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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가까운 거리

너무 가까운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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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3년 전, 김현빈은 한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사랑한다며 결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 집안은 이미 박지효를 며느리로 인정했고 빠른 시간 내에 결혼을 하도록 요구했다. 집안의 강력한 요구하에 김현빈은 동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효는 꿈에서 그리던 대학의 통지서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생활에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났다. 3년 후, 김현빈이 사랑하는 여자가 심하게 아프게 되었고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그는 박지효에게 이혼을 제시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지효의 모습을 보고 현빈의 마음은 통제할 수 없이 그녀에게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요?

제1화 이혼을 위해 돌아오다

박지효의 시점:

나는 다시 한번 시간을 확인하고 한숨을 쉬었다. 비행기가 착륙한 지 한 시간 반이나 됐고, 시계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계획대로라면 명의상 남편 김현빈이란 사람은 오늘 공항으로 나와 나를 마중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쯤 그는 여자친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나는 머리를 젓고 그 생각에 씁쓸하게 웃으며, 일어나서 짐을 챙겨 공항을 나섰다.

나는 3년 전에 김현빈과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꿈에 그리던 해외 대학교에서 좋은 소식을 받았다. 나는 그 학교의 시험에 합격했기 때문에 공부를 하기 위해 그곳으로 떠났다. 김현빈과 나는 3년 동안 서로를 보지 못했다. 내가 유학을 하는 동안 그는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와 매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나는 공부를 끝내고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나는 우리의 유명무실한 결혼을 끝내고 싶었고 더 이상 이렇게 일방적인 희망을 품고 갈 필요가 없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김현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얘기해보자."

얼마 되지 않아, 나는 텅 빈 우리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짐 가방을 옆에 놓고 거실로 향한 다음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집을 둘러보니 몇 년 동안 아무도 이곳에서 살지 않은 것 같았으니 사람의 흔적이 하나도 없었다. 우리의 결혼 사진은 아직 벽에 걸려 있었지만 마치 나를 모욕함과 슬픔을 느끼게 만들었다.

나는 핸드폰을 힐끗 봤다. 김현빈은 아직 답장하지 않아서 오늘 밤은 집에 돌아오지 않겠지?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밖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가 내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나는 아직도 무정한 내 남편으로부터 뭔가를 기대하는 걸까? 그럴 리가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나는 이를 악물고 떨리는 손을 꽉 붙잡았으며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나는 그 사람과 끝내러 온 거야.'

문고리가 돌아가며 문이 열렸다. 김현빈은 불을 켰고, 불빛이 복도까지 그의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가 그가 걸어 들어왔다. 그는 목탄흑색의 정장과 티 없는 하얀 셔츠를 입어,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그의 날렵한 얼굴과 툭 튀어나온 광대뼈를 가리지 못했다. 모든 게 예전과 똑같았다. 여전히 멀리서도 느낄 수 있는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내 심장은 더 빠르게 뛰었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그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잊고 있었던 나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 세상에 속한 사람이 아닌 신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항복시킬 수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간이 그를 더 성숙하고 눈길을 끄는 남자로 만들었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눈을 피했다.

그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고,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런 다음, 그는 차갑고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나는 오만불손했다. 그의 깊은 눈 속에 비친 나의 그림자가 보였다.

"돌아왔어?" 그는 얼음 같은 차가운 톤으로 말했다. 내가 이 목소리를 잘 알고 있지 않았다면 털을 곤두세웠었을 것이다.

"맞아." 나는 무관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변호사가 방금 이메일을 보냈어." 김현빈이 말하며 넥타이를 풀었다. 그의 근육질 가슴이 셔츠 사이로 보였다.

"확인해볼게." 나는 침을 삼키며 무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이메일을 확인했고, 받은 편지함에 도착한 새 이메일의 제목이 단번에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혼 합의서'.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겪으면 마치 누군가 칼을 가슴에 꽂은 듯했다. 그 통증은 빠르게 나의 마음을 쿡쿡 찔렀으며, 유일하게 다행스러웠던 점은 이 통증으로 인해 내가 잠깐 김현빈의 마법 같은 매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 서명할게."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곧 전 남편이 될 사람을 바라봤다. 그는 더 이상 나와 아무런 사이도 아닌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지금껏 김현빈의 부인인 척을 잘도 해 왔지만 이제 그런 연극은 끝낼 시간이었고, 김현빈이란 남자를 내 세상 밖으로 밀어낼 때가 왔다.

"계약 내용 먼저 읽지 않고?"

"괜찮아. 김현빈 씨는 전 부인에게 관대할 테니까."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전 부인, 이렇게 직설적인 표현을 써도 되는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 가든 거리의 집이 네 소유야. 그리고 도심에 있는 아파트도..."

"언제?" 나는 김현빈의 말을 막았다.

"뭐라고?" 그는 얼굴을 찌푸리고 쏘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서류에 서명은 언제 하지?" 나는 부드럽게 물었다.

"변호사와 약속을 잡을게." 김현빈이 턱을 살짝 내리며 대답했다.

"알았어. 전화 기다릴게."

잠깐의 침묵이 지난 후, 그는 다시 나를 올려다봤다.

