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기일에, 나는 남편이 자신의 임신한 내연녀와 함께 있는 신성한 별장을 찾아냈다. 그는 내게 그들의 청첩장을 보냈다. 내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더럽혀졌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과 함께. ‘순수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나를 몰래 불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도 담겨 있었다. 그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들의 기일에, 나는 남편이 자신의 임신한 내연녀와 함께 있는 신성한 별장을 찾아냈다. 그는 내게 그들의 청첩장을 보냈다. 내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더럽혀졌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과 함께. ‘순수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나를 몰래 불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도 담겨 있었다. 그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들의 기일에, 나는 남편이 자신의 임신한 내연녀와 함께 있는 신성한 별장을 찾아냈다.
그는 내게 그들의 청첩장을 보냈다. 내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더럽혀졌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과 함께. ‘순수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나를 몰래 불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도 담겨 있었다.
그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제1화
서이현 POV:
강태준과 내가 만든 첫 번째 규칙은 서로의 전화는 무조건 받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것은 우리가 텅 빈 위장과 야망으로 가득 찬 주먹밖에 없던 어린 시절, 비에 젖은 서울의 뒷골목에서 피와 절망으로 새긴 규칙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기일에 남편의 전화가 다섯 번이나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을 때, 나는 그가 단지 바쁜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매년 오늘, 우리는 세상과 담을 쌓았다.
어떤 거래도, 회의도, 전화도 없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깨끗한 돈 10억을 벌어 산,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의 호숫가 별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우리의 성역이었다. 우리가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아들을 위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허락된, 조용하고 신성한 땅이었다.
우리는 하얀 초 하나를 켜고 낡은 나무 현관에 앉아 해가 수평선 아래로 잠겨 주황색과 보라색으로 물을 물들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었다.
숨 막히는 상실의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조용한 약속.
우리에겐 서로가 있었다.
그날 아침, 나는 킹사이즈 침대에서 홀로 눈을 떴다. 그의 쪽 시트는 차갑고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뱃속에 얼음덩이가 맺히는 기분이었다.
정오가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얼음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세 시가 되자, 그건 내 폐를 짓누르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었다.
몇 년 전, 그가 경쟁 조직의 칼날로부터 나를 보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강철 칼날이 그의 등을 깊게 파고들었고, 영원히 남을 흉터를 남겼다.
그는 내 위로 쓰러졌고, 그의 피가 내 뺨에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는 속삭였다.
“나 여기 있어, 이현아. 언제나 여기 있을게.”
그는 늘 그랬다.
20년 동안, 강태준은 혼돈으로 점철된 내 인생의 유일한 상수였다.
그는 내 파트너이자 전략가였고, 우리가 무에서부터 쌓아 올린 제국의 설계자였다.
이제 그는 그냥… 사라졌다.
“준호 씨.”
나는 위험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기에 말했다.
“강태준 차, 위치 추적해. 지금 당장.”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GPS 신호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울렸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는 별장에 있었다.
나 없이 혼자 그곳에 갔다.
운전하는 동안 앙상한 겨울나무와 잿빛 하늘만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내 부하들이 탄 검은색 SUV들이 내 차를 호위했다.
그들은 묻지 않고도 알고 있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그리고 내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은 내가 적대적 인수를 앞두거나, 우리를 배신한 놈을 부숴버리기 직전에 짓는 표정이었다.
전쟁을 준비하는 여왕의 얼굴이었다.
자갈이 깔린 긴 진입로에 들어서자 타이어가 뼈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그의 검은색 세단이 현관 근처에 주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는 다른 차가 있었다. 싸구려에 낡아빠진 소형차.
별장의 소박한 우아함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 마치 의도적인 모욕처럼 느껴졌다.
나는 부하들에게 대기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차에서 내렸다.
공기는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벽난로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보았다.
강태준이 벽난로 옆에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작고, 검은 머리카락이 등 뒤로 흐트러진 채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그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내가 지난 생일에 선물한 부드러운 회색 캐시미어 셔츠.
그것은 그녀의 가녀린 몸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었고, 소매는 그녀의 손을 삼켜버렸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귀 뒤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 손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그가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할 때 나를 만지던 방식과 똑같았다.
