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한 번만 저를 사랑해주면 안 돼요?” 고진아는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꼭 잡고 우한결을 향해 이 말을 했다. 수줍은 소녀의 첫 고백. 우한결은 눈 앞의 소녀를 바라보며 문득 그녀를 처음 본 날이 떠올랐다. 교복을 입고 소파에 공손하게 앉아 있었지만 꽉 쥔 주먹에서는 고집과 억울이 역력했다. 그 때의 두 눈도 지금처럼 반짝이고 밝았다. 외삼촌의 괴롭힘을 받고 있었던 고진아는 할아버지의 친구 우씨 가문 주인인 우건국을 찾아갔다. 하지만 어르신은 벌써 은퇴하셨고 도리어 모욕을 받게 되었다. 그때, 우한결이 나타난 것이다. 성년이 된 어느 날, 삼촌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게다가 그녀를 해외로 보낼 생각이었다. 화가 난 고진아는 반항을 했지만 결국 우한결을 이기지 못했다. 해외에서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성 질병 치료의 전문가가 되었다. 주로 “거기”를 봐주는 의사 말이다. “삼촌, 나이가 이 정도 되었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으셨는데 혹시 문제가 있는 거 아니에요? 제가 한 번 봐드릴까요?”그러면서 고진아는 우한결의 다리 사이를 흘깃했다. 약간 경멸의 뜻이 있는 것 같았다. 시선을 느낀 우한결은 차가운 기운을 뿜으며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앞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럼, 어디 한 번 검사해봐.” 그 말에 고진아는 귀까지 빨개지며 도망갔다.
고진아는 손에 폴더를 든 채 문을 발로 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소리를 지르려던 순간 침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한결 씨, 살살해 줘... 못 참겠어..."
한 여자의 신음 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그녀는 이런 신음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저택에 살고 있는 건 그녀와 그녀의 삼촌인 우한결 둘 뿐이었다. 삼촌이 여자를 집까지 데려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폴더를 놓치는 바람에 종이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갔다. 고진아는 침실 문을 열어 젖혔다.
조명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남자의 넓은 등은 일정한 박자로 움직이고 있었고, 하반신은 얇은 이불로 가려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뒷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는 삼촌 우한결이 틀림없었다.
그의 몸 아래로 흥분한 여자가 보였다.
화가 잔뜩 난 고진아는 문 옆에 있던 신발을 집어 던지며 울부짖었다. "삼촌 진짜 싫어!"
그리고는 침실을 뛰쳐나갔다.
문 닫는 소리에 우한결은 이불을 제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상의는 맨몸이었지만 바지는 입고 있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이 들이마시자, 연기 사이로 그의 매력적인 모습이 흐려졌다. 차갑고 위협적인 눈빛에는 아무런 욕망도 서려있지 않았다.
곧 여자도 브래지어만 입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우한결의 허리에 손을 뻗었다. "신경 쓰지 마세요. 하던 거 계속 할까요?"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나가."
사실 그녀는 침대 위에서의 연기를 현실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결 씨.." 그녀는 손가락으로 그의 허리를 더듬으며 속삭였다.
이 도시에서 우한결의 권력은 청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에게 맞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다시 생각할 것도 없이 그는 여자를 다시 대에서 밀어냈다.
"한성남, 데리고 나가."
"알겠습니다."
그녀는 침실에 더 있고 싶어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한성남에게 잡혀 끌려 나갔다. 한성남이 침대 옆으로 다시 다가가 말했다. "대표님, 아가씨가 친구 곽아남 양의 댁으로 간 것 같습니다. 아직 해외 여행 서류에 서명도 안 했어요."
"직접 서류 보여주고 사인 받아 와. 이젠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저택을 떠난 직후 고진아는 베프인 곽아남 집으로 향했다.
그녀는 친구의 어깨에 기대 흐느끼며 말했다. "어떻게 삼촌이 나한테 이럴 수 있어?"
곽아남은 그녀의 등을 다독이며 달랬다. "진아야, 그 사람은 네 삼촌이란 거 잊지 마.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 게다가 나이도 서른이잖아.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지. 이제 그만 벗어날 때가 됐어."
고진아는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내 친삼촌도 아니잖아."
"그래도 널 키워준 사람이잖아. 어쨌든 네 삼촌이고 두 사람이 가족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곽아남이 다시 한 번 현실을 그녀에게 상기시켰다.
고진아는 잠시 생각에 빠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친구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두 사람은 가족이었고 이를 부정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는 두 사람의 삶에 가족 관계를 능가하는 다른 관계는 있을 수 없었다.
그녀는 열여섯 살 무렵, 자신을 학대하는 외삼촌과 외숙모로부터 도망친 뒤로 줄곧 우씨 가문에서 지내왔다.
존경 받는 우씨 가문의 우두머리였던 우건국이 그녀의 할아버지에게 빚진 일이 있어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어르신을 만나러 가보니, 그는 이미 은퇴하여 더 이상 저택에서 거주하지 않았다.
거실에는 앉아있던 우씨 가문의 현재 리더의 둘째 부인인 유가인이 그녀를 못마땅한 눈치로 쳐다보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고진아는 어색하게 거실에 서 있기만 했다. 그때 부인이 도우미를 시켜 제발로 나가라는 의미로 2만 원을 건넸다.
굴욕감에 두 뺨이 달아올랐다. 돈을 거절하고 나가려던 순간 유가인을 조롱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가 계실 때에만 너그러운 척 연기하나 봐요? 우씨 가문이 애 하나 정도는 먹여살릴 수 있을 텐데, 지금 뭐 하는 겁니까? 그래도 신용은 지켜야죠."
고진아가 놀라서 고개를 들자 계단에 서 있는 쌀쌀맞은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회색 정장 차림의 그는 팔짱을 낀 채 지금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위에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부군과 혼인을 하여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한 지 3년이 되었다. 드디어 출세한 부군을 보고 임자월은 자신의 고생이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고 보살폈던 부군이 눈이 하늘보다 높고 허영심이 많은 데다 여색을 즐기는 남자였다니. 부군이 저지른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임자월은 잔혹하기로 유명한 황제에게 몸을 잃게 되었다. 부군의 목숨과 앞길을 위하여 임자월은 모든 굴욕을 삼키고 진실을 숨겼다. 그 후로 부군은 황제의 인정을 받고 점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군이 다른 권세들과 잔을 들고 하늘 땅을 토론하고 있을 때 그녀는 옆 방에서 황제의 몸 아래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헌신에 돌아온 건 부군의 배신과 버림 뿐이었다. 그 남자가 혼인을 하는 날, 그녀는 살수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날카로운 칼이 그녀의 목에 다다라 바닥에 쓰러졌을 때 황제의 깨끗하고 화려한 신발이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짐의 여자가 되거라. 그럼 넌 이 세상의 제일 귀한 여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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