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방, 서하은은 남자의 몸 아래 깔린 채, 턱이 잡혔다. "말해, 누가 보냈어?"
"사람을 착각하신 것 같아요. 나는…"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서하은은 눈을 꼭 감았다. 술에 취한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오늘 그녀는 새어머니의 거짓말에 속아 이곳에 왔다. 왕 이사와 계약을 성사시키면 오빠의 치료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한 후에야 그녀는 새 엄마가 그녀를 60대 노인 왕 이사의 세컨드로 만들려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호텔 방에 갇힌 그녀는 왕 이사가 샤워하는 틈을 타 도망쳤고 빈방 앞에 숨었다. 바로 그때, 바로 눈앞의 남자가 그녀를 방으로 끌어 들이더니 바로 벽에 밀어붙였다.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순결을 빼앗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새벽, 서하은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 있던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삭신이 쑤셨으나 그녀는 애써 참으며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고 방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는 목에 걸고 있던 호박 목걸이가 바닥에 떨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거실에 나오자마자, 훤칠한 남자의 뒷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이어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깼어?"
서하은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어젯밤, 그녀는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뒷모습만 보았을 뿐인데 그에게서 풍기는 위압감과 고귀함이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절대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에 2억이 들어있어. 돈을 받고 두번 다시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나지 마." 김신우의 말투에선 거절할 수 없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할머니가 나에게 여자를 보낸 건, 내가 결혼하길 바라는 것도 있지만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함 일거야.'
서하은은 허리를 곧게 펴고 반박했다. "저는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는 사랑 받지 못하는 서씨 가문의 큰 딸이긴 했으나 몸을 팔아 돈을 벌 정도는 아니었다.
김신우의 말투가 더욱 차갑게 식었다. "돈을 받고 피임약을 먹어. 어느 날 갑자기 사생아가 나타나 날 거슬리게 하는 일이 없도록."
"누가 낯선 남자의 아이를 낳고 싶대요? 저도 당신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요!" 서하은은 투덜거리며 테이블 위에 놓인 약을 먹었다.
그리고 동전 하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피임약 값이에요. 저도 당신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동전이 김신우의 발치에 떨어졌고 그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이어 그의 낮은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카드를 가져가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서하은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곧바로 방을 나섰다.
그녀는 절대 몸을 팔아 돈을 벌 생각이 없었으나 지금 당장 돈이 필요했다.
그녀는 친구 김송이에게 돈을 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김신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카드를 발견하고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밀당 하려는 건가?'
샤워를 마친 김신우가 방을 나서려 할 때, 이 비서가 호박색 목걸이를 들고 다가왔다. "김 대표님, 이거 대표님 목걸이에요? 호텔 직원이 청소하다 발견했어요."
무심코 고개를 든 김신우의 시선이 호박 목걸이에 고정되었다.
다음 순간, 그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수축되었다.
김신우의 까만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일렁였다. "당장 어젯밤 그 여자를 찾아."
그의 지시에 이 비서는 곧바로 방을 나섰다.
서하은이 호텔을 나서자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늘까지 치료비를 내지 않으면 약을 중단할 겁니다. 지금 중환자실에 있는 환자를 일반 병실로 옮기면 코마 상태에 빠질 될 확률이 높습니다."
마음이 급했던 서하은은 눈시울을 붉혔다. "제발 30분만 기다려 주세요. 30분 안에 돈을 마련해서 병원에 갈게요. 제발 오빠를 살려주세요."
길가에 서서 택시를 잡아 탄 그녀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김송이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조금 전에 2억을 받았어야 했는데... 오빠가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야.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고!'
다행히 김송이가 그녀에게 2억을 송금했고, 그녀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치료비를 지불했다. 하지만 의사는 2억으로는 단 일주일밖에 버틸 수 없다고 하며 매주 2억이 필요할 거라고 귀띔했다.
서하은은 마치 얼음 구덩이에 빠진 듯 몸이 얼어 붙었고 병원까지 쉬지 않고 달려와서 그런지 가슴에서부터 피 비린내가 솟구쳤다.
어젯밤 새 어머니에게 당한 걸 그녀는 아직 갚지도 못했다. 하지만 온몸이 쑤시는 지금, 그녀는 섣불리 새어머니를 찾아갈 수 없었다. 만약 새어머니가 또 그녀를 함정에 빠뜨리기라도 한다면 그때는 정말로 끝장이니까.
그녀는 어떻게 새 어머니에게 복수를 해야 할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어떻게 오빠의 치료비를 마련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그때, 그녀의 휴대폰 알림음이 쉬지 않고 울렸다. 휴대폰을 확인하자 김송이가 그녀에게 카톡을 보내 제발 새엄마가 되어 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하은 언니, 제발 부탁이야! 내 새 엄마가 되어줘. 난 악독한 새 엄마는 정말 싫어! 우리 아빠랑 결혼하면 넌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네 오빠도 살릴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