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널 놔줄게.” 김백로는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한 후, 짐을 정리하고 도지섭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왔다. 아무리 뜨거운 마음이라도 도지섭이라는 얼음을 녹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인생은 더 이상 역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지섭은 사랑하는 첫사랑과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고 김백로도 나머지 3개월의 삶을 원하는 데로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백로에 대한 그 남자의 집착은 점점 심해지기만 했고 그 어떤 남자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도지섭 씨, 이게 무슨 뜻이죠?” 김백로는 자기 허리에 놓인 큰 손을 보며 그 손의 주인을 노려봤다. 그러자 도지섭은 고개를 숙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미안해... 다시 돌아와 줘.” 김백로는 허리의 손을 치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홀로 남겨진 도지섭은 의기소침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때 멀리서 김백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네요. 이젠 당신을 원하지 않아요.”
"죄송합니다, 백로 씨. 안타깝게도 뱃속 아기를 살리지 못했습니다." 의사의 말이었다.
김백로는 진료실 의자에 앉아 휴대폰 화면에 두 눈을 고정한 채로 정신 없이 뉴스 피드를 스크롤 하고 있었다. 엄청난 소식이었다.
기사에는 남녀가 나란히 공항을 떠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사진 속 여자는 원나름. 최근 연예계에서 급성장한 인기 스타로 최근 3년간 해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옆에 있는 남자는 용천시 재벌 그룹인 도씨 그룹의 대표 도지섭이었다.
그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김백로의 남편이자 그녀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했다.
한편 3년간 도지섭이 비밀리에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네티즌들은 도지섭과 원나름이 어울리는 한 쌍이라며 칭찬 일색이었다.
김백로는 무거운 마음으로 휴대폰을 잠근 뒤 의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 아이가 진짜... 죽었다는 말씀인가요?"
의사는 동정심 가득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앓고 있는 불치병으로 꽤 오랜 시간 동안 태아에게 영양소가 공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의사는 테이블 위의 태아 사망 관련 정보가 담긴 진단서를 김백로 쪽으로 밀었다. "태아는 사망했습니다. 환자분 건강을 위해 바로 중절 수술을 해야 해요."
유명 인사 커플에 대한 온라인 가십에 대한 화면이 떠 있는 휴대폰을 슬쩍 바라보는 김백로의 입술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네, 수술 준비해 주세요."
그녀는 누구보다 아이를 갖고 싶어했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일이 이렇게 되어버렸다.
이 아이도 엄마인 그녀가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할 것을 알고 태어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괜찮았다. 이제 걱정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김백로가 수술대에 누워 있는 동안 의사는 보호자가 없는지 다시 한번 물었다. 바로 그때, 밖에서 간호사들이 말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됐다.
"원나름이 너무 부러워. 3년 동안 아무 소식 없다가, 귀국하자마자 도씨 그룹 대표가 직접 마중을 나가다니!"
"도지섭 첫사랑이 원나름이잖아. 원나름이 해외에 있는 3년 동안 계속 기다린 거겠지. 그야말로 사랑꾼이네."
"그런데 도지섭이 결혼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말도 안돼! 도지섭이 원나름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다른 여자랑은 절대 결혼 못 할걸..."
간호사들의 대화는 비수가 되어 김백로의 가슴을 찌르는 듯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말했다. "너무 시끄럽네요."
그러자 의사가 문을 열고 복도를 향해 큰 소리로 나무랐다.
수술실은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의사가 다시 들어오자 김백로는 차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취하지 말아 주세요."
아이를 잃는 고통을 온전히 감당하고 싶어서였다.
그녀는 남편에 대한 수년간 맹목적인 헌신을 생각하면 이게 마땅하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수술 시간은 고작 30분이었지만 고통은 쉽사리 가시질 않았다. 이제 아이는 물론 도지섭과도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게 되었다. 김백로의 온몸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비틀거리며 수술을 마치고 나온 그녀는 도지섭의 분노에 찬 눈빛과 마주쳤다.
