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었다. 나는 그의 그림자이자, 은밀한 연인이었다. 모든 것은 내가 결혼하기로 했던 남자, 그의 형에게 죽음의 문턱에서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약속이 끝나는 날, 그는 내게 다른 여자와의 약혼 파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5년이었다. 나는 그의 그림자이자, 은밀한 연인이었다. 모든 것은 내가 결혼하기로 했던 남자, 그의 형에게 죽음의 문턱에서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약속이 끝나는 날, 그는 내게 다른 여자와의 약혼 파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5년이었다.
나는 그의 그림자이자, 은밀한 연인이었다.
모든 것은 내가 결혼하기로 했던 남자, 그의 형에게 죽음의 문턱에서 한 약속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약속이 끝나는 날, 그는 내게 다른 여자와의 약혼 파티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제1화
5년의 마지막 날이었다.
차이수가 약속을 한 지 1825일째 되는 날.
그리고 마침내 그 약속을 깨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차이수는 통유리창 옆에 서 있었다.
그녀의 시선은 아래로 펼쳐진 거대한 도시의 불빛에 고정되어 있었다.
불빛들은 의미 없는 색의 얼룩으로 흐릿하게 번져나갔다.
지난 5년간, 그녀는 강태준의 그림자였다.
그의 비서, 그의 문제 해결사, 그의 분노를 받아내고 뒤치다꺼리를 하는 여자.
동시에 그의 연인이기도 했다.
삭막하고 호화로운 펜트하우스에 숨겨진 비밀.
그녀는 그릇된 의무감 때문에 그 모든 역할을 기꺼이 해냈다.
모든 것은 죽어가는 한 남자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남자.
그 기억은 여전히 숨을 멎게 할 만큼 강력했다.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 집요하게 울리던 기계음, 그리고 그녀의 손안에서 차갑게 식어가던 강태준의 형, 윤지한의 손.
“5년만, 이수야.”
그의 목소리는 힘없는 속삭임 같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따뜻한 중저음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딱 5년만 내 동생 좀 지켜봐 줘. 걔는 무모해. 나한텐 걔밖에 없어. 약속해 줘.”
윤지한.
그녀의 미래이자, 남편이 될 사람이었다.
그녀 세상의 유일한 빛.
뒤틀린 쇳덩어리와 산산조각 난 유리 파편 속에서 꺼져버린 빛.
그는 동생에게 ‘윤’이라는 성을 물려주기도 전에, 입양 절차를 마치기도 전에 떠나버렸다.
그녀는 그러겠다고 했다.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을 것이다.
그리고 슬픔 속에서, 그녀는 그 헌신을 그가 남긴 유일한 사람에게로 옮겼다.
자신이 짊어진 약속의 무게를 강태준에 대한 사랑으로 착각했다.
그때, 등 뒤에서 문이 거칠게 열렸다.
“차이수.”
강태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게 정적을 갈랐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귀에 바싹 붙인 휴대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
그는 수화기에 대고 쏘아붙였다.
전화를 끊은 그는 휴대폰을 가죽 소파 위로 던져버렸다.
차갑고 무시하던 눈빛은 온데간데없었다.
익숙하고 장난기 어린 잔인함이 가득한 그의 눈이 마침내 그녀에게 향했다.
“그건 어떻게 됐어?”
“인수 제안서는 책상 위에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감정이 배제된 채 밋밋했다.
“주요 리스크 요인들은 표시해 뒀습니다.”
“네 분석 따윈 필요 없다고 했을 텐데.”
그는 입가에 비웃음을 머금은 채 말했다.
그는 바로 걸어가 자신을 위해 술을 따랐다.
그는 이런 게임을 즐겼다.
자신이 그녀 위에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즐겼다.
그는 그녀가 자신을 절망적으로 사랑하며, 절대 곁을 떠나지 못할 충성스러운 강아지라고 확신했다.
“HS 그룹 합병 건 말이야. 나 최세라랑 결혼해. 회사에도, 우리 집안에도 중요한 일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몇 달간은 처신 잘해. 드라마 찍지 말고, 알아들어? 네가 얼마나 감정적인지 잘 아니까 하는 말이야.”
최세라가 방 안으로 우아하게 들어와 등 뒤에서 강태준의 목을 감쌌다.
그녀는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승리감에 번뜩이는 그녀의 눈이 그의 어깨너머로 이수의 눈과 마주쳤다.
“태준 씨, 너무 그러지 마.”
최세라가 거짓된 다정함이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수 씨도 최선을 다하잖아. 그냥… 뭐랄까, 근본도 없는 애한테 우리가 겪는 압박감을 이해하라고 할 순 없잖아? 어떤 사람은 타고나길 이끄는 사람이고, 다른 사람은 따르는 사람인 거지.”
