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별은 손톱으로 주태현의 등을 파고들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은은한 조명하에 매혹적으로 반짝거렸고 끈적거리는 욕망이 뜨겁게 공기에 퍼졌다. 그녀의 벌어진 입술은 주태현의 어깨를 탐했고, 이내 둘은 깊은 사랑을 나눴다. 몸의 열기에 서한별은 눈을 가늘게 떴고 주태현의 부드러움을 느끼고 있을 때,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나 곧 결혼해.” 이날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순간에 들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서한별은 지금 임신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으로 주태현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모든 것은 그녀만의 착각일 줄이야. 결국 서한별은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고, 3년 후 다시 주태현 앞에 나타났을 때 곁에는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주태현은 흔들리는 마음을 통제할 수 없었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한별아, 우리 결혼하자.” 서한별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주태현 씨, 죄송하지만, 저 약혼했어요.”
신음 소리를 내던 서한별은 손톱으로 주태현의 등을 파고 들었다.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은은한 조명하에 매혹적으로 반짝거렸고 끈적거리는 욕망이 뜨겁게 공기에 퍼졌다.
그녀의 벌어진 입술은 주태현의 어깨를 탐했고, 이내 둘은 절정을 향해 달려갔다.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귓가에 크게 울렸고 그녀가 정성스레 말아 올린 속눈썹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탈력으로 인해 몸에 힘이 풀리면서 주태현의 품에 기대어 서한별은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달아오른 몸의 열기에 서한별은 얼얼했지만 주태현 몸의 온기를 탐해 그에게서 멀리 떨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결국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것은 주태현이었다. 그는 침대 발치에 걸려 있는 회색 가운을 집어 몸에 걸쳤다.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지만, 말투는 차가웠다. "서한별, 나 결혼해."
그녀는 벼락을 맞은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서한별은 방금 전까지 나눴던 애정 행각이 거짓말인 듯 느껴졌고, 불그스름했던 얼굴은 이제는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그러니까 그만 만나자."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 주태현이 덧붙였다.
서한별은 뒤엉킨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었다. 몇 분 전만 해도 열정과 욕망으로 빛나던 그녀의 눈빛은 흐려졌고, 손은 서서히 주먹으로 변해 침대 시트를 꼭 움켜쥐었다.
그녀의 몸은 몇 시간 동안의 애정 행각으로 인해 여전히 뻐근했는데, 주태현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녀와의 결별을 통보한 것이다.
늘 본능에만 충실하던 그는 무자비하고도 냉정한 사람이었다.
진작에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들이 함께한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서한별은 단 한 번도 주태현의 마음을 얻은 적이 없다는걸.
하긴, 스스로 원해서 바친 몸이라 지금 와서 다른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서한별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씁쓸함을 애써 삼키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백씨 가문의 그 아가씨랑?"
주태현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 빨았다. "그래." 그는 담배 연기를 천천히 내뿜으며 말했다. "양가는 오랜 세대 동안 사이가 좋았지. 이번 결혼은 여러 면에서 나에게 도움이 될 거야."
서한별은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그녀의 어깨와 등에는 방금 생긴 키스마크가 아직도 선명했다.
"그래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만났으니, 원하는 게 있으면 말만 해. 돈, 집, 차. 뭐든 다 되니까"
"주태현, 난 몸을 파는 사람이 아니야!"
주태현은 재떨이에 담배를 비비며 말했다. "알아. 그러니까 이건 보상이라고. 네가 받으면 우린 퉁 친 거야.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오늘 여기서 끝내자고. 깔끔하게."
"이미 말했잖아. 난 몸 파는 사람이 아니니까 보상은 필요 없어."
주태현은 한숨을 쉬었다. "서한별, 억지도 적당히 피워."
서한별은 날카롭게 반박하려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이 남자를 선택한 것은 다름아닌 그녀 본인이었다.
주태현은 항상 여자들에게 무관심하고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서한별은 자신만의 망상에 빠져 이를 거짓이라 생각해 왔다. 그녀는 그와 만난 바로 그날 잠자리를 함께했다. 그는 두 사람이 연애 중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인정한 적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부인한 적도 없었다. 곧 그들은 동거를 시작했다.
모든 일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난 나머지 서한별은 자신이 그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게 그녀의 망상인 듯 보였다.
서한별은 저에게 등을 돌린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좌절했다. 이제 그녀를 보기조차도 싫다는 건가?
가슴속에서 깊은 슬픔이 솟구치며 눈물을 훔치던 서한별은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끼자 침대를 박차고 쏜살같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주태현은 얼굴을 찌푸리며 뒤따라갔다. "임신했어?"
서한별은 몸을 들썩거렸지만, 헛구역질이었다. 지난 이틀 동안 이런 증상을 겪었지만 단순히 음식을 잘못 먹은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주태현의 질문을 듣고는 그녀의 심장이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만약 정말로 임신했다면, 아마도...
그러나 이어지는 주태현의 말에 서한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검사 받아보고, 바로 처리하지. 난 사생아를 원하지 않으니까."
역시, 주태현다웠다. 언제나 매정했으니.
서한별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그럴 필요는 없어. 어제 이미 병원 다녀왔으니까. 그냥 잘못 먹었을 뿐이야."
주태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임신 테스트를 안 받겠다는 거야?"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걱정하지 마, 너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이야. 네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될 거고, 나도 처신 잘 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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