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혁에 대한 임원영의 마음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다. 16살 쯤 처음으로 그를 만났을 때부터 김태혁은 임원영의 마음에 자리를 잡았다. 결혼 3년간, 그녀는 정말 행복했다. 그들은 평범한 부부처럼 사랑을 나누고 아침과 저녁을 서로의 품 속에서 맞이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왔다. 김태혁의 마음속에 숨어있었던 달, 민서희. 김태혁은 차가운 종이장을 그녀에게 건넸다. 이혼 계약서였다. “태혁아, 만약에 내가 임신을 했다면 그래도 이혼할 거야?” “응. 그 아이, 태어날 수 없어.” 임원영은 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그러자 김태혁의 마음속에 무언가 비어가는 느낌이 들더니 후회의 감정이 생기는데...... 두 사람은 언제쯤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임원영이 임신한 사실을 김태혁이 발견할 수 있을까?
"사모님, 검사 결과에 의하면 사모님의 자궁벽이 워낙 얇은 상태여서 태아의 위치가 불안정하게 잡혔습니다. 평소 식단과 활동을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의사는 임원영에게 검사 결과를 내밀었다. "처방전으로 약국에서 약을 받으시면 됩니다."
"네, 선생님. 감사합니다." 임원영은 의사가 건네는 처방전을 조심스럽게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는 그녀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쳐다보며 당부했다. "사모님, 저의 말을 명심하시고 절대적으로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자궁벽이 얇은 임산부들은 유산 위험이 높고 어떤 임산부들은 한 번의 유산으로 평생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네, 꼭 조심할게요." 싱긋 미소를 지은 임원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된 그녀는 누구보다 아이를 원했고, 어렵게 찾아온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다.
진료실에서 나온 임원영은 약국에 들러 약을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앉은 기사는 차에 시동을 걸고 백미러로 그녀를 힐끗 쳐다봤다. "사모님, 김태혁 사장님의 비행기가 오후 3시에 도착 예정입니다. 20분 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 바로 공항으로 출발할까요?"
"네. 출발하세요."
20분 뒤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편과 재회할 생각에 그녀의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
김태혁이 출장을 떠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 사람이 너무 보고 싶었다.
공항으로 빠르게 달리는 차에서 그녀는 검사 결과를 몇 번이나 들여다봤고 손을 부드럽게 배 위에 놓았다.
8개월 후면, 그녀와 김태혁의 아기가 세상에 태어날 것이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그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운전기사는 공항 출구에서 제일 잘 보이는 곳에 차를 주차했다. "사모님, 사장님한테 전화를 걸어 볼까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임원영은 김태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무의미한 기계음만 흘러나올 뿐이다.
"비행기가 연착된 것 같아요. 우리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그녀는 운전기사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
하지만 김태혁의 모습은 계속 보이지 않았다.
임원영은 다시 전화를 걸어보았다.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비행기 연착은 흔히 있는 일이며, 때로는 한두 시간씩 연착되기도 했다.
2시간 후, 임원영은 다시 김태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건조한 기계음이 끊기고 통화가 연결되었다. "태혁아, 도착했어?"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해요. 태혁 씨 지금 화장실에 있어요. 나중에 다시 전화하라고 할게요."
임원영이 대답하기도 전에 통화가 종료되었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휴대폰을 쳐다봤다.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이번 출장 명단 중, 김태혁은 여자 비서와 동행하지 않았다.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며 임원영은 불안한 마음으로 김태혁의 전화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났다.
하지만 김태혁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또 5분이 흐르고 참지 못한 임원영은 다시 김태혁의 번호를 눌렀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통화가 연결되었고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원영아."
"태혁아, 어디야? 나 지금 공항에서 널 기다리고 있어."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비행기에서 내리고 휴대폰을 켜는 것을 깜박했어. 이미 공항에서 나왔어."
임원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래... 그러면 집에서 기다릴게. 나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그래, 나도 너한테 해야 할 말이 있어."
"아줌마한테 네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달라고 했어."
"기다리지 마. 다른 약속이 있어서 새벽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할 것 같아."
실망감이 역력한 임원영은 애써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래, 알았어."
그녀가 통화를 끊으려 할 때, 전화기 너머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혁아, 미안해. 원영 씨가 전화왔다는 것을 깜빡하고 말 못했어."
임원영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 그녀가 김태혁에게 여자의 정체에 대해 물어보려던 찰나, 갑자기 통화가 종료되었다.
다시 어두워진 휴대폰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며 임원영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운전기사를 보며 말했다. "집으로 가요."
깊게 내려앉은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운전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댁의 방향으로 운전했다.
아무런 의욕도 없는 마음을 뒤로하고 임원영은 뱃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 억지로 음식을 먹었다.
거실에 TV가 켜져 있었다.
소파에 앉아 쿠션을 안고 있는 그녀는 몇 번이나 시계를 확인하며 TV에 나오는 장면에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10시가 되자 몰려오는 피곤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흐릿한 기억 속에 누군가 그녀를 안고 옮기는 것을 느꼈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임원영은 알코올 향에 섞인 익숙한 향기를 맡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태혁 너야?"
결혼 한 3년 동안, 심예은은 서운길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마음속에는 온통 첫사랑이었고 심예은에 대해서는 오직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정밖에 없었다. "아이만 낳으면 놔 줄게." 심예은이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서운길은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전용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여행을 가고 있었다. "누구를 좋아하든, 나를 사랑하든 말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거야. 당신에게 빚진 건 이미 다 갚았으니까. 앞으로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심예은이 떠난 후, 서운길은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방 안에는 그녀의 흔적이 가득했고 가는 곳마다 그녀의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한테 기회를 한 번 더 줄 수 없을까?"
