것쯤은 네가 직접 말할 수 있잖아?"
임세빈의 얼굴 가득 번진 억지 미소가 천천히 옅어지더니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정확히 10시에 한도혁의 개인 비서인 강준형이 호텔에 나타났다.
뜨거운 물 한 잔과 익숙한 모양의 약을 그녀에게 건넨 강준형이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임세빈 씨,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도혁과 함께 한 3년 동안, 그녀는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약을 먹어야만 했다. 그럴 때마다 강준형이 직접 물과 약을 갖고 나타나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약을 삼키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익숙한 모양의 알약을 가만히 내려다본 그녀는 발 밑에서부터 불안감과 오한이 온몸을 집어삼킬 듯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임세빈 씨를 위해 일부러 따뜻한 물로 준비했어요. 식기 전에 얼른 마셔요." 그녀를 위해주는 듯한 말이었지만, 임세빈은 그의 말 속에 숨은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혹시라도 그녀가 한도혁의 아기를 임신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희미하게 미소 지은 그녀가 약을 꿀꺽 삼키더니 빈 잔을 강준형에게 건넸다.
"고맙지만, 저는 시원한 물을 더 선호해요."
강준형은 아랑곳하지 않고 서류를 그녀 앞에 내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로마 빌라, 레오나 빌딩 한 채, 페릴라 아파트..."
비서가 탁자 위에 몇 개의 부동산 목록을 펼치며 설명하는 동안 임세빈은 추억에 잠겼다.
그녀가 아로마 빌라에 처음 방문했을 때가 2년 전 그녀의 생일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한도혁에게 한 번도 바다를 직접 본 적 없다고 고백했었다.
이제 막 우즈레시에서 귀국한 그는 그녀에게 바다 일출을 보여주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직접 차를 몰고 바닷가로 향했다.
그날의 파도 소리와 바다 향기를 가득 품은 바람, 그리고 그녀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밤새 그녀의 이름을 불러줬던 한도혁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밤의 아로마 바닷가는 그녀의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생일로 남았다.
소예림은 남자친구의 배신을 당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그녀는 한 남자와 신비로운 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튿날 남자의 할머니한테 서로 안겨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렇게 할머니의 재촉하에 두 사람은 바로 결혼을 했고 서로 존중하고 조용한 부부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강아지처럼 온순한 남편이 갑자기 늑대가 된 것이다. 매 번 소예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한도겸은 바로 기사처럼 나타나 그녀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었다. "한도겸 씨, 어떻게 된 거예요?" "예림 씨의 운이 좋았나 보죠." 한도겸은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소예림이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월드 재벌 랭킹 1위-한도겸. "한도겸 씨, 당신 억만장자였어요?" 한도겸은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소예림의 허리를 붙잡고 자기 다리에 앉히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 "많이 놀랐어요?" 소예림은 한도겸의 잘생긴 얼굴과 섹시한 입술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한~ 키스를 주었다.
김지완은 권현석이 한평생 떼어낼 수 없는 트러블이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권현석 자신마저도 늘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김지완은 그에게서 몇번이나 상처를 받고 여러번 버림을 받았다. 끝내 모든 희망을 접은 그녀는 이혼합의서를 권현석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혼하자! 그리고 내 돈 줘!" 권현석은 그녀의 예쁜 얼굴을 보며 눈썹을 치켜뜨고 빠르게 사인을 했다. 분명 기대했던 이혼인데 왠지 그의 마음 한 구석이 비어진 것 같았다. 김지완은 권현석한테서 얻은 돈으로 건물도 사고 차도 사며 남자도 찾... 뭐? 감히 남자를 찾아? "권현석, 당신 미친거 아니야?" "그래, 나 지금 제정신 아니야. 그래서 우리 재결합하자. 그래서 내 돈 다 네가 가져." 그렇게 두 사람은 재결합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권현석은 김지완을 벽에 대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아이를 원하고 싶어."
나윤아는 부모님을 떠나 제주도에서 서울로 김준혁과 결혼하려고 혼자 갔다. 그러나 위험에 처했을 때, 김준혁은 아내인 자신에 대신 다른 여자를 구해줬다. 그때서야 나윤아는 깨달았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 됐다. 나윤아가 다시 나타났을 때, 김준혁이 생각했던 시골 여자가 아니라 재벌가 CEO가 됐다.
"이혼하자. 슬기가 돌아왔어." 이 한마디 말로 진유림의 4년 결혼 생활은 끝이 났다. 남편은 단 한순간도 그녀를 마음속에 품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녀는 이제야 깨달았다. 모든 것이 자신만의 거짓말 이었다. 사랑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 남자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4년 전에 떠났다가 지금 다시 돌아온 송슬기 뿐이었다. 아무리 그 여자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방해도 가짜는 가짜였으니 당연히 그의 환심을 사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집념을 버리고 쿨하게 이혼서류에 서명을 한 진유림은 다시 여왕의 왕관을 쓰고 자신의 세계로 돌아왔다. 그녀는 원래부터 빛이 나는 존재였으며 4년 동안의 현모양처인 척은 이미 지친지 오래되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진유림을 본 려욱성은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진유림, 이것이 바로 네가 생각해낸 내 관심을 끄는 새로운 수단인가?" 진유림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위의 온도가 갑자기 차가워지며 카리스마 넘치는 그림자가 가까이 다가와 그녀를 감싸 안았다. "려욱성, 유림이는 이제 내 아내라는 걸 아직도 기억 못하는가 봐?" 그리고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자신의 품으로 당겼다.
강희진은 그녀가 얌전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정태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그리워하던 첫사랑인 심율이 돌아오자 모든 것이 변했다. 강희진은 정말 착하다. 그녀는 혼자서 결혼식을 올렸고 외롭게 혼자서 수술실에 누워 응급 치료를 받았다. 외부에서는 그녀가 미쳤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사실 그녀는 정말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부끄러움도 모르고 한 남자를 이토록 사랑할수 없을 것이다. 돌연 사람들은 모두 강희진이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예 정태호는 완전히 통제력을 잃었다."난 니가 죽는 걸 허락하지 않아!"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네요.이제 편할것 같아요. "그렇다, 강희진은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부군과 혼인을 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지 3년이 되었다. 드디어 출세한 부군을 보고 임자월은 자신의 고생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고 보살폈던 부군이 눈이 하늘보다 높고 허영심이 많은 데다 여색을 즐기는 남자였다니. 부군이 저지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임자월은 잔혹하기로 유명한 황제에게 몸을 잃게 되었다. 부군의 목숨과 앞길을 위하여 임자월은 모든 굴욕을 삼키고 진실을 숨겼다. 그 후로 부군은 황제의 인정을 받고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군이 다른 권세들과 잔을 들고 하늘 땅을 토론하고 있을 때 그녀는 옆 방에서 황제의 몸 아래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헌신에 돌아온 건 부군의 배신과 버림 뿐이었다. 그 남자가 혼인을 하는 날, 그녀는 살수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이 그녀의 목에 다다라 바닥에 쓰러졌을 때 황제의 깨끗하고 화려한 신발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짐의 여자가 되거라. 그럼 넌 이 세상의 제일 귀한 여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