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rice Sinclair소설 책 모음전
너무 늦은 그의 용서
내가 사랑했던 남자, 나와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가 내게 쌍둥이 동생의 목숨을 구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는 동생 아리의 신장이 완전히 망가졌다고 설명하는 내내 내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로 파혼 합의서를 밀어냈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 신장만이 아니었다. 내 약혼자까지도 원했다. 그는 죽어가는 아리의 마지막 소원이 단 하루라도 좋으니 자신과 결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의 반응은 잔혹했다. "우리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엄마가 악을 썼다. "아리가 네 아빠를 살렸잖아! 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줬다고! 그런데 넌 동생한테 똑같이 못해줘?" 아빠는 굳은 얼굴로 엄마 옆에 서 있었다. 가족의 일원이 되기 싫다면 이 집에 있을 자격도 없다고 했다. 나는 또다시 버려졌다. 그들은 진실을 몰랐다. 5년 전, 아리가 내 커피에 약을 타 아빠의 이식 수술에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동생은 내 자리를 빼앗고, 가짜 흉터를 가진 영웅이 되었다. 내가 싸구려 모텔에서 비겁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깨어났을 때, 아빠의 몸 안에서 뛰고 있던 신장은 바로 내 것이었다. 그들은 내게 신장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희귀병이 이미 내 몸을 잠식해 내게 남은 시간이 몇 달뿐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나중에 태준이 너덜너덜해진 목소리로 나를 찾아왔다. "선택해, 아라야. 동생이야, 아니면 너야." 기묘한 평온이 나를 감쌌다. 이제 와서 뭐가 중요할까? 나는 한때 영원을 약속했던 남자를 바라보며 내 삶을 포기하는 서류에 서명하기로 했다. "좋아." 내가 말했다. "그렇게 할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