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송은 3년 동안 현모양처 짓을 했다. 말을 잘 듣고 순진한 아내 모습을 보이면 유진운의 사랑을 받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사랑은커녕 눈길조차 얻지 못했다니. 그리고 결국 여우짓을 하는 탁가운 때문에 이혼 서류까지 내놓았다. 그래, 이혼하지. 나도 이미 지칠 대로 지쳤으니까. 이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남송은 자신의 모든 흔적을 지우고 유진운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만났을 때, 남송은 유진운이 닿을 수 없는 상대가 되었다. "저랑 협업하겠다고요? 글쎄요? 급이 될지 모르겠네요." 남송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을 천천히 움직이며 입꼬리를 올렸다.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내 다시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갔다. 후회의 마음이 가득 찼다. 남송을 가까이할 수록 유진운은 그녀에게 숨겨진 비밀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킹의 신, 최고의 셰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 조각 대사, 지하의 거물, 다 남송의 타이틀이었다. 유진운은 놀라움과 동시에 남송에 대한 호기심과 소유욕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남송, 넌 내 거야." "이봐, 유진운. 당신은 이미 내 선택이 아니야." 유진운, 어디 한 번 견지해 봐.
"이혼해."
유진운의 날 선 목소리가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3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남자는 언제나 그랬듯이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에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었고,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유진운의 뒤에 선 남송은 큰 키에 넓은 어깨와 다부진 체격을 말없이 바라봤다. 넓은 유리창에 날카롭고도 차가운 표정이 비친 것을 본 그녀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오갈 곳 없이 아래로 떨어뜨린 작은 주먹이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듣고 싶지 않았던, 듣기 무서웠던 그 말을 결국 듣고야 말았다.
유진운이 그녀를 마주 보며 돌아서자 얼굴 표정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지난 3년 동안 매일 봤던 얼굴이 아직도 질리지 않았을 뿐더러 신이 빚은 조각상 같은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이혼, 안 하면 안 돼요?" 애써 눈물을 참은 남송이 힘겹게 말을 뱉었다. 두 눈 가득 차오르는 애절함과 메마른 목소리에는 절망과 희미한 희망이 뒤엉켜 있었다.
남송을 내려다보는 유진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명하고 하얀 얼굴에 발그스름한 볼, 시무룩하게 처진 눈썹과 빨갛게 충혈된 눈시울.
민낯을 하고 있어도 잡티 하나 없이 깔끔한 피부에 부드러운 인상은 여전히 아름다워 보였다.
눈시울이 빨개진 남송은 간절한 눈빛으로 유진운을 바라봤다. 오른쪽 눈 아래에 있는 작은 점과 윤기 나는 검은 머리카락은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러나 유진운에게 남송은 다른 여자들보다 더욱 연약하고 어눌한 사람일 뿐이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했으나, 그는 그런 그녀를 여자로 생각한 적 단 한 번도 없었다.
3년 전, 심한 교통사고를 당한 유진운은 척추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상태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을 때 거의 절망적인 말을 들었었다. 의사는 그가 평생 하반신 마비로 지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때, 유진운은 사랑하는 여자와 헤어져야 했다. 그의 어머니는 평생 그의 시중을 들 수 있는 의사 아내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조용한 성격에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남송을 며느리로 들이게 된 것이었다.
"3년 동안 날 돌봐주느라 수고 많았어. 20억은 그 동안의 수고 비용 겸 위자료라고 생각해." 차분하고 담담한 유진운의 목소리에서 그녀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라도 금액이 부족하면..."
"왜요?" 남송이 유진운의 말을 가로챈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빨갛게 부은 두 눈에는 고집스러운 빛이 어려 있었다. "왜 하필 지금 이혼하려는 건가요?" 애꿎은 아랫입술만 꽉 깨물고 있던 그녀가 물었다.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다. 남송은 그와 함께 기념일을 행복하게 보내는 상상을 했고, 앞으로 남은 인생을 더욱 행복하게 지낼 꿈을 꾸었었다.
"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알잖아." 유진운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차가운 목소리가 남송의 아름다운 꿈과 얄팍한 희망을 동시에 짓밟았다. "가은이 돌아왔어. 가은이와 결혼할 거야."
청천벽력처럼 떨어진 소식에 남송은 몸을 휘청거렸다.
그녀가 온 힘을 다해 악착같이 지켜온 3년이라는 결혼 생활이 탁가은이라는 이름에 쉽게 무너지는 듯했다.
"대표님!" 집사가 부랴부랴 달려와 다급하게 말했다. "탁가은 씨가 저녁 식사를 할 때, 피를 토했다고 합니다."
유진운은 순식간에 안색이 굳어지더니 남송을 지나쳐 객실로 향하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바로 병원으로 출발할 수 있게 차 준비시켜." 말이 끝나기 바쁘게 그는 번개같이 남송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잠시 후, 유진운은 객실에서 여자를 조심스레 품에 안고 나타났다. 탁가은의 몸에는 남송이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든 담요가 덮어져 있었다.
