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당일, 은지안의 신랑은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 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아무 남자나 붙잡아 결혼해버렸다. " 당신이 결혼 할 용기가 있다면 나도 이 결혼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어요!" 결혼 후에야 그녀는 남편이 유씨 집안에서 쓸모없기로 유명한 도련님인 유정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이제 큰 코 다쳐바야 정신차리지." 웃기는 건 그녀를 버린 쓰레기 전남친도 위로하는 척 관심을 보였다."나한테 화난건 알겠지만 너무 경솔했어.조만간 후회할게 되거야." 은지안은 차갑게 웃으며 반박했다."웃기지마! 나와 남편은 서로 많이 사랑하고 있어!" 다들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유정호의 정체가 드러났고, 그는 전 세계 최고 갑부 였다! 전 세계 생방송하는 중에 유정효는 한쪽 무릎을 꿇고 손에 10억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쥔 채 천천히 말했다. "사모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우태야, 결혼식이 곧 시작되는데, 너 가면 안 돼!"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은지안이 황급히 천우태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은 은지안과 천우태의 결혼식 날이었다.
그런데 결혼식이 시작되기 직전, 갑자기 받은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천우태는 공개적으로 결혼식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천우태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말리지 마. 모연이가 지금 다쳐서 병원에 혼자 있대. 지금 분명 두려움에 떨고 있을 거야. 내가 옆에 같이 있어줘야 해."
그 말에 은지안의 얼굴이 순간 백지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이모연은 천우태와 함께 자란 소꿉친구였다.
은지안이 천우태와 사귄 5년 동안, 둘이 같이 있을 때마다 이모연에게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천우태는 항상 은지안을 혼자 내버려두고 서슴없이 그녀에게 달려갔었다.
천우태는 항상 이모연을 단지 여동생으로 생각한다며 은지안에게 이해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5년 간의 감정을 지키기 위해 계속 참아왔다.
하지만 오늘은 두 사람의 결혼식이다.
아무리 이모연이 천우태가 필요하다고 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곧 남편이 될 사람이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걸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은지안은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다. "안 돼... 신랑이 없으면 결혼식을 어떻게 진행해? 제발... 오늘만은 가지 말아줘..."
하지만 천우태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만해! 지금은 네가 이기적으로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야.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하면 되지만 모연이는 지금 많이 다쳤단 말이야. 더 지체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네가 책임질 수 있어? 비켜!"
말을 마친 그는 은지안을 거칠게 밀쳤다.
무방비 상태였던 은지안은 예상치 못한 힘에 비틀거리며 바닥에 넘어졌고, 점점 멀리 사라져가는 천우태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 순간, 은지안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지안이 무의식적으로 전화를 받자, 한 여자의 오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지안, 오늘이 너랑 우태 결혼식 날이라며? 어때? 내가 준비한 선물, 마음에 들어?"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차린 은지안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모연... 너 일부러 우태를 불러낸 거지?"
"그래, 나 일부러 그랬어. 그게 뭐? 난 너한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거든. 우태는 너보다 날 더 소중히 여긴다는 걸!" 이모연의 목소리는 오만함이 가득 묻어있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정말 고생 많았겠다. 하지만 아쉬워서 어쩌지? 이제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으니, 나도 마음이 너무 아프네."
은지안은 자신이 입고 있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바라보며 지난 5년 간의 버팀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고아 출신인 그녀의 가장 큰 꿈은 자신만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깨달은 것은, 천우태가 그 꿈을 이뤄줄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놓아줄 때가 왔다.
은지안은 차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쉽지만 그건 네 뜻대로 될 것 같지 않은데. 결혼식은 계속 진행될 거니까."
이모연은 비웃듯 말했다. "은지안, 너 드디어 미쳤구나? 신랑 없이 결혼식을 어떻게 한다는 거야?"
은지안은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누가 신랑이 반드시 천우태여야 한다고 했나?
그녀를 버리고 간 남자 대신, 진정으로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을!
"아무튼, 천우태에게 전해. 오늘 은지안이 천우태를 버렸다고! 내가 버린 남자를 그렇게 탐낸다면, 기꺼이 너에게 줄게. 쓰레기 같은 남자에 비겁한 여자라니, 너희들 완전 천생연분이잖아. 오래오래 잘 살아라!"
말이 끝나자 곧이어 이모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지안, 너 지금 말 다했..."
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은지안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결혼식까지 30분밖에 남지 않은 지금, 그녀는 서둘러 신랑 대체자를 찾아야 했다.
드레스 끝자락을 들고 급히 밖으로 나가자, 놀랍게도 교회 밖에 수많은 검은 정장의 경호원들이 엄숙한 분위기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쪽에는 새하얀 웨딩 턱시도를 입은 남자가 휠체어에 앉아 있었는데, 그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기운에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했다.
그는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눈 앞의 부하에게 물었다. "결혼식이 곧 시작되는데, 아직도 못 찾았어?
그러자 경호원은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도련님, 교회 근처를 전부 다 수색했지만 혜나 아가씨를 못 찾았습니다. 아마도 도망간 듯합니다..."
"도망갔다고?" 남자의 중저음 목소리는 매력적이었지만 야수 같은 잔혹함이 서려 있었다. "결혼식을 제때에 올리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잘 알고 있겠지?"
은지안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이 남자 역시 그녀처럼 결혼식 당일에 버림받은 신세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드레스 끝자락을 들고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경호원들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그녀를 막아섰다.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휠체어에 탄 남자의 시선도 은지안에게 향했고 그 눈빛에는 강렬한 압박감이 담겨있었다.
하지만 은지안은 눈 한번 깜빡 하지 않고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신부님께서 도망가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제가 당신의 신부가 되어드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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