최세라를 보자 강태준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몸을 돌려 그녀를 품에 안았다.
“넌 너무 착해.”
익숙한 장면이었다.
지난 5년간 지겹도록 봐온 연극.
오만한 재벌 3세, 그의 완벽한 상류층 여자친구, 그리고 쓸모없고 상사병에 걸린 부하 직원.
완벽하게 관리된 최세라의 손이 잔이 아닌, 강태준의 셔츠 앞섶을 도발적으로 쓸어내렸다.
“어머, 자기야.”
그녀는 이수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속삭였다.
그녀는 일부러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근처 테이블을 흔들었다.
레드 와인 잔이 넘어졌다.
와인이 강태준의 새하얀 셔츠 위로 그대로 쏟아졌다.
“이게 무슨 짓이야!”
그녀는 이수를 향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쳤다.
“네가 너무 가까이 서 있어서 놀랐잖아. 이거 맞춤 셔츠인데!”
터무니없고 노골적인 비난이 허공에 맴돌았다.
이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태준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는 셔츠의 얼룩과 이수를 번갈아 보았다.
그의 눈에는 익숙하고 섬뜩한 분노가 가득했다.
“눈은 장식이야?”
그가 뱉어냈다.
“내 눈앞에서 꺼져.”
심플한 검은 드레스 주머니에 감춰진 이수의 손이 주먹으로 쥐어졌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1년 전 그날 밤이 떠올랐다.
술에 취해 약해진 그가 자신을 이해하는 건 너뿐이라며, 어쩌면 우리에게도 진짜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고 속삭였던 밤.
그 단 하나의 약속, 그 한 줄기 희망이 그녀를 이곳에 묶어두었다.
그가 까맣게 잊었거나, 애초에 진심이 아니었을 그 약속.
작고 날카로운 통증이 차라리 반가웠다.
그것만이 현실이었다.
그녀는 말없이 돌아서서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태준의 목소리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
그녀는 그들에게 등을 보인 채 멈춰 섰다.
“나 최세라랑 약혼해.”
그의 목소리에는 의도적인 잔인함이 배어 있었다.
“파티는 다음 달이야. 준비는 네가 맡아서 해. 알다시피 내가 미래를 계획하는 데는 아주 뛰어나잖아. 지한이 형은 너한테 그럴 기회조차 주지 못했다는 게 참 안타깝네, 안 그래?”
한마디 한마디가 망치처럼 내리쳤다.
이것이 끝이었다.
마지막 확인 사살.
하지만 고통 대신, 이상하고 깊은 해방감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자신이 강태준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잔인한 일격과 함께, 슬픔과 의무감의 안개가 마침내 걷혔다.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다.
그녀는 유령에 매달려, 죽은 남자에 대한 약속을 그의 동생에게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지키려 했을 뿐이다.
그녀는 자유로워졌다.
“축하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차분했다.
그 단어는 잿더미 맛이 아니었다.
수년간의 지하 감옥 생활 끝에 마시는 첫 깨끗한 공기 맛이었다.
강태준의 비웃음이 흔들렸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의 눈에 혼란과 짜증이 스쳤다.
이건 그가 원했던 반응이 아니었다.
눈물은 어디 갔지? 애원은? 상처받은 마음은?
그는 이 불안한 평온함이 싫었다.
그는 무언가 더 날카로운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그는 인상을 쓰며 최세라에게 돌아섰다.
*그래,* 그는 생각했다.
*그냥 숨기는 거겠지. 집에 가서 펑펑 울 거야. 나한테 미쳐서 절대 떠날 리 없어.*
그는 그녀가 절대 살 수 없는 비싼 명품 핸드백이나 하나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그걸로 해결됐으니까.
그녀는 펜트하우스를 걸어 나왔다.
그녀의 발걸음은 침착하고 절제되어 있었다.
뛰지도, 울지도 않았다.
같은 건물에 있는 그녀의 작은 오피스텔의 삭막한 정적 속에서, 그녀는 노트북을 꺼냈다.
그녀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날아다녔다.
그녀의 움직임은 정확하고 기계적이었다.
이메일에 답장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아시아 크로스컨트리 랠리에 참가 신청을 하고 있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혹독하고 위험한 내구 레이스.
그녀는 지난 5년간 아무도 부르지 않았던 이름을 사용했다.
다른 삶에 속했던 이름.
약속 이전의 삶.
확인 이메일이 받은 편지함에 도착했다.
돌이킬 수 없었다.
그녀는 노트북을 닫았다.
약속은 끝났다.
그녀의 형기도 끝났다.
이제 사라질 시간이었다.