그는 달려와서 김백로의 어깨를 꽉 잡았고, 잘생긴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김백로! 감히 제멋대로 내 아이를 지워??"
땀이 눈앞을 가려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흔들리는 시선속에 김백로는 훤칠한 남자 뒤에 원피스를 입은 가녀린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나름이었다.
김백로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중얼거렸다. "이제 보면 이 아이를 지우는 게 옳은 선택인 거 같아."
부부 사이의 문제를 처리하는데 도지섭은 원나름을 데리고 온 것이다. 방금 수술을 마친 김백로는 제일 처참하고 추한 모습을 원나름에게 보이게 되었다. 그게 얼마나 수치스럽고 얼마나 굴욕적인지 도지섭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이기적인 남자랄까? 도지섭은 단 한 순간이라도 그녀의 처지를 위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더 이상 무슨 미련이 있겠는가?
제일 친한 친구와 약혼자의 배신을 동시에 받았을 때 무슨 느낌일까? 이솔은 모든 것을 잃고 비참하게 길거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삶을 되돌아보며 이솔의 마음속은 분노로 꽉 찼다. “다시 기회를 준다면......” 이렇게 말하며 이솔은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한 남자가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생의 본능으로 그녀는 남자의 손에서 벗어났다. 자세히 주의를 살피며 이솔은 확신했다. ‘나, 환생했어.’ 이번생 그의 이름은 김소희였다. 그리고 자신의 목을 조르는 남자는 그녀의 남편 박태준.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혼 계약서에 서명을 했고 자신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소희 앞에는 넘어가야 할 산들이 많았다. 그녀는 엄마가 남겨준 재산을 가지고 형세를 뒤잡고 복수를 준비했다. 그러든 어느날 김소희는 자신이 임신한 것을 알게 되는데... 박태준이 다시 그녀를 만났을 때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기억을 의심할 정도로 김소희는 예쁘고 빛났다. 차가운 시선을 마주한 박태준은 마음 한 곳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모든 사실이 밝혀지며 그들의 사랑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삼촌, 한 번만 저를 사랑해주면 안 돼요?” 고진아는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꼭 잡고 우한결을 향해 이 말을 했다. 수줍은 소녀의 첫 고백. 우한결은 눈 앞의 소녀를 바라보며 문득 그녀를 처음 본 날이 떠올랐다. 교복을 입고 소파에 공손하게 앉아 있었지만 꽉 쥔 주먹에서는 고집과 억울이 역력했다. 그 때의 두 눈도 지금처럼 반짝이고 밝았다. 외삼촌의 괴롭힘을 받고 있었던 고진아는 할아버지의 친구 우씨 가문 주인인 우건국을 찾아갔다. 하지만 어르신은 벌써 은퇴하셨고 도리어 모욕을 받게 되었다. 그때, 우한결이 나타난 것이다. 성년이 된 어느 날, 삼촌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게다가 그녀를 해외로 보낼 생각이었다. 화가 난 고진아는 반항을 했지만 결국 우한결을 이기지 못했다. 해외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성 질병 치료의 전문가가 되었다. 주로 “거기”를 봐주는 의사 말이다. “삼촌, 나이가 이 정도 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으셨는데 혹시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제가 한 번 봐드릴까요?”그러면서 고진아는 우한결의 다리 사이를 흘깃했다. 약간 경멸의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을 느낀 우한결은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앞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럼, 어디 한 번 검사해봐.” 그 말에 고진아는 귀까지 빨개지며 도망갔다.