내 심장을 사랑으로 아프게 만들던, 다정하고 소유욕 넘치는 그 몸짓.
그가 다른 여자에게 그러는 것을 보는 것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킥킥거렸다. 가볍고 공기 같은 소리가 내 고막을 긁었다.
그리고 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그에게 키스했다.
세상이 기울었다. 폐 속의 공기가 재로 변했다.
이것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었다.
이것은 모독이었다.
그는 그녀를 여기에 데려왔다. 우리의 장소에. 우리 아들의 장소에.
순수하고 눈을 멀게 하는 분노가 나를 덮쳤다.
나는 정문을 지나 물가에 우리가 지은 작은 돌 기념비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하준’이라는 이름 하나만 새겨진 단순하고 평평한 돌이 있었다.
그 옆에는 내가 임신했을 때 강태준이 한 달 동안 깎아 만든 작은 목마가 있었다.
그는 모든 왕에게는 군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작은 목마를 보았다. 그것의 칠해진 눈은 잿빛 물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창문 너머, 우리 집의 온기 속에서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내 남편을 보았다.
내 발이 튀어나갔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목마를 찼다.
그것은 얼어붙은 땅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고, 나무는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머리는 깨끗하게 부러져 내 발치에 굴러와 멈췄다.
소리는 충분히 컸다.
별장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강태준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충격으로 굳어 있다가 이내 차갑고 계산적인 무언가로 변했다.
그 여자, 가을이 그의 뒤에서 엿보았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반항심이 뒤섞여 커져 있었다.
그녀의 싸구려 꽃향수 냄새가 따뜻한 공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역겨울 정도로 달콤해서 토할 것 같았다.
내 부하들은 이제 차에서 나와 무기에 손을 얹고 내 뒤에 조용하고 위협적인 벽을 형성했다.
강태준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부하들로, 그리고 부서진 목마 조각으로 옮겨갔다.
고통 같은 무언가가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사라졌다.
“이현아.”
그가 평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우리 아들 기일이라서 왔어.”
내 목소리는 낮고 위험하게 울렸다. 나는 턱으로 그 뒤에 움츠리고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넌 누굴 데려온 거고?”
그 여자, 가을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너무 어리고 연약해 보였다.
마치 세상이 내게서 모든 부드러움을 앗아가기 전의 내 모습 같았다.
강태준은 그녀를 부드럽게 자기 뒤로 더 밀었다. 그 보호적인 몸짓이 내 배 속의 칼을 비틀었다.
그는 나를 위해 그렇게 하곤 했다. 그는 나의 방패였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한심한 변명을 시도했다.
“아니라고?”
나는 한 걸음 다가섰다.
“네가 우리 아이를 애도하는 곳에 네 창녀를 데려왔잖아. 우리가 지은 집에서 네 셔츠를 입게 했고. 말해봐, 태준아. 내가 이 상황에서 뭘 오해하고 있는 거지?”
그는 움찔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었다.
그는 항상 열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가였다.
하지만 이번 수는 보지 못했다. 내가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름은 가을이야.”
그는 마치 그게 중요한 것처럼 말했다.
“그년 이름 따위는 상관없어.”
나는 뱉어냈다.
“상관있는 건 그년이 여기, 우리 집에, 바로 오늘 있다는 거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0초 줄게. 내 눈앞에서 저 애 치워. 그러고 나서 너랑 나랑 얘기 좀 하자.”
그는 가을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순간, 내 심장의 마지막 조각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너무 낮아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았다.
“아니.”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아이, 여기 있을 거야.”
내 세상은 그냥 기울어진 게 아니었다.
아예 회전을 멈췄다.
그는 그녀를 선택했다.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내 부하들 앞에서. 우리 아들의 유령 앞에서.
나는 그를,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쳐다보았다.
등에 흉터가 있는 남자, 내가 굶주렸을 때 나를 위해 빵을 훔쳤던 남자, 우리가 아이를 잃은 후 사흘 내내 나를 안아주었던 남자.
나는 더 이상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좋아.”
얼어붙은 공기 속에 그 한마디가 매달렸다.
나는 부하들을 향해 돌아섰다. 내 목소리는 여왕이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맑고 단호했다.