가녀린 몸에 얼굴에는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 당장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유진운의 품에 쏙 안긴 여자의 입술에서 힘겹게 말이 새어나왔다. "진운 오빠, 남송 씨가..."
그제야 자리에 멈춰 선 유진운은 남송을 돌아보며 말했다. "구체적인 이혼 서류와 합의서는 변호사와 직접 얘기하면 돼. 3일 내에 저택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그는 여자를 더욱 소중하게 품에 안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갔다.
남송은 계단 위에 얼어붙은 사람처럼 멀어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때, 유진운의 품에 안긴 탁가은이 고개만 살짝 내밀더니 남송을 향해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불과 한 시간 전만 해도 피를 토했다는 여자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선전포고하듯이 말했다. "내가 돌아왔으니, 이제 진운 오빠 놓아주세요."
두 사람의 모습이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진 후에야, 남송은 공기 빠진 풍선처럼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미처 닦을 겨를도 없이 벌벌 떨리는 몸을 두 팔고 감싸 안았다.
10년이 지났다. 그가 지옥에서부터 그녀를 구해준 순간부터 지금까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를 사랑했다. 한 여자에게 이런 10년이 몇 번 더 있을까?
사랑은 강요할 수 없는 물건이다. 아무리 몸을 낮추고 허신해도 그 남자의 마음을 흘들지 못할 뿐더러 자기 자신만 점점 비참해지고 있었다. 유진운은 영원히 오남송을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진운 씨, 당신을 위해 눈물 흘리는 일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그 말과 함께 남송은 얼굴을 적신 눈물을 닦았다. 멍청할 정도로 착하고 순진했던 남송은 이제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녀의 눈빛이 결심이 선 듯 단호하게 빛났다.
이제 떠날 때가 된 것 같다.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 옆 탁자 위에 이혼협의서가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서류를 넘긴 남송의 눈빛이 마지막 페이지에 적힌 이름에 고정되었다.
"유진운..." 엄지손가락으로 천천히 이름을 쓰다듬자 또 다시 코끝이 시큰해 났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고 펜을 집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오남송, 이 이름으로 모든 것을 시작했으니, 이제 이 이름으로 모든 것을 끝내야 했다.
남송은 이혼협의서 옆에 옥으로 된 인감을 내려놓았다. 재료 선별부터 조각까지 1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준비했고,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녀가 그를 위해 준비한 3주년 결혼 선물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한 3년 동안, 그녀는 모든 선물에 정성을 쏟아 부었다. 결국 장롱에 박혀 있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신세를 면치 못했다. 마치 그녀의 마음처럼 말이다.
저택을 나선 남송은 대문 앞에 세워져 있는 고급 세단에 올라 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혼했어."
운전석에 선글라스를 끼고 앉은 남자의 입 꼬리가 올라가며 예쁜 곡선을 그렸다. "이혼 축하해."
그리고 노트북을 남송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너 자신을 되찾을 때가 되었어. 우리 모두 네가 돌아오기만 목 빠지게 기다렸어."
민시월에게 있어, 차욱은 따뜻한 해빛같은 존재였다. 얼어 죽어가는 어린 시월에게 천사처럼 나타난 소년. 나중에, 차욱이 차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민시월은 망설임 없이 차씨 가문으로 시집 와서 자신의 타고난 의술로 차욱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2년 동안 가족과 남편에게 모든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한마디의... "지루하다..." 이건 차욱이 민시월에게 준 평가였다. 화장도 평범하고 스타일도 촌스럽고 성격도 답답한 게 볼 적마다 고구마 먹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채희가 돌아온 후, 차욱은 바로 뜨거운 새 사랑을 시작했다. 신채희, 여우같은 여자.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한 민시월은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드레스, 브라운 긴 머리, 빨간 입술에 크고 매혹적인 눈. 이게 바록 진정한 민시월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또 뭐가 있을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해킹 천재, 최고의 레이싱 선수, 국제에서 이름이 난 신의... 그리고 그녀 곁에 실력만큼 대단한 미모를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자신의 것이 빼앗긴 느낌이 든 차욱은 민시월을 붙잡으려 했지만 더 큰 손이 먼저 차욱의 손목을 잡았다. "제 와이프입니다."
결혼기념일에 남편 내연녀의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니. 약을 먹어 뜨거워진 몸을 달래기 위해 윤우희는 낯선 남자와 황당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렇게 윤우희는 남편과의 첫날밤을 잃게 되었고 그 시각 남편의 내연녀는 임신했다는 보고서를 받게 되었다. 이어지는 충격에 윤우희는 절망에 빠지게 되었고 남편에 대한 마지막 사랑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이혼하자." 이 말과 이혼 서류를 던지고 윤우희는 남편 구인준의 집에서 나왔다. 구인준은 그저 이 또한 윤우희가 관심을 끄는 수작이라고 생각하고 개의치 않았다. 이혼 후, 윤우희는 유명한 화가가 되었고 곁에는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들이 많았다. 그 모습을 본 구인준은 질투에 이성을 잃었고 뻔뻔스럽게 재결합하자는 요구까지 제기했다. "당신에게 아직도 내 곁에 설 자격이 있는 것 같아?" 그러면서 윤우희는 곁에 선 남자의 손을 잡았다. 주위의 분위기는 갑자기 차가워지기 시작했고 애매한 위험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 네 형수를 건드릴 생각인가?" 이 도시의 전설, 거물 중의 거물 려서준인 것이다.