김서완은 21세기 약재 가문의 18대 계승자로, 염왕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을 정도인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 만든 단약은 천하의 만병을 치료할 수 있어 모두가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다. 뜻밖에도 하루아침에, 원근에 소문난 승상댁의 추녀가 되었고, 천하를 뒤흔든 전신 왕야를 덮치기까지 했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가 어떻게 역전하는지 지켜보라고! 약혼자를 빼앗아? 그럼 가문둘 수 없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의붓여동생에게 망신을 주고 혼수를 빼앗아 일 푼도 남겨주지 않았다! 만만해 보인다고? 그럼 그녀를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제대로 짓밟아 뭉개주지! 그 못난이 아버지, 독부 계모, 그리고 맨날 연약한 척 연기하는 의붓여동생까지! 못생겼다고? 그럼 얼굴의 반점을 고쳐 좌중을 놀라게 할 절세의 미인으로 변하지! 옛날의 못생겼던 승상댁 적장녀가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왕야까지 자신의 왕비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냉혈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소천경은 자기 부인밖에 모르는 공처가가 되었다. 부인이 누군가를 죽이려 하면, 그는 칼을 건넸고,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 그는 꽃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그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그와 이혼을 하려 한다. 말로는 남자는 자기 발목을 잡는다나 뭐나. 소천경은 너무 억울했다. "그럴 수 없네. 내 순결은 이미 부인에게 주었는데, 부인은 반드시 내 몸을 책임져야 하네."
현시대 최고의 법의가 승상댁 적녀의 몸으로 환생했다. 시체를 뒤집고 만지고 하얗고 예쁜 얼굴을 가까이 대고 냄새까지 맡는 초청황의 모습을 보며 군무진은 물었다. “무섭지도 았느냐?” “죽은 사람이지 않습니까?” “귀신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 그 말을 들은 초청황은 어이가 없다는 시선을 뒤로 흘깃 던지고 비웃다는 듯 대답했다. “사람이 백 배 더 무섭습니다. 왕야, 시체가 무서우면 밖에 나가서 약초나 다지십시오. 저를 방해하지 마시고요.” 그러자 군무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가는 허리를 잡고 품으로 당기고는 턱을 잡아 올렸다. 하던 일이 방해되자 초청황은 불만의 눈빛으로 군무진을 바라보며 반항했다. “구왕야, 지금...” 군무진은 입꼬리를 올리고 정확히 그녀의 말랑한 입술을 향하여 고개를 숙였다. 밤은 조용했고 공기속에는 향긋한 꽃 냄새가 풍겼다. 봄이로구나. (시체 내심: 저기... 제 배를 좀 닫아주시겠어요?) 환생을 하였지만 초청황은 운명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현대 최고의 천재 법의로서 그녀는 두려울 것도 없이 그 세상의 제일 빛나는 존재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것이다.” “네 곁에는 내가 있을 것이다.” 군무진은 다정한 시선으로 정상에 서 있는 초청황을 바라보았다. 초청황 역시 군무진을 향하여 아름다운 웃음을 지었다.
그녀는 예뻤다. 한보라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었고 사람들의 부러움과 칭찬소리를 흔하게 들었다. 그런데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의 배신에 유산까지... 예쁜 얼굴에는 상처를 입었고 심혈을 들인 사업도 망해 버렸다. 평판이 바닦까지 떨어진 한보라는 어둠과 절망속에 자신을 가뒀다. 무엇때문일까? 이 모든 것은 차성우가 나타난 후부터 시작한 것이다. 사랑은 참 위험한 물건이었다!
김지완은 권현석이 한평생 떼어낼 수 없는 트러블이라고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권현석 자신마저도 늘 그렇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김지완은 그에게서 몇번이나 상처를 받고 여러번 버림을 받았다. 끝내 모든 희망을 접은 그녀는 이혼합의서를 권현석에게 던지며 말했다. “이혼하자! 그리고 내 돈 줘!” 권현석은 그녀의 예쁜 얼굴을 보며 눈썹을 치켜뜨고 빠르게 사인을 했다. 분명 기대했던 이혼인데 왠지 그의 마음 한 구석이 비어진 것 같았다. 김지완은 권현석한테서 얻은 돈으로 건물도 사고 차도 사며 남자도 찾... 뭐? 감히 남자를 찾아? “권현석, 당신 미친거 아니야?” “그래, 나 지금 제정신 아니야. 그래서 우리 재결합하자. 그래서 내 돈 다 네가 가져.” 그렇게 두 사람은 재결합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권현석은 김지완을 벽에 대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아이를 원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