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정은 다시 태어났다. 전생엔,나쁜 남자한테 버림받고 못된 계집한테 모함 당하고 처가집의 구박까지 가해졌고 그녀의 집안을 파산시키고 정신상태마저 온전치 못하게 되었다. 결국 임신 9개월때 차사고로 죽게 되었는데 죄 짓은 놈은 행복한 가정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번 생에 최윤정은 깨달게 되었다. 생명의 은인이고 일편단심이고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최윤정은 이 나쁜 남자와 못된 계집을 짓밟고 다시 가문의 영광을 되찾아 럭셔리한 삶을 살려고 한다. 유일한 다른 점이라면 전생에 감히 쳐다볼수도 없던 사람이 지금은 먼저 머리숙여 손을 내밀고 있다. "최윤정,신혼은 안되도 재혼은 내 차례가 된거 아니야?" "..."
"긴급 뉴스입니다. 257번 고속도로에서 후방 추돌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술에 취한 트럭 운전사가 앞을 달리는 택시를 들이받아 택시가 전복되는 참변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부상자 신원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목격자들이 말하길 택시 안에는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사이렌 소리, 비명 소리, 차가 빠르게 달리는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난잡한 소리가 최윤정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고, 공기 중의 비릿한 피 냄새가 그녀의 코끝에 저릿하게 전해졌다.
당장이라도 의식을 잃을 것 같은 것을 느낀 그녀는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익숙한 전화번호를 눌렀다.
영원히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통화가 마침내 연결되었다.
휴대폰 너머에서는 낯설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윤정 언니, 성준 오빠 지금 샤워 중이라 통화 힘들 것 같아요. 무슨 일이에요? 급한 일이면 저한테 말해도 돼요."
그 순간,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느낀 최윤정은 원망과 분노가 눈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역시, 전화를 받은 사람은 김설민이었다.
김성준이 출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연락처를 모두 차단하고 버려두게 한 장본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김씨 가문에서 함께 자란 그녀는 김씨 가문의 양녀이자 김성준이 극진하게 아끼는 여동생이었다.
소란스러운 소음을 뒤로하고 두 눈을 꼭 감은 최윤정은 다리 사이로 뜨끈한 무언가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자기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아이가 위험하다는 신호였다. 모든 고통을 뒤로하고 그녀는 애원하며 간청했다. "살려주세요. 257번 고속도로, 제발. 내 아이를 살려주세요. 내 아이..." 쏟아지듯이 터져 나오는 피에 그녀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 짜내며 간절하게 사정했다.
갑자기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에 양쪽 펜스가 모조리 쓰러져 고속도로 입구가 모두 막혀 버렸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고속도로에 구조 차량은 진입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헬기를 동원해 환자를 구출할 수 있지만 반드시 복잡한 심사를 거쳐야 했다. 최윤정은 김씨 가문이 전용 헬기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김성준이 지금 바로 전용 헬기를 보내온다면, 아이는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윤정 언니, 미안해서 어쩌죠? 오늘 제 생일이라 성준 오빠는 언니와 아이를 살려주지 못할 것 같은데요." 달콤한 목소리와 달리 내뱉는 말은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뚜, 뚜..." 그 말을 끝으로 잠깐의 연결음이 들려왔다.
그대로 바닥에 완전히 쓰러진 최윤정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휘발유 냄새에 자기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졌다. 지금 당장 이곳에서 도망치지 않으면 폭발하는 차에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
불현듯 그녀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그녀는 짧았던 25년 세월을 돌이켜보았다. 그 중 절반이 넘는 시간을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자 주위만 맴돌다 허비하고 만 것이다.
최씨 가문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란 상속녀인 그녀가 지금은 남편에게 처참하게 버려지고 말았으니.
그녀는 최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김성준에게 넘겨줬지만, 그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지쳤다. 더 이상 사랑 같은 건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말이다.
이번 생에 잘못된 판단만 한 그녀에게 내린 벌이라고 생각하자.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절대 이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사모님, 오늘 밤 자선 경매회에 정말 이 핑크색 탑 드레스를 입으시겠어요? 대표님께서..." 장 아주머니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다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탑 드레스는 너무 경솔해 보이는데, 차라리 다른 드레스를 골라보는 건 어때요?"
말을 마친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거울에 비친 여자의 안색을 살폈다.
김씨 가문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장 아주머니는 최윤정이 김성준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간단한 옷차림부터 시작해서 말투 행동까지 그의 취향대로 모두 바꿨으니.
최윤정은 눈앞의 익숙한 광경을 보고 가슴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분명 그녀는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게다가 자선 경매회는 3년 전에 열리지 않았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환생이라도 한 걸까?
"사, 사모님?"
장 아주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최윤정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대표님께서 한 시간 후에 모시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준비를 서두르셔야 합니다. 진주를 포인트로 한 화이트 드레스는 어떻습니까? 우아한 매력을 극대화..."
