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란은 우준성에게 한 눈에 반했다. 그렇게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결혼은 3년 동안이나 지속되었지만 윤서란은 결국 우준성 마음속 그 여자를 대신할 수 없었다. 납치 사건으로 죽음에서 오가고 있을 때, 우준성은 전 연인을 그리워하기에 바빴다. 절망과 슬픔, 고통이 함께 밀려왔다. 윤서란은 마지막 미련을 버리고 한 마디만 내뱉었다. "우준성 씨, 우리 이혼해요." 다시 솔로로 돌아온 윤서란은 사업에 몰두했고 빠르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었다.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도 돌아왔다. 윤서란은 세계 최고 주얼리 대기업의 후계자였던 것이다. 나중에 윤서란에게 쌍둥이까지 생기게 되었다. 점점 빛이 나는 윤서란의 모습을 보고 우준성은 후회되기 시작했다. "서란아, 내가 잘못했어. 아이라도 보게 해 줘."
"저 얼굴과 몸매 좀 봐! 홍등가로 보내면 하루에 2천만 원은 쉽게 벌 수 있을 거야!"
윤서란은 몇 명의 남자들에 의해 허름한 건물 안에 갇힌 채 이마에서 피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남자들이 거칠게 대한 탓에 그녀의 옷은 찢어지고 흐트러져 있었으며, 어깨에 멍이 든 데다 가슴이 대부분 드러나 있었다. 그녀의 저항이 무의미했다는 증거였다.
이틀 전 익명으로부터 걸려온 전화가 그녀를 이 악몽 같은 상황으로 이끈 것이다. 전화를 건 사람은 그녀의 친부모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녀의 신체 특징까지 정확하게 짚어내면서 말이다.
그들은 그녀를 도시 외곽으로 유인했고, 결국 지금 이 납치범들의 손에 붙잡히고 말았다.
"함부로 하지 마요. 내가 돈을 줄게요."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윤서란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우준성 씨의 아내예요. 얼마를 부르든 그 사람이 다 줄 수 있어요."
"뭐? 우준성?!"
그 사실에 남자들은 깜짝 놀란 듯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우준성이 결혼을 했어? 그런 얘기는 처음 듣는데."
우준성은 경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그의 말에 따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도시 전체에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만약 그들이 납치한 여자가 정말로 우준성의 아내라면 그의 화를 비켜갈 수 없을 것이다.
윤서란은 남자들의 불안한 표정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쪽들이 나를 납치했다고 하지는 않을게요. 그냥 나를 보내주면 안전하게 돈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남자들의 우두머리가 그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고가의 드레스와 눈에 띄는 미모에 약간 마음이 흔들리는 듯 보였다.
값비싸 보이는 옷차림에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였다. 우준성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는 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눈짓을 하며 차갑게 말했다. "전화번호나 대 봐. 수 쓰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혹시라도 나를 속이려고 한다면, 주변 매춘굴에 당신을 팔아 버릴 거야. 손님들이 끝없이 줄을 서 있어서 절대 도망칠 수도 없어!"
윤서란은 입가에 피가 묻은 채로 힘없이 전화번호를 중얼거렸다.
우두머리는 그녀가 불러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가 갑자기 끊겼다.
그가 짜증을 내며 소리쳤다. "젠장! 나랑 장난해? 신호가 안 가잖아!"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윤서란의 허리 아랫부분을 세게 찼다.
그러자 그녀가 창백해진 얼굴로 속삭였다. "그이는 원래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아요. 제발... 내 핸드폰으로 전화하게 해 줘요."
"부자들이란!" 우두머리가 투덜거렸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그녀에게 핸드폰을 건네며 으르렁거렸다. "400억을 보내라고 해! 아니면 죽을 때까지 남자들한테 놀아날 거야!"
윤서란은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끼며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화를 걸었다.
우준성과 그녀는 3년간 부부로 있었지만, 사실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돈에 있어 인색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었다. 몸값 정도는 지불할 의향이 있겠지?
신호음은 한참 동안 이어졌고, 핸드폰을 쥔 그녀의 손 뼈마디는 점점 핏기를 잃어갔다.
마침내 전화 반대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우준성은 아니었다. 여자 목소리였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바로 유명 디자이너인 한예나로, 우준성이 사랑하는 여자의 여동생이었다.
"서란 언니? 지금 형부랑 예슬 언니 무덤에 와 있어요. 무슨 일이에요?" 한예나가 말했다.
윤서란의 손이 덜덜 떨렸다.
뭔가 이상했다. 그녀는 결혼 3주년 기념일에 납치당한 것이다. 그녀가 실종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우준성은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첫사랑의 무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니?
가슴에 날카로운 검이 날아와 꽂히는 듯했다.
우준성이 그녀와 결혼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그의 할머니 장숙미가 증손주를 원하기도 했고, 윤서란이 3년 전 산사태로 사망한 그의 연인이었던 한예슬과 무척 닮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단지 대체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가슴이 더 아파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심할 때가 아니었다.
윤서란은 눈물을 참고 떨리는 목소리를 숨기려고 애쓰며 말했다. "한예나 씨, 준성 씨와 급하게 통화할 일이 있어서요. 좀 바꿔줄래요?"
한예나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서란 언니, 형부가 어떤지 알잖아요. 오늘은 예슬 언니의 기일이에요. 당신의 기분이나 맞춰 줄 상황이 아니라고요. 그냥 무슨 일인지 말해 봐요."
점점 더 참을성을 잃어가는 납치범들의 모습에 윤서란은 핸드폰에 대고 소리쳤다. "지금 당장 준성 씨 바꿔요! 준성 씨 아내로서, 내가 그를 찾아 무엇을 하든 당신은 상관할 자격이 없어요!"
그녀는 겁에 질린 납치범들이 자신을 해칠까 봐 납치 사실 같은 건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의 단호한 목소리가 효과가 있는 듯했다. 전화 너머로 발소리가 들리더니 우준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한예나는 수화기를 살짝 가리고 불평하듯 속삭였다. "서란 언니예요. 형부를 바꿔 달라는데요? 지금 예슬 언니의 무덤에 있다고 말했는데, 형부의 아내는 자기라면서 고집을 부리네요..."
우준성이 코웃음을 쳤다. "아내? 아내는 무슨. 겨우 대체품에 불과하면서. 괜히 우리 예슬이 성가시게 하지 말고 그냥 끊어."
뚝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고, 윤서란의 심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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