"은혜 건강이 좋지 않아. 나는 그저 은혜의 마지막 소원을 이뤄주고 싶을 뿐이야." 그는 설명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고 목이 메었다.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다니, 당신보다 착한 사람이 또 없겠네. 하지만 꼭 나를 희생시켜야만 했을까? 그래, 어쩌면 나는 상처 받을 자격도 없는가 보다. 결국, 나는 가짜 김 씨 부인일 뿐이고 누군가의 그림자일 뿐이니까.

"이해 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그의 면전에 대고 하고 싶은 말이 넘쳐났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내 변호사한테 말해서 합의서에 넣으라고 할게."

"아니, 괜찮아. 합의서 내용이 뭐든, 그걸로 충분해." 나는 다시 한번 입꼬리를 끌어 올려 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일 은혜를 보러 와." 김현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앞에서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에게 부탁하는 게 아니었고 자신의 여자친구를 보러 오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내가 왜 그 여자를 만나러 가야 하는 거지? 내 상처에 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었던 걸까?

"왜 그래야 하지?" 나는 정색을 하고 그에게 물었다.

"나는 은혜가 우리의 이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해. 은혜한테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돼서 이혼했다고 해. 우리의 결혼을 끝내기로 한 건 은혜와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그는 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내 눈을 바라봤다.

"알았어."

나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말을 거역하는 일은 나에게 있어 늘 쉽지 않았다. 그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말하면, 나는 저항하지도 않고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내일 데리러 올게."

"괜찮아. 그냥 문자로 주소 보내줘. 그쪽으로 갈 테니까."

김현빈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눈길을 한 번 준 다음 떠났다.

나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그가 멀어져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우리는 지난 3년간 결혼 사실을 숨겨왔다. 가족과 친한 친구 외에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 몇 달 전, 언론이 김현빈과 이은혜의 약혼 소식을 보도했다. 이은혜가 웨딩 드레스를 입어보는 사진이 온 인터넷에 퍼졌다. 천생연분이다고 하면서.

나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긴 밤을 보냈다. 그리고 매 번, 내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김현빈에게로 향했다. 그 당시에 나는 우리 관계에서 희망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적어도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만 하면 그가 나와 사랑에 빠져 우리의 관계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사랑했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나는 상대방이 사랑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약간의 애정을 바라는 게 아니라 내가 그를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람도 나를 사랑하기를 말이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그를 기다려왔다. 우리 사이의 거리가 있는데도 나는 내가 간직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는 데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없었다. 그 사람에 대한 마음도 어느새 사라진 것 같았다.

전에 매달리며 애정을 갈구하던 박지효는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였고, 이제는 그녀의 시체에서 새 사람이 태어났다.

나는 가방을 들고 방으로 올라가 짐을 풀었다. 그리고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방은 내가 떠난 이후로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 같았다. 침대의 시트에는 헝클어진 잡동사니나 주름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김현빈은 지난 3년 동안 이 방을 사용하지 않은 게 분명하고 아마 다른 곳에서 이은혜와 함께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에 나는 얼굴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발코니로 나갔다. 놀랍게도, 김현빈의 차는 아직 주차되어 있었다.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지? 얼른 이은혜에게 돌아가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차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데, 내 전화가 울렸다. 나라의 전화였다.

"나라야!"

"드디어 돌아왔네!"

"응."

"나 아직 출장 중이야. 오늘 공항으로 픽업 못 가서 미안해."

"괜찮아. 일이 먼저지."

"아주 돌아온 거야? 아니면 기회만 있으면 다시 떠날 거니?"

"일단은 머무를 것 같아."

"좋네! 그럼 우리 방송국에서 일해. 네가 이 일에는 딱이야. 너는 미디어를 전공했고, 듣기 좋은 목소리를 가진데다 엄청나게 예쁘잖아. 사람들이 널 엄청 좋아할 거야. 딱 네 일이라고. 어때?"

"생각해 볼게."

"김현빈은 만났어?" 마치 뭔가를 떠보려는 듯이 나라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응." 나는 진입로에 있는 김현빈의 차를 다시 쳐다봤다.

"그 여자친구 얘기도 해줬어?"

"응."

"정말 뻔뻔한 놈이네! 어떻게 너한테 그 여자 얘기를 할 수 있니?"

"괜찮아, 나라야. 내일 은혜 씨를 보러 와 달라길래 알았다고 했어."

"뭐라고? 네 남편을 뺏어간 여자를 만나는 데 동의했다고? 박지효, 너 진짜 미쳤니? 그 여자는 네 남편을 유혹하고 너랑 이혼하도록 유도한 사람이야. 그 여자 인내심 하나는 참 끝내준다. 김 씨 가문은 3년 전부터 그 여자를 받아들이지 않았잖아. 무슨 자신감으로 어르신들의 마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래?" 나라는 전화 반대편에서 불평했다.

"이미 얘기는 끝났어. 이제 과거는 과거로 두고 싶어." 나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과거? 지효야, 너 아직도 그 사람 사랑하잖아. 안 그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아직 그를 사랑했다.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춘 적이 없었다.

"지효야!" 소리를 지르는 나라의 목소리에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나라야, 나 너무 피곤해. 내가 내일 전화할게. 곧 보자."

나는 나라가 항의할 틈도 없이 전화를 끊었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김현빈의 차는 여전히 거기에 있었고, 곧 떠나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고 나는 방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웠다. 나는 등을 대고 누워 천장을 올려다보며 잠이 오기를 기다렸으며,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고, 김현빈이 밖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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