안세연은 말 할 수 없는 벙어리였다. 소진우와 결혼 한 5년 동안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임신한 아이까지 '더러운 유전자'라며 시어머니에 의해 지워야 했다. 드디어 이혼을 결정하고 모든 절차가 끝나자 소진우는 바로 자기의 첫사랑인 맹아연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공개했다. 안세연은 살짝 불룩한 배를 만지며 그 무정한 남편은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진심을 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망을 품고 그녀는 돌아서서 그 남자를 떠났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여기서 끝날 줄 알았는데... 안세연의 빈자리를 느낀 소진우는 전 세계를 뒤집으며 그녀를 찾았다. 그러다 다시 만났을 때, 안세연의 곁에는 진심으로 사랑하는 다른 남자가 나타난 것이다. "세연아... 가지 마..." 소진우는 처음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안세연은 대답 대신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늦었어, 소진우."
김서완은 21세기 약재 가문의 18대 계승자로, 염왕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을 정도인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 만든 단약은 천하의 만병을 치료할 수 있어 모두가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다. 뜻밖에도 하루아침에, 원근에 소문난 승상댁의 추녀가 되었고, 천하를 뒤흔든 전신 왕야를 덮치기까지 했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가 어떻게 역전하는지 지켜보라고! 약혼자를 빼앗아? 그럼 가문둘 수 없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의붓여동생에게 망신을 주고 혼수를 빼앗아 일 푼도 남겨주지 않았다! 만만해 보인다고? 그럼 그녀를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제대로 짓밟아 뭉개주지! 그 못난이 아버지, 독부 계모, 그리고 맨날 연약한 척 연기하는 의붓여동생까지! 못생겼다고? 그럼 얼굴의 반점을 고쳐 좌중을 놀라게 할 절세의 미인으로 변하지! 옛날의 못생겼던 승상댁 적장녀가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왕야까지 자신의 왕비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냉혈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소천경은 자기 부인밖에 모르는 공처가가 되었다. 부인이 누군가를 죽이려 하면, 그는 칼을 건넸고,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 그는 꽃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그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그와 이혼을 하려 한다. 말로는 남자는 자기 발목을 잡는다나 뭐나. 소천경은 너무 억울했다. "그럴 수 없네. 내 순결은 이미 부인에게 주었는데, 부인은 반드시 내 몸을 책임져야 하네."
나은별은 첫날밤을 어느 낯선 남자와 보내게 되었다. 뜨겁고 열정적인 시간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나은별은 자신이 이복언니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지금 눈 앞의 숨 막히게 잘 생긴 남자가 재벌집 후계자라는 것을. 최한결은 처음으로 어떤 여자에게 관심이 생겨 주체할 수 없이 끌리게 되었다. 그녀의 당황한 눈빛을 보고 책임지겠다고 결혼 요청을 했지만 무정하게 거절당했다. 거절도 처음이었다. 최한결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도망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상대방을 호빠의 남자로 생각한 나은별은 바로 선을 그으며 집으로 도망갔다. 그런데 이복언니와 새엄마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내 계획이 실패하다니! 나은별, 이번에 어떻게 도망갈지 두고 보자고." 두 사람은 그녀를 늙고 변태적 성향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 마지막 가치를 싹싹 모아 쓰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문일도 그 제안에 동의한 것이다. 이런! 세상에 친딸을 직접 지옥으로 보내는 아버지가 또 있나?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후 그녀는 스피드 결혼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최한결을 만나게 되는데...
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 목운산장 뒷산 깊은 골목에 무정하게 버려진 한 여인의 모습. 사마음, 마(魔)의 음(音)이란 뜻을 땄다. 그녀의 이름. 몸이 땅과 부딪치는 순간, 사마음은 눈을 번쩍 떴고 이어 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현실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나, 환생한 거야?" 전생의 사마음은 질식하여 죽게 되었다. 상서부의 첫째 딸인 사윤설이 돌아온 후, 둘째 소저인 사마음은 모든 사랑을 잃게 되었다. 이야기는 길었다. 아무튼 사마음 악몽같은 삶은 사윤설이 상서부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은 전생에 사윤설의 계략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 날이었다. 하얀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숨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에 사마음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 "사마음!!!"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사마음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응하였다. "여기요!" 장화가 눈을 밟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큰 그림자가 눈 앞을 가렸다. "어쩌다... 자신을 이리도 불쌍하게 만든 것이냐." 그러면서 남자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사마음을 품에 않았다. 이혁! 이름난 간신. 전생에도 이 남자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수많은 화살에 찔려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사마음은 그의 소매를 꽉 잡았다. 그 동작에 이혁의 마음은 급격히 조였고 빨개진 눈으로 사마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내가 널 지킬 것이니." '이번 생은 내가 널 지킬 것이야.' 사마음의 결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