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남자의 비서였고, 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 그녀는 남자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아내였다. 임신 결과가 나온 그날, 서지하는 흥분된 마음으로 결과지를 들고 배혁준을 찾으러 갔지만 그는 첫사랑인 임예정과 썸을 타고 있었다. 슬픔을 한가득 안고 서지하는 배혁준을 놔주기로 했다. “우리, 이혼하자.” 배혁준은 갑자기 가슴의 한구석이 강하게 파여간 느낌이 들었다. “그래.” 결국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했고 미련이 가득한 시선으로 서지하를 바라봤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서지하는 이미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었고 곁에는 귀여운 아이가 열정적으로 따라다니고 있었다. “서지하, 이 아이는...”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야. 전남편 씨.” 그렇게 말하고 서지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서지하 씨, 축하 드려요! 임신입니다. 아기는 아주 건강해요."
병원을 나선 서지하는 멍한 표정으로 검사 결과지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잘 믿어지지 않는 듯 아직은 납작한 배를 무심코 쓰다듬으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임신이라니, 이 배 속에서 아기가 자라고 있다니!
서지하는 남편 배혁준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들뜬 표정으로 휴대폰을 꺼냈다. 그녀가 막 번호를 누르려던 찰나, 마침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배혁준이었다.
메시지 내용은 간단했다. "지금 바로 이모던 호텔로 와!"
이모던 호텔? 왜 갑자기 그곳으로 오라고 하지? 서지하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향했다.
배혁준을 만나 직접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택시 뒷좌석에서 서지하는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이 이 소식을 듣고 어떻게 반응할지 무척 궁금했다. 그렇게 그녀는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차에서 내리자마자 생화로 장식된 로비와 바닥에 깔려 있는 레드카펫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제야 오늘이 바로 두 사람의 결혼기념일임을 깨달았다.
설마 남편이 깜짝이벤트를 하려고 이런 걸 다 준비한 걸까?
호텔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이었고,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녀는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조용히 안쪽으로 걸어갔다. 수수한 차림을 한 그녀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그녀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잘 생긴 얼굴에 깔끔한 옷차림을 한 남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남편 배혁준이었다.
미소를 지으며 다가가려던 순간, 그녀는 배혁준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보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배혁준의 첫사랑 임예정! 그녀가 왜 여기 있지?
언제 귀국한 걸까?
서지하는 얼어붙은 채로 배혁준과 임예정이 마치 다정한 부부마냥 함께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친구들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축하의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예정아, 돌아온 걸 환영해. 축하주 한잔 해야지!"
"혁준아, 오랜만에 예정이랑 다시 만났으니 러브샷 어때?"
"러브샷 콜!"
친구들은 두 사람을 놀리며 미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몸매가 드러나는 빨간 드레스 차림에 정성 들여 메이크업을 한 임예정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그만해. 혁준이는 이미 아내가 있잖아."
서지하를 언급하자 다들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서지하? 그 여자 얘긴 꺼내지도 마! 혁준이 할머니가 억지로 밀어붙여서 결혼시킨 거잖아!"
"맞아! 혁준이가 좋아한 여자는 처음부터 너밖에 없었어. 그렇지, 혁준아?"
맞춤 정장을 입은 배혁준은 친구들 속에서도 독보적인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그만해, 다들. 예정이는 술을 못 마셔. 내가 대신 마실게."
그의 말에 친구들은 더 신나서 호들갑을 떨었다.
"야, 혁준아, 뭐야? 너 예정이 흑기사를 자처하는 거야? 좋아, 예정이 대신 마시기로 했으니 오늘 여기 있는 술을 다 마실 때까지 못 나간다!"
배혁준은 친구들의 장난이 싫지 않은 듯 평소의 차갑고 냉정한 그답지 않게 부드러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임예정은 배혁준의 옆에 바싹 붙어 서서 고개를 숙인 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모든 장면을 지켜본 서지하는 가슴이 칼로 찔린 듯 아팠다.
그녀는 차가운 빗방울이 얼굴에 닿을 때서야 언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모르게 호텔 밖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정신이 들었다.
바람이 거세지더니 이내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고 비를 맞으며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배혁준은 왜 그녀를 불렀을까? 설마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어 배혁준의 아내 자리를 양보하게 하려는 무언의 압박인 건가?
서지하의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다 결국 더 비참한 꼴을 당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했다. 집 앞에 도착한 서지하는 익숙한 집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2년 전, 파산 위기에 직면한 서씨 가문은 기사회생하기 위해 배씨 가문에 매달리기로 결정하고 배혁준과 서지하의 정략결혼을 밀어붙였다.
배혁준은 처음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위독한 할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마지못해 이 결혼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이 결혼한 후 할머니는 기적처럼 건강이 호전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해외에 있던 배혁준의 첫사랑도 귀국한 것이다. 그러니 서지하가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 이유는 이제 사라진 셈이다.
그렇게 집 앞에 얼마나 오래 서 있었을까. 그녀의 귀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배혁준의 듣기 좋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지하, 왜 비를 맞으며 여기 서 있어?"
