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필요하세요? 우리 결혼해요.” 홍경인이 권준호를 보자마자 한 소리였다. 신랑이 결혼식 날에 신부를 버리고 애인을 찾으러 갔다니? 홀로 결혼식장에 버려진 홍경인은 이처럼 창피하고 억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옆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도망쳤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홍경인은 휠체어에 앉은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민한 후 결심을 한 듯 당당하게 걸어갔다. 남자는 여자의 해맑은 표정을 보며 프로포즈에 동의했고 간단하게 결혼식을 진행한 다음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최고의 재벌집 후계자 권준호였다고? 이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양아치처럼 프로포즈를 하지 않았을텐데... “부인, 이젠 후회해도 반품은 안 돼.” 연약해 보이는 남자가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 홍경인에게 다가왔다. “준호 씨, 당신... 일어설 수 있는 거예요?” 무심해 보이는 남자가 이렇게 따뜻하고 부드러울 줄이야~
"어디 가는 거야?"
결혼식에서 떠나는 진세명의 손목을 붙잡던 홍경인의 눈빛은 흔들렸고, 표정에서는 간절함이 돋보였다.
행사장에는 양가의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대기 중이었다. 주례자는 진세명에게 홍경인을 평생 사랑할 것이냐 물었다. 그는 대답하는 대신 주례자를 무시하고 전화를 받은 뒤 갑자기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
"민지가 우리 결혼식을 알고서 건물에서 투신 자살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있어. 너도 걔 우울증 알잖아. 구하러 가야 해." 진세명은 다급하게 말하며 홍경인을 옆으로 밀쳤다.
이로 인해 홍경인은 발목을 삐었고, 바닥에 넘어지며 어색하게 손을 뻗어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
"오늘은 우리 결혼식이야! 당신 이렇게 가고 나면 나 어떡해? 백민지가 전에 당신 뒤통수를 친 걸 잊었어? 그 사람은 당신한테 그렇게 많은 고통을 안겨줬는데, 왜 그 사람을 내려놓지 못하고 꼭 만나러 가는 거야?"
진세명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넌 나와 민지 사이에 있었던 일에 왈가왈부할 자격 없어. 그녀의 잘못이던 말던 넌 평생 그녀의 수준에 미치지 못해."
홍경인의 마음에 비수가 꽂혔다. 진세명은 단 한 순간이라도 백민지를 잊은 적이 없었다. 그 사람에게 있어 홍경인은 영원히 백민지를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러는 거야?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고? 결혼식이 끝날 때 까지만 기다려. 곧 반지 교환이잖아. 그것만 하고 나가."
진세명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경멸감을 담은 말투로 말했다. "사람의 목숨보다 결혼식이 더 중요하다는 거야? 이기적이고 악독하기도 하지. 결혼식 일정은 다시 잡도록 하지."
그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모인 손님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화려하게 장식된 식장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신랑이 떠나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세명 씨, 제발 가지 마! 당신 없으면 난 어떡하라고?" 홍경인은 바닥에 처절하게 앉아 절규했다. 그녀는 몸을 떨었고, 흘린 눈물에 화장은 전부 망가졌다.
3년 동안 사랑했던 남자는 그녀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이렇게나 중요한 날 다른 여자를 선택했다. 진세명의 마음은 오직 백민지만을 향했고 남겨진 홍경인의 불쌍한 처지에 관해서는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조롱, 연민, 비웃음...
복잡한 시선들이 홍경인을 향하여 쏘아왔고 그 뜨거운 주목들로 그녀는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수모였다!
아버지 홍강산이 다가왔다. 그녀는 위로의 손길을 바랐지만 오히려 그는 날카로운 말투로 매도할 뿐이었다. "남자 하나도 못 사로잡아? 어떻게 이리 쓸모가 없어!" 그는 그녀를 질책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아내 황보미와 함께 떠났다.
그녀의 여동생인 홍경혜는 히죽히죽 웃으며 군중 속에서 나타났다. "언니, 창피하겠다. 결혼식 당일에 신랑이 대놓고 도망가다니. 언니 때문에 오히려 내가 창피해 죽을 지경이야. 나도 오죽한데, 엄마 아빠는 어떻겠어?" 그 말을 한 뒤 그녀도 돌아서서 떠났다.