“저 애, 끌어내.”
내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약혼자였던 강태준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7년 전, 그는 내 부모님과 함께 내게 애원했다. 입양된 동생, 최세희가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세희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 그들은 세희가 너무 연약해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게 선고된 7년은 그저 작은 희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청담동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세희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웅장한 현관에 나를 혼자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와 내가 3층의 먼지 쌓인 창고 방에 머물러야 한다고 통보했다.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세희가 돌아왔을 때, 내 존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제나 세희가 우선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내 대학 장학금도 빼앗겼고, 그 애 때문에 내 인생의 7년도 잃었다. 나는 그들의 친딸이었지만,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날 밤, 비좁은 방에 홀로 누워 있을 때였다. 교도관 한 분이 몰래 쥐여준 싸구려 대포폰이 진동했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8년 전, 내가 지원했던 기밀 직책에 대한 채용 제안이었다. 새로운 신분과 즉각적인 해외 이주 패키지가 포함된 조건. 탈출구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수락하겠습니다.”
7년의 연애 끝에 알게 된 건, 약혼자 민순양이 내 절친 궁리혜와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내가 하혈하며 아이를 잃어가던 그 순간에도, 그는 리혜의 가짜 공황 발작을 챙기느라 내 연락을 무시했다. 가족들은 더 끔찍했다. 민순양에게 받은 돈이 끊길까 봐, 핏물 젖은 침대에 쓰러진 나를 외면하고 그에게 빌라고 강요했다. 민순양은 내 전 재산을 빼돌리고 나를 별장에 감금한 채, 리혜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기자회견장에 세웠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과하라는 그의 명령에, 나는 순종적인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가 죽은 듯 지내며 그들의 불륜과 횡령, 감금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는 것을. 생방송 카메라가 켜지고 수많은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나는 준비해 둔 증거 서류를 허공에 뿌리며 마이크를 잡았다. "민순양 씨, 이제 쇼는 끝났어."
내 남편, 강태준은 열아홉 살짜리 여자애들과 계절마다 연애하는 걸로 유명한, 서울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바람둥이였다. 지난 5년간, 나는 내가 그를 길들인 유일한 예외라고 믿었다. 그 환상은 아버지에게 골수 이식이 필요해졌을 때 산산조각 났다. 완벽한 기증자는 열아홉 살의 유아리라는 아이였다. 그리고 수술 당일,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강태준이 그녀를 병원에 데려오는 대신, 침대에서 함께 뒹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배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했을 때, 그는 그녀를 먼저 구하고 나는 떨어지도록 내버려 뒀다. 샹들리에가 무너졌을 때,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쌌고, 피 흘리며 쓰러진 나를 밟고 지나갔다. 심지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유품까지 훔쳐 그녀에게 줬다. 그 모든 일을 겪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나를 이기적이고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사라졌다. 내가 떠나던 날,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좋은 소식이야, 네 아버지한테 다른 기증자를 찾았어. 같이 수술 일정 잡으러 가자."
내가 스물두 살 생일 선물로,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권도혁의 새 회사 로고. 그가 자신의 심복에게 나를 없애기 위해 약혼을 꾸미는 거라고 말하는 순간, 로고는 내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졌다. 푹신한 카펫 위로 툭, 하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리는 클럽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흔적도 없이 삼켜졌다. 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7년간 그림자처럼 내조하며 모든 걸 바쳤다. 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훔친 약혼자는 업계 최고의 건축가가 되었다. 그런 그가 재벌 상속녀와 결혼하겠다며 나를 버렸다. 심지어 그녀 아버지의 장례식에 나를 불러내, 자신의 오랜 연인이 모든 것을 이해해 주는 척 연기하게 만들었다. 그의 눈에는 미안함 대신 오만함이 가득했다. 내 7년의 헌신은 그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버려진 그날,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초예현 씨, 나와 결혼합시다." 어릴 적 내 뒤만 쫓아다니던 꼬마, 지금은 IT 대기업의 최연소 CEO가 된 권천윤이었다.