소예림은 남자친구의 배신을 당했다. 만취한 상태에서 그녀는 한 남자와 신비로운 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이튿날 남자의 할머니한테 서로 안겨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다. 그렇게 할머니의 재촉하에 두 사람은 바로 결혼을 했고 서로 존중하고 조용한 부부생활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강아지처럼 온순한 남편이 갑자기 늑대가 된 것이다. 매 번 소예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한도겸은 바로 기사처럼 나타나 그녀를 지켜주고 보호해 주었다. “한도겸 씨, 어떻게 된 거예요?” “예림 씨의 운이 좋았나 보죠.” 한도겸은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소예림이 뉴스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월드 재벌 랭킹 1위-한도겸. “한도겸 씨, 당신 억만장자였어요?” 한도겸은 장난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소예림의 허리를 붙잡고 자기 다리에 앉히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 “많이 놀랐어요?” 소예림은 한도겸의 잘생긴 얼굴과 섹시한 입술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진~한~ 키스를 주었다.
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 목운산장 뒷산 깊은 골목에 무정하게 버려진 한 여인의 모습. 사마음, 마(魔)의 음(音)이란 뜻을 땄다. 그녀의 이름. 몸이 땅과 부딪치는 순간, 사마음은 눈을 번쩍 떴고 이어 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현실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나, 환생한 거야?” 전생의 사마음은 질식하여 죽게 되었다. 상서부의 첫째 딸인 사윤설이 돌아온 후, 둘째 소저인 사마음은 모든 사랑을 잃게 되었다. 이야기는 길었다. 아무튼 사마음 악몽같은 삶은 사윤설이 상서부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은 전생에 사윤설의 계략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 날이었다. 하얀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숨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에 사마음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 “사마음!!!”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사마음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응하였다. “여기요!” 장화가 눈을 밟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큰 그림자가 눈 앞을 가렸다. “어쩌다... 자신을 이리도 불쌍하게 만든 것이냐.” 그러면서 남자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사마음을 품에 않았다. 이혁! 이름난 간신. 전생에도 이 남자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수많은 화살에 찔려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사마음은 그의 소매를 꽉 잡았다. 그 동작에 이혁의 마음은 급격히 조였고 빨개진 눈으로 사마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내가 널 지킬 것이니.” ‘이번 생은 내가 널 지킬 것이야.’ 사마음의 결심이었다.
스무 살 나이에 아직 "김씨"인 김예교는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김씨 가문의 유일한 아가씨였는데 말이다. 친딸인 김정민을 되찾은 김씨 부부는 김예교에 대한 태도가 180도로 변했고 원래부터 정이 별로 없었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더 어색하고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김정민의 모함에 김예교는 김씨 가문에서 쫓겨났는데 농민 출신의 부모 집으로 돌아갔다가 자신이 사실은 강성 갑부의 친딸이라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 그렇게 김예교는 강예교로 신분을 되찾았고 강씨 가문 사람들은 그동안 주지 못한 사랑을 한꺼번에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오빠들은 더욱 모든 편애와 관심을 동생에게 주었다. 그런데... 우리 동생에게 비밀이 있는 것 같은데? 각 분야에서 빛이 나는 신비로운 천재 거물인 것이다! 그때, 전 남자 친구가 나타나며 경멸이 가득 찬 어조로 강예교에게 말했다. "나한테 이제 그만 집착해, 난 오직 정민이만 사랑하니까." 강예교의 대답 대신 경성의 거물인 그 남자가 입을 먼저 열었다. "내 여자가 네까짓 거랑 엮일 것 같아?"
결혼기념일에 남편 내연녀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니. 약을 먹어 뜨거워진 몸을 달래기 위해 윤우희는 낯선 남자와 황당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윤우희는 남편과의 첫날밤을 잃게 되었고 그 시각 남편의 내연녀는 임신했다는 보고서를 받게 되었다. 이어지는 충격에 윤우희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고 남편에 대한 마지막 사랑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이혼하자." 이 말과 이혼 서류를 던지고 윤우희는 남편 구인준의 집에서 나왔다. 구인준은 그저 이 또한 윤우희가 관심을 끄는 수작이라고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다. 이혼 후, 윤우희는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곁에는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본 구인준은 질투에 이성을 잃었고 뻔뻔스럽게 재결합하자는 요구까지 제기했다. "당신에게 아직도 내 곁에 설 자격이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 윤우희는 곁에 선 남자의 손을 잡았다. 주위의 분위기는 갑자기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애매한 위험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 네 형수를 건드릴 생각인가?" 이 도시의 전설, 거물 중의 거물 려서준인 것이다.
윤서란은 우준성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결혼은 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지만 윤서란은 결국 우준성 마음속 그 여자를 대신할 수 없었다. 납치 사건으로 죽음에서 오가고 있을 때, 우준성은 전 연인을 그리워하기에 바빴다. 절망과 슬픔, 고통이 함께 밀려왔다. 윤서란은 마지막 미련을 버리고 한 마디만 내뱉었다. "우준성 씨, 우리 이혼해요." 다시 솔로로 돌아온 윤서란은 사업에 몰두했고 빠르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도 돌아왔다. 윤서란은 세계 최고 주얼리 대기업의 후계자였던 것이다. 나중에 윤서란에게 쌍둥이까지 생기게 되었다. 점점 빛이 나는 윤서란의 모습을 보고 우준성은 후회되기 시작했다. "서란아, 내가 잘못했어. 아이라도 보게 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