순간 눈을 반짝인 그녀의 입 꼬리가 예쁜 곡선을 그리더니 매혹적인 미소가 번졌다.
이번 경매회는 해성에서 가장 오래된 재벌 가문인 배씨 가문에서 주최한 것이다. 겉보기에는 상류 재벌 가문의 평범한 행사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배씨 가문에서 자신들의 실력을 과시하는 방법이었다.
배씨 가문은 한 가문의 화목한 분위기를 제일 중요시하기에 김성준은 반드시 그녀를 대동하고 경매회에 참석해야 했다.
예전의 그녀는 김성준의 모든 관심과 사랑을 독차지하는 김설민에 눈이 멀어 어떻게든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김설민을 똑같이 따라 했었다.
그의 마음에 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해댔지만, 돌아오는 건 그의 경멸과 원망밖에 없었으니.
이번 자선 경매에서 김성준은 그녀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녀가 혼수로 챙겨온 에메랄드 목걸이를 김설민에게 넘겨줬다. 하여 김설민은 오늘 자선 경매에서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었지.
그녀가 자신의 목걸이를 되찾으려 하자 김성준은 그녀가 김설민을 질투한다는 말을 지껄여 경매회에 참석한 재벌 가문 자녀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하늘이 그녀에게 새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줬으니 그녀는 기필코 자신의 모든 것을 되찾을 것이다.
최윤정은 전생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둘씩 떠올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주문한 베이지색 개량 한복에, 내가 혼수로 챙겨온 에메랄드 목걸이를 매치하면 잘 어울리겠네요."
지난 몇 년 동안 김설민을 따라 하기에 바빴던 그녀는 자신도 최씨 가문에서 귀하게 자란 아가씨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 뻔했다.
최씨 가문의 상속녀가 당장 망해가는 김씨 가문 입양아와 겨룬다는 것은 정말이지 어리석은 판단이 아닐 수 없었다.
장 아주머니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대표님은 사모님이 정숙한 옷을 입고 나타나면 싫어할 게 뻔합니다. 게다가 에메랄드 목걸이는 사모님 할머니께서 물려주셨잖아요? 결혼식에도 아까워 착용하지 않았는데, 경매회에 착용하고 나타나면 너무 과하지 않을까요?"
"목걸이는 제가 직접 가져올게요." 최윤정은 장 아주머니의 걱정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주머니, 옷을 챙겨오는 김에 옷장에 있는 옷들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세요. 새 옷으로 다시 채워 넣어야겠어요."
최윤정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장 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더니 곧바로 분부대로 행동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최윤정은 김성준을 기다리지 않고 차고에 주차해 둔 람보르기니에 올라타더니 직접 경매장까지 운전해 갔다.
자선 경매회는 손님들의 신상을 보장하는 개인 별장에서 개최되었다.
하늘에 붉게 번진 노을이 그녀의 우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한복에 내려앉아 더욱 눈부신 빛을 냈다.
몸에 꼭 맞으면서도 기품 넘치는 기세는 그녀의 우아한 모습을 돋보이게 했고, 단아하게 틀어 올린 머리와 섬세한 메이크업은 그녀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운전석에서 내린 그녀가 차 키를 직원에게 맡기자마자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김성준의 이름이 한참이나 반짝이는 것을 본 그녀가 실소를 터뜨리며 통화를 연결하자 휴대폰 너머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너더러 에메랄드 목걸이를 가져가도 좋다고 했지?"
현시대 최고의 법의가 승상댁 적녀의 몸으로 환생했다. 시체를 뒤집고 만지고 하얗고 예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까지 맡는 초청황의 모습을 보며 군무진은 물었다. “무섭지도 았느냐?” “죽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귀신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그 말을 들은 초청황은 어이가 없다는 시선을 뒤로 흘깃 던지고 비웃다는 듯 대답했다. “사람이 백 배 더 무섭습니다. 왕야, 시체가 무서우면 밖에 나가서 약초나 다지십시오. 저를 방해하지 마시고요.” 그러자 군무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 품으로 당기고는 턱을 잡아 올렸다. 하던 일이 방해되자 초청황은 불만의 눈빛으로 군무진을 바라보며 반항했다. “구왕야, 지금...” 군무진은 입꼬리를 올리고 정확히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밤은 조용했고 공기속에는 향긋한 꽃 냄새가 풍겼다. 봄이로구나. (시체 내심: 저기... 제 배를 좀 닫아주시겠어요?) 환생을 하였지만 초청황은 운명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현대 최고의 천재 법의로서 그녀는 두려울 것도 없이 그 세상의 제일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것이다.” “네 곁에는 내가 있을 것이다.” 군무진은 다정한 시선으로 정상에 서 있는 초청황을 바라보았다. 초청황 역시 군무진을 향하여 아름다운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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