의사는 방금 내 몸에서 채취한 골수를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옆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번이 97번째 복수래. 바보 같은 바네사는 티모시가 중독됐다고 믿고 서둘러 골수를 기증했대." "바네사가 브리아나의 챔피언십을 훔쳤잖아. 기다려봐, 티모시는 세 번 더 보복할 거야. 그 여자, 결국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할걸." 내가 모든 걸 다 바쳐 사랑한 사람, 티모시는 친구들이 내 얘기를 떠들어대는 걸 태연히 듣고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나는 존재하지 않는 약혼반지를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졌고, 눈보라 속에서 달의 여신상 앞에 꿇어앉아 기도했으며, 공들여 준비해왔던 피아노 대회도 망쳤다. 하지만 티모시는 계모 브리아나의 분노를 대신 갚기 위해 나에게 가할 100번의 고통을 치밀하게 설계해왔다. 그의 연극 같은 '사랑'이 무너진 것은, 무너진 은광에서 내 시신과 임신 검사지를 함께 발견하고 난 뒤였다. 이제, 사랑이라는 이름의 속임수에 맞서 내가 복수할 차례다.
하나영은 운명의 장난으로 무너진 가족과 다시 재회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감옥에 갇혀 있었고 어머니는 중병으로 앓고 있었으며 6명의 오빠들도 전부 패가망신하여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수양딸은 가세가 기울자, 가족을 버리고 돈 많은 남자와 집을 떠났다. 주위 사람들이 하씨 가문은 이제 끝났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하나영의 명령에 오닉스 조직에 유명 인사들이 하나 둘씩 나서며 모든 것을 뒤집었다. 아버지는 감옥에서 나오고 어머니는 불치병에서 완쾌하고 그 무능한 오빠들도 각자 자리를 잡아갔다. 그중 다섯째 오빠는 그녀의 도움 하에 신흥 재벌가로 떠올랐다. 누군가가 그녀를 시골 촌뜨기라며 촌스럽다고 비웃었는데 그녀는 하나 하나씩 자신의 실체를 드러냈다. 의학계의 신의, 국보급 국화 마스터, 세계 최고의 해커, 유명한 월드 스타, 오닉스 조직에 보스도 그녀였다. 이 나라의 최고의 재벌이 그녀를 품에 안고 말했다. "누가 감히 이 여자를 촌뜨기라고 했어? 하나영은 내 약혼자야!" 하나영은 그를 노려보았다. "파혼하지 않아?" "파혼? 꿈도 꾸지 마." 그는 절대 놓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안돼, 이 결혼만큼은 절대 포기 할 수 없어."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다섯 장의 사진은 말 대신 잔혹한 진실을 들이밀고 있었다. 엉켜 있는 속옷, 꼭 맞잡은 두 손, 구겨진 침대 시트를 움켜쥔 주먹, 그리고 욕실 거울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까지 하나하나가 도발이자 조롱이었다. 로나에게 이런 식의 상처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진실을 알아챘다. 다른 여자의 손목을 꾹 움켜쥔 그 큼지막한 손의 주인공이 바로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다렌이라는 것을. 로라의 시선이 사진의 날짜에 멎었다. 두 사람의 연애 3주년 기념일과 정확히 겹쳤다. 그날, 로나는 병원으로부터 다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긴급 전화를 받았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연달아 빨간 신호등 세 개를 무시하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것은 온몸이 피로 물든 비서 클로이를 안은 채 응급실로 뛰어드는 다렌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사라졌고, 9일만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는 다렌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고 기억을 잃었으며, 그 일로 다렌에게 병적인 의존을 보인다고 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다렌은 클로이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모든 따뜻함과 시간을 전부 그녀에게 쏟아 부었다. 로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고 줄곧 그녀를 재촉해온 어머니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가족이 주선한 결혼,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떠나기 전, 로나는 다렌을 위해 세 가지 선물을 준비해두기로 마음먹었다.