내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약혼자였던 강태준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7년 전, 그는 내 부모님과 함께 내게 애원했다. 입양된 동생, 최세희가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세희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 그들은 세희가 너무 연약해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게 선고된 7년은 그저 작은 희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청담동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세희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웅장한 현관에 나를 혼자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와 내가 3층의 먼지 쌓인 창고 방에 머물러야 한다고 통보했다.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세희가 돌아왔을 때, 내 존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제나 세희가 우선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내 대학 장학금도 빼앗겼고, 그 애 때문에 내 인생의 7년도 잃었다. 나는 그들의 친딸이었지만,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날 밤, 비좁은 방에 홀로 누워 있을 때였다. 교도관 한 분이 몰래 쥐여준 싸구려 대포폰이 진동했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8년 전, 내가 지원했던 기밀 직책에 대한 채용 제안이었다. 새로운 신분과 즉각적인 해외 이주 패키지가 포함된 조건. 탈출구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수락하겠습니다.”
7년의 연애 끝에 알게 된 건, 약혼자 민순양이 내 절친 궁리혜와 놀아나고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 내가 하혈하며 아이를 잃어가던 그 순간에도, 그는 리혜의 가짜 공황 발작을 챙기느라 내 연락을 무시했다. 가족들은 더 끔찍했다. 민순양에게 받은 돈이 끊길까 봐, 핏물 젖은 침대에 쓰러진 나를 외면하고 그에게 빌라고 강요했다. 민순양은 내 전 재산을 빼돌리고 나를 별장에 감금한 채, 리혜를 보호하기 위해 나를 기자회견장에 세웠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사과하라는 그의 명령에, 나는 순종적인 인형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가 죽은 듯 지내며 그들의 불륜과 횡령, 감금 증거를 모으고 있었다는 것을. 생방송 카메라가 켜지고 수많은 플래시가 터지던 순간, 나는 준비해 둔 증거 서류를 허공에 뿌리며 마이크를 잡았다. "민순양 씨, 이제 쇼는 끝났어."
내 남편과 아들은 병적으로 나에게 집착했다. 끊임없이 다른 여자, 윤세라에게 관심을 쏟아부으며 내 사랑을 시험했다. 나의 질투와 비참함이, 그들에게는 나에 대한 헌신의 증거였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다.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 음악을 작곡했던 내 손이, 그 사고로 처참하게 으스러졌다. 하지만 남편 강태준과 아들 강시우는 윤세라의 가벼운 머리 부상을 먼저 챙겼고, 내 인생은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내가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고, 질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조각상처럼, 평온한 가면을 쓴 얼굴로 침묵했다. 나의 침묵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잔인한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성대하게 열린 윤세라의 생일 파티에서, 나는 외딴 구석에 앉아 그들을 지켜봤다. 심지어 강태준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금 목걸이를 내 목에서 거칠게 뜯어내 윤세라에게 주었고, 그녀는 보란 듯이 그 목걸이를 구두굽으로 짓밟아 뭉갰다.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새장이었다. 나의 고통은 그들의 오락거리였고, 나의 희생은 그들의 트로피였다. 차가운 병원 침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며, 내가 수년간 키워온 사랑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시들어 재가 되었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만 남았다. 이제 끝이었다. 나는 그들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다.
내 남편, 강태준은 열아홉 살짜리 여자애들과 계절마다 연애하는 걸로 유명한, 서울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바람둥이였다. 지난 5년간, 나는 내가 그를 길들인 유일한 예외라고 믿었다. 그 환상은 아버지에게 골수 이식이 필요해졌을 때 산산조각 났다. 완벽한 기증자는 열아홉 살의 유아리라는 아이였다. 그리고 수술 당일,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강태준이 그녀를 병원에 데려오는 대신, 침대에서 함께 뒹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배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했을 때, 그는 그녀를 먼저 구하고 나는 떨어지도록 내버려 뒀다. 샹들리에가 무너졌을 때,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쌌고, 피 흘리며 쓰러진 나를 밟고 지나갔다. 심지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유품까지 훔쳐 그녀에게 줬다. 그 모든 일을 겪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나를 이기적이고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사라졌다. 내가 떠나던 날,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좋은 소식이야, 네 아버지한테 다른 기증자를 찾았어. 같이 수술 일정 잡으러 가자."
내가 스물두 살 생일 선물로, 그리고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디자인한 권도혁의 새 회사 로고. 그가 자신의 심복에게 나를 없애기 위해 약혼을 꾸미는 거라고 말하는 순간, 로고는 내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졌다. 푹신한 카펫 위로 툭, 하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소리는 클럽에서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에 흔적도 없이 삼켜졌다. 내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췄다.