한세희에 대한 강지한의 집착은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티가 났다. 남자는 여전히 차가운 척, 신경 쓰지 않는 척 굴었지만 한세희에 대한 소유욕과 접근하는 남자들에 대한 질투에 그는 미칠 것 같았다. 3년 동안 강지한의 비서로, 비밀 애인으로 곁에 있어왔던 한세희는 남자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관계도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왜 계속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까? 이어지는 강지한의 부드러움과 애매 가득한 눈길에 한세희는 헷갈리기 시작하며 점점 자신의 선택과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한세희가 임
“유진은 차 씨 집안의 며느리밖에 될 수 없어.” 이렇게 안유진은 차도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들은 그녀가 아이를 갖기를 원했고 그녀에게 집안의 모든 희망을 걸었다. 차도재는 식물인간이었다. 그리고 결혼식 날, 줄곧 혼수상태에 빠졌던 차도재가 기적처럼 깨어났다. 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 누구야?” “당신...와이프.” 이 말을 들은 차도재는 극도로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난 결혼한 적이 없어, 그런 기억도 없고. 이 결혼은 무효입니다. 변호사를
그날 밤의 숙취로 윤서연은 건들면 안되는 남자를 건드렸다. “당신이 필요해요. 부탁할게요.” “난 당신의 몸에만 관심이 있지, 다른 건 하기 싫은데?” 윤서연은 보기 드문 미녀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형용사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뭐랄까? 정령의 귀여움과 마녀의 차가움이 합친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훈은 어두움 속에서 그녀의 열정을 느꼈다. 술 냄새가 풍기는 입술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더욱 깊이 빠져들게 했다. “민성아...” 뜨겁게 붙어있는 사이 윤서연이 부른 이름이었
스무 살 나이에 아직 "김씨"인 김예교는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김씨 가문의 유일한 아가씨였는데 말이다. 친딸인 김정민을 되찾은 김씨 부부는 김예교에 대한 태도가 180도로 변했고 원래부터 정이 별로 없었던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더 어색하고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김정민의 모함에 김예교는 김씨 가문에서 쫓겨났는데 농민 출신의 부모 집으로 돌아갔다가 자신이 사실은 강성 갑부의 친딸이라는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운명의 장난? 그렇게 김예교는 강예교로 신분을 되찾았고 강씨 가
우리 집안 형편은 가난속의 가난이었다. 대학교 등록비는 물론 생활비마저 낼 수 없었다. 나는 먹고 살기 위하여 매일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그때 나는 그녀를 만났다. 모든 남자들이 데이트 신청을 하고 싶은 그 여자. 봄날의 꽃처럼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나는 자신이 그녀 사이에 넘기기 힘든 장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기를 내서 용감하게 고백을 했다. 놀랍게도 그녀는 나의 고백에 감동을 받았고 나와 만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나에게 아름답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며 사귀는 기념으로 내가 그녀에게 최신형
이혼을 한 후 그녀가 한 첫 번째 일은 배민성의 약혼녀가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 누구든 다 괜찮아, 그런데 왜 하필, 배민성이냐고!” 남자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배민성과 남태우는 서로 적대적 관계였다. “당신과 상관 없는 일이지 않나? 당신은 민세라만 잘 지키세요.” 그렇게 말하고 임경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평범한 여자라고 생각한 임경아에게는 남태우가 몰랐던 모습들이 많았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피아니스트.” “신비로운 디자이너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우 투자자가 바로......”
제1화 임신
08/08/2024
제2화 우리 이혼해요
08/08/2024
제3화 천재 디자이너의 복귀
08/08/2024
제4화 아기는 언제 가질래
08/08/2024
제5화 너 고자야
08/08/2024
제6화 복수하려는 거야
08/08/2024
제7화 구세주
08/08/2024
제8화 임예정이 들어오다
08/08/2024
제9화 내 허락 없인 못 나가
08/08/2024
제10화 끔찍한 악몽
09/08/2024
제11화 목숨 구해준 은인
09/08/2024
제12화 소개팅
09/08/2024
제13화 가식적인 걱정은 필요 없어
09/08/2024
제14화 진짜 생명의 은인
09/08/2024
제15화 천재 디자이너의 복귀
10/08/2024
제16화 장미
11/08/2024
제17화 사직서
12/08/2024
제18화 정전
12/08/2024
제19화 움직이지 마
12/08/2024
제20화 어린 시절의 기억
12/08/2024
제21화 주제도 모르고 까불고 있어
12/08/2024
제22화 도와주세요
12/08/2024
제23화 경찰의 방문
12/08/2024
제24화 왜곡된 진실
12/08/2024
제25화 내 전화기 건드렸어
12/08/2024
제26화 경찰서에 찾아오다
12/08/2024
제27화 이간질
12/08/2024
제28화 너는 안전해
12/08/2024
제29화 나가!
12/08/2024
제30화 그 놈은 내가 직접 처리한다
13/08/2024
제31화 그날 밤의 진실
13/08/2024
제32화 뺨을 때리다
13/08/2024
제33화 소개팅 주선자
14/08/2024
제34화 커지는 의혹
14/08/2024
제35화 임예정의 변명
14/08/2024
제36화 사건 종결
15/08/2024
제37화 남편의 의무
16/08/2024
제38화 한 번만 용서해줘
17/08/2024
제39화 회사 복귀
18/08/2024
제40화 파트너 동반 행사
19/0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