홍씨 집안 사람들은 하나 둘 씩 떠나갔고, 그녀는 완전히 홀로 남겨졌다. 처음 진세명의 부모는 죄책감을 느꼈으나, 그녀의 가족의 반응을 보고는 일말의 미안함도 사라졌다.
"부모도 상관하지 않는 걸 우리가 뭐 어떻게 하겠어요? 전적으로 세명이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요."
"맞아. 좋은 신붓감이었다면 왜 신랑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겠어?"
"바람이라도 피운 거 아니야? 갑자기 신랑이 떠날 이유가 그거 말고 더 있겠어?"
주변 손님들의 비난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이때 갑자기 옆의 홀에서 소음이 들렸다.
돌아선 홍경인은 양복을 입은 채 휠체어를 타고 있던 남자 한 명을 발견했다. 주례는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 "신부 분은 어디 가셨죠?"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지나가던 스태프를 멈춰 세우며 물었다. "저 사람, 새 신랑 맞죠? 신부는 어디 있어요?"
직원은 그녀를 흘끗 바라보며 대답했다. "나타나지 않았어요. 남편의 장애를 감당하지 못해서라고 들었죠."
"그런데도 저 사람은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휠체어를 타고 있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경인은 그 남자 몸의 차가운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남자는 등을 돌리고 있어 표정을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의 기분을 똑같이 공감할 수 있었다.
같은 운명을 지닌 불쌍한 이들이었으니.
잠시 고민하던 홍경인의 눈빛은 결단력으로 반짝였다.
그녀는 진세명을 3년 동안이나 사랑했으나, 결국 배신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면 더 이상 진세명에게 충성할 필요도 없었다. 널리고 깔린 게 남자인데 결혼상대 하나 못 구한다고?
진세명, 이젠 더 이상 너를 원하지 않아!
홍경인 갑자기 일어서자 그녀를 수군거리며 조롱하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드레스를 들어 올리고 당당하게 휠체어를 탄 남자에게로 걸어가는 홍경인에게 집중되었다.
하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다가오는 모습에 남자의 하객들도 깜짝 놀랐다.
그녀의 옷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은 남자도 천천히 몸을 돌렸다.
홍경인은 그대로 멈춰 선 채 놀란 듯한 표정으로 앞에 놓인 잘생긴 남자를 바라봤다. 이어 그녀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신부가 필요하시다고 들었어요. 제 신랑도 방금 저를 두고 떠났어요. 우리 결혼하는 거 어때요?"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남자의 비서였고, 두 사람만 있는 공간에서 그녀는 남자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는 아내였다. 임신 결과가 나온 그날, 서지하는 흥분된 마음으로 결과지를 들고 배혁준을 찾으러 갔지만 그는 첫사랑인 임예정과 썸을 타고 있었다. 슬픔을 한가득 안고 서지하는 배혁준을 놔주기로 했다. “우리, 이혼하자.” 배혁준은 갑자기 가슴의 한구석이 강하게 파여간 느낌이 들었다. “그래.” 결국 떨리는 손으로 사인을 했고 미련이 가득한 시선으로 서지하를 바라봤다.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서지하는 이미 최고의 디자이너가 되었고 곁에
민시월에게 있어, 차욱은 따뜻한 해빛같은 존재였다. 얼어 죽어가는 어린 시월에게 천사처럼 나타난 소년. 나중에, 차욱이 차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민시월은 망설임 없이 차씨 가문으로 시집 와서 자신의 타고난 의술로 차욱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2년 동안 가족과 남편에게 모든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한마디의... “지루하다...” 이건 차욱이 민시월에게 준 평가였다. 화장도 평범하고 스타일도 촌스럽고 성격도 답답한 게 볼 적마다 고구마 먹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채희가 돌아온 후, 차욱은 바로 뜨거운 새 사랑을 시작했다.