결혼식 날, 김준현은 마음속에 잊지 못할 여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나를 버렸다.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항상 나에게 상냥하던 그는 처음으로 초조해 보였다. "결혼식은 중요하지 않아. 나중에 내가 너한테 더 잘해줄게." 실망한 나는 결혼을 취소하자고 제안했다. 김준현은 내가 단지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친구들이 그를 설득하려 했을 때도, 그는 "괜찮아. 화가 가라앉으면 그녀는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김서진이 우리의 혼인 증명서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김준현은 갑자기 미쳐버린 듯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김준현은 그곳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나는 그 남자 뒤에서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조카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아빠, 저는 김현욱과 헤어지고 최강의 마피아 가문인 빅토리 가문과 손을 잡을 수 있어요. 그 잔인한 상속자와 결혼할게요." 가운을 헐렁하게 걸치고 있는 이유빈의 목에는 키스 자국이 여기저기에 선명히 나 있었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아버지가 제 조건을 받아주신다면, 저 시집갈게요." 전화 너머로 그녀의 아버지 이호준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지만, 이유빈은 갑자기 전화를 끊어버렸다. 김현욱은 욕실에서 나와서 젖은 머리카락의 물방울을 닦았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유빈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침대로 함께 굴러떨어졌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지만, 이유빈의 눈은 차가웠다. 코스타 가문의 딸인 이유빈은 본인의 신분을 속인 채 가문의 지방 책임자인 김현욱과 5년간 비밀리에 연애를 했다. 그녀는 3일 전에 납치당했었다. 납치범들은 김현욱의 손에 있는 물건을 노리고 그녀를 인질로 삼았고, 그들은 이유빈으로 김현욱을 협박하려 했다. 그녀는 밤새도록 배터리가 없어질 때까지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결국 김현욱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놈들은 이유빈을 절벽으로 떨어뜨렸고 그녀는 온몸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다행히 가문의 수장이 구해준 덕에 그녀는 간신히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다. 그날 밤 김현욱은 그녀 아버지의 사생아인 이예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빈은 그제야 김현욱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다. 김현욱은 오늘 그녀에게 청혼했고, 정신을 차린 이유빈은 그를 위해 깜짝선물을 준비했다. 바로 김현욱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임하늘은 3년 동안 이부인한테 순종해왔고 사랑하기 때문에 참고 양보했지만, 남편 이준재에게 늘 무시당했다. 그는 심지어 여동생이 임하늘을 술에 취하게 먹이고 고객의 침대로 보내는 것마저 눈감아 주었다. 완전히 정신차린 임하늘은 이혼 합의서를 남기고 떠났고, 나중에 만인의 사랑을 받는 눈부신 진주가 되었다. 재회할 때 그녀는 자신만만하고 침착했으며, 곁에는 이미 귀인이 함께했다. 이준재는 라이벌이 자신과 생김새가 매우 닮았다는 것을 발견하고서야 자신이 지금까지 다른 사람의 대체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녀를 구석에 몰아 세우고 벽치기를 하며 물었다."임하늘, 날 가지고 논거야?"
남성에서 박우빈이 권한별과 결혼하는 것이 권세의 압박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오늘날 그의 첫사랑은 임신한 몸으로 돌아왔는데 많은 사람들이 권한별이 명문 가문의 버림받는 여인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권한별은 떳떳하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가정법원에서 빨리 처리해달라고 조르고 있어요.내가 당신들보다 더 간절하다고!" 모두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믿지 않는 눈치였다. "뻥치지 말아요, 박사장님이야마로 당신과의 이혼을 꿈꾸고 있을 거예요." 그러나 박우빈의 한 인스타그램의 내용이 실시간 검색어로 폭발했다: "꿈도 꿈지마. 이혼은 절때 불가능 해. 근거없는 헛소문을 퍼뜨리면 각오하는게 좋을거야!" :권한별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이 남자, 도대체 뭘 하자는 거지?'
강태준과의 결혼식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7년의 연애. 나는 우리의 미래가 완벽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강태준은 머리를 다쳤다며 ‘선택적 기억상실’을 주장했다. 오직 나만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기억을 되찾게 하려고 애썼다. 그의 영상 통화를 엿듣기 전까지는. “완전 천재적인 작전이었어.” 그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상실은 결혼 전 인플루언서 클로이 반과 놀아나기 위한 가짜 ‘자유이용권’이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거짓말을 믿는 척했다. 그가 대놓고 클로이와 시시덕거리는 것과 조롱하듯 보내오는 셀카 사진들을 모두 견뎌냈다. 그는 내 고통을 비웃었고, 클로이의 가짜 응급 상황을 우선시했다. 그가 일으킨 사고 후, 그는 다친 나를 버려두고 클로이부터 병원으로 보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나를 고립시키려 했다. 내 약혼자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고 계산적인 괴물일 수 있을까? 그의 배신은 모든 추억을 독으로 물들였다. 그 끝없는 잔인함을 믿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 그의 뻔뻔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그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너지는 대신, 차가운 계획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나는 내 존재를 지우고, 오채원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와 나의 과거, 그리고 그의 약혼반지를 영원히 버리고 사라져 내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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