내 결혼은 완벽했다. 첫 아이를 임신했고, 남편 강태준은 나를 여왕처럼 떠받들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었다.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 그가 어둠 속에서 내 살결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속삭였을 때. 김가영. 내가 직접 키운 우리 회사 신입 변호사였다. 그는 실수였다고 맹세했지만, 가영의 계략이 악랄해질수록 그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는 내게 약을 먹이고, 작업실에 가뒀으며, 나를 계단에서 밀어 병원 신세를 지게 했다. 하지만 그의 궁극적인 배신은 가영이 가짜 교통사고를 꾸며 내게 뒤집어씌운 후에 일어났다. 태준은 내 머리채를 잡고 차에서 끌어내 뺨을 후려쳤다. 그러고는 간호사를 협박해 그의 내연녀를 위해 내 피를 뽑게 했다. 그녀에겐 필요하지도 않은 수혈이었다. 내가 과다출혈로 죽어가는 동안 그는 나를 짓누르며 그녀 곁으로 달려갔다. 그는 자신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뇌 손상을 입게 된 우리 아이를 희생시켰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는 사라지고, 나를 죽게 내버려 둔 악마만 남았다. 그 병원 침대에 누워, 나는 두 통의 전화를 걸었다. 첫 번째는 내 변호사에게였다. "혼전 계약서의 불륜 조항을 발동시켜요. 그놈을 빈털터리로 만들어 주세요." 두 번째는 10년 동안 말없이 나를 사랑해 온 남자, 윤지후에게였다. "지후 씨." 내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내 남편을 파멸시키는 거, 도와줘요."
사람들 모두 온 씨 집안에서 데려온 작은 딸 온서의가 경성에서 가장 건들면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 박서주는 박씨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일 뿐만 아니라 경성에서 가장 유명한 외과 의사였다. 그는 온서의를 오냐 오냐 해주었고 그녀가 경성을 횡포하고 다니게 놔두었다. 그녀의 오빠 온림은 회사에서 그녀를 지지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회사는 영원히 온서의만의 것이며, 자신은 그녀를 위해 돈을 벌어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맹세한 적이 있었다. 오직 가짜 상속녀 온념만이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너무 편하게만 살려 하지 말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온서의는 언니가 오지랖을 떤다며 웃어 넘겼다. 온서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가 회사 지하 주차장에서 칼에 찔렸다는 소식이 들리기 전까지는. 하지만 병원에서 돌아온 대답은 그녀를 충격에 빠뜨렸다. 박서주는 그 살인범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의 오빠도 모든 의료진을 재배치해 수술이 성공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온서의는 절규했다. "왜!" 그녀는 무릎을 꿇고 그들에게 그녀의 언니를 구해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온림은 그저 냉정하게 그녀를 묶었다. "서의야, 진정해. 그녀는 네 친 언니도 아니잖아. 그녀를 잃더라도 넌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하지만... 령이는 달라. 이 사람 령이를 20년 넘게 키워준 사람이야!"
주서윤은 자신이 버려진 아이라고 여겼었다. 그러나 원망을 품고 돌아왔을 때, 주씨 가문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었다. 어머니는 미쳐있었고, 아버지는 독에 중독되어 침대에 누워 계셨다. 피아니스트인 큰오빠는 데릴 사위로 결혼하여 모욕을 당했고, 경찰관인 둘째 오빠는 억울하게 감옥에 갇혔으며, 셋째 오빠는 깡패의 부하로 전락해 매일 맞고 다녔다. 가짜 딸은 적과 결탁하여 "주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짐이다"라며 등을 돌리고 적의 품에 안겼다. 주서윤은 조용히 손을 써서 어머니를 제정신으로 돌아오게 하고, 아버지를 회복시켰다! 큰오빠는 이혼하고 다시 정상에 올랐고, 둘째 오빠는 무죄가 밝히고 승진했으며 셋째 오빠는 반격하여 깡패의 새 주인이 되었다! 주씨 가문은 이후로 불법과 합법, 양쪽 세력을 모두 장악했다. 사람들은 주서윤을 가족 덕에 사는 보잘것 없는 사람이라며, 제국의 깡패 두목 김이준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그녀의 정체가 드러났다—전설적인 의사, 최고의 암살자, 비즈니스 여왕, 검은 전설의 수장은 모두 그녀였다! 김이준은 급히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 "서윤아, 내가 잘못했어. 결혼은 절대 취소할 수 없어!" 그리고 한쪽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나와 결혼해줘! 제국 전체가 너의 예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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