한세희에 대한 강지한의 집착은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티가 났다. 남자는 여전히 차가운 척, 신경 쓰지 않는 척 굴었지만 한세희에 대한 소유욕과 접근하는 남자들에 대한 질투에 그는 미칠 것 같았다. 3년 동안 강지한의 비서로, 비밀 애인으로 곁에 있어왔던 한세희는 남자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관계도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왜 계속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까? 이어지는 강지한의 부드러움과 애매 가득한 눈길에 한세희는 헷갈리기 시작하며 점점 자신의 선택과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한세희가 임
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 목운산장 뒷산 깊은 골목에 무정하게 버려진 한 여인의 모습. 사마음, 마(魔)의 음(音)이란 뜻을 땄다. 그녀의 이름. 몸이 땅과 부딪치는 순간, 사마음은 눈을 번쩍 떴고 이어 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현실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나, 환생한 거야?” 전생의 사마음은 질식하여 죽게 되었다. 상서부의 첫째 딸인 사윤설이 돌아온 후, 둘째 소저인 사마음은 모든 사랑을 잃게 되었다. 이야기는 길었다. 아무튼 사마음 악몽같은 삶은 사윤설이 상서부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은 전생에 사
3년 전, 김현빈은 한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사랑한다며 결혼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씨 집안은 이미 박지효를 며느리로 인정했고 빠른 시간 내에 결혼을 하도록 요구했다. 집안의 강력한 요구하에 김현빈은 동의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효는 꿈에서 그리던 대학의 통지서를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생활에 방해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그녀는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났다. 3년 후, 김현빈이 사랑하는 여자가 심하게 아프게 되었고 그녀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그는 박지효에게 이혼을 제시했다. 하
“사랑은 맹목적이야.” 민강윤은 한 남자를 후회없이 3년 동안 사랑했다. 노력만 하면 그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의 마음속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다. 아름답고 순진하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의 표정은 부드러웠다. 배연희가 돌아오면서 민강윤의 마지막 희망이 사라졌다. “이혼합시다.” 이혼을 한 다음날 뉴스에 그녀에 관한 소식이 퍼졌다. “그 부자집 따님이 이혼을 했다고? 그럼 드디어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는 것인가?” 수많은 잘생기고 돈 많은 젊은 남자들이 벌들이 꿀을 따듯
제1화 우리 결혼하는 거 어때요
17/05/2024
제2화 그녀는 무슨 생각인 거지
20/05/2024
제3화 그는 멀쩡히 걸을 수 있었다
20/05/2024
제4화 누구랑 결혼한 거야
20/05/2024
제5화 일어설 수 있어요
20/05/2024
제6화 꿈을 이루겠다는 결심
20/05/2024
제7화 정말 내 부모가 맞기는 해요 (제1부분)
20/05/2024
제8화 정말 내 부모가 맞기는 해요 (제2부분)
20/05/2024
제9화 감금
20/05/2024
제10화 권준호의 지원
20/05/2024
제11화 부드러운 내면
20/05/2024
제12화 그녀가 눈이 멀었구나
20/05/2024
제13화 기적이 일어날 가능성
20/05/2024
제14화 정말 실망스럽네요
20/05/2024
제15화 예상치 못한 거리감
20/05/2024
제16화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
20/05/2024
제17화 엉뚱한 곳을 찌르다
20/05/2024
제18화 준호 씨를 다시 모욕한다면
20/05/2024
제19화 잔인한 사업 갈등
20/05/2024
제20화 결혼식 참석
20/05/2024
제21화 말이 씨가 되다
20/05/2024
제22화 내 진짜 아내가 되는 것을 생각해 봐요
20/05/2024
제23화 포도 맛 키스
21/05/2024
제24화 미스터리 한 여인 (제1부분)
22/05/2024
제25화 미스터리 한 여인 (제2부분)
22/05/2024
제26화 어쩌면 질투하고 있는 걸지도
22/05/2024
제27화 날 떠날 생각도 마
22/05/2024
제28화 내일 뉴스 헤드라인은 엄청날 거야
22/05/2024
제29화 모든 비난을 견뎌내다
22/05/2024
제30화 쫓겨나다
22/05/2024
제31화 홍경인의 폭발
22/05/2024
제32화 주동자의 정체 밝히기
22/05/2024
제33화 뺨을 때리다
22/05/2024
제34화 오늘 저녁은 제가 만들어 줄까요
22/05/2024
제35화 화가 난 홍경인
22/05/2024
제36화 화해 시도
22/05/2024
제37화 내가 키스 잘하죠 (제1부분)
22/05/2024
제38화 내가 키스 잘하죠 (제2부분)
22/05/2024
제39화 주기웅
23/05/2024
제40화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싶어 (제1부분)
23/05/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