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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국지색:재혼왕비 독희

경국지색:재혼왕비 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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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어느 날 풍인원에 갇힌 강왕비가 되어 있었다. 담생은 시작하자마자 그녀를 능욕하려는 두 사람을 죽였고 빨간 옷을 입고 최악의 추남악녀의 결혼식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미친 듯이 도발해 난동을 쳤고 쓰레기 같은 남자는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으며 비천한 여인도 질투심이 났지만 반격할 힘이 없었다. 이 모든것을 진왕이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는 흥미로운 듯 입꼬리를 치켜세웠다.이 여인은 매력적이고 남달랐다고 여긴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을 얻을 것이고 아끼고 달래여 그녀와 함께 세상끝까지 함께 할거라 다짐했다.

제1화 미치광이 왕비로 환생하다

"천하절색의 완벽한 미색을 자랑하는 강 왕비가 이대로 목숨을 다하는 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차라리 죽기 전에 아랫것들의 노리개가 되어보는 건 어떠합니까?"

"하하, 맞는 말일세. 어차피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 쓰임새를 다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죽으면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

"내 말이 그 말이오. 강왕 전하께서 측비를 들이느라 여념이 없는데, 강 왕비의 생사에 관심이 있을 리 없지. 어쩌면 강 왕비가 한시라도 빨리 죽길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네."

......

막 정신을 차린 담생이 눈을 번쩍 뜨자, 얼굴에 살이 뒤룩뒤룩 찐 사내 두 명이 음흉한 눈빛에 저속하기 짝이 없는 말을 입에 올리며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틀어 올린 머리를 고정한 비녀를 빼든 그녀가 순식간에 자리에서 튀어 오르더니, 비녀로 한 사내의 눈을 찌른 뒤 다시 목을 그었다.

"으악!"

눈과 목을 감싸 쥔 사내의 손가락 사이로 뜨거운 피가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았던 사람이 살기를 가득 뒤집어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을 죽이는 모습에 다른 한 사내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담생이 어찌 그를 도망치게 내버려둘 수 있을까? 단걸음에 사내의 목덜미를 잡고 돌려놓더니 비녀로 목을 그어버리는 것이다. 이후 손을 놓자, 사내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두 사내를 처단한 후, 비틀거리는 몸으로 간신히 자리에 선 담생은 벽에 기대어 숨을 헐떡였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는 환생 후의 기쁨은 찾아볼 수 없었고, 복잡한 심정과 동정심밖에 없었다.

몸의 주인은 장군부에 유일하게 남은 후손으로, 황제가 딱하게 여겨 강왕 우문익과 혼인하도록 교지를 내렸다. 허나 우문익은 어린 시절부터 태부의 여식 상려를 마음에 품었었다.

연모하는 이를 얻기 위해 우문익은 몸의 주인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 미치광이들을 수용하는 남산원에 가뒀다.

남산원에서 지내는 동안 몸의 주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교통을 겪었다. 지금까지 죽지 않고 살 수 있었던 건 끝내 삭이지 못한 원통함 때문이었으나 담생이 그녀의 몸을 차지하면서 원통함도 함께 사라졌다.

담생은 전생에 세계 서열 1위의 암살자였으며, 독을 가장 잘 다뤘기 때문에 독희라 불렸다.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마저 그녀의 손을 거치고 나면 치명적인 독약이 될 수 있었으니.

의술과 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기 때문에, 그녀는 의술도 무척이나 뛰어났다.

살생에 이골이 난 그녀가 업계에서 은퇴하려 했으나, 그녀의 주인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의 비밀을 누설할까 두려워 나머지 수하들과 함께 그녀를 암실로 유인해 폭탄을 터뜨렸고, 그녀는 암실에서 생을 마감했다. 다시 눈을 떠보니 낯선 시대 여인의 몸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은혜와 원수를 잘 구분할 줄 아는 담생은 남의 몸을 차지했으니 복수를 도와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조금 전, 두 사내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보면 강왕은 오늘 꿈에만 그리던 여인을 측비로 맞이한다. 그렇다면 강왕의 정비인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일 테지.

비녀에 묻은 피를 소매에 닦은 후, 다시 머리를 단단히 틀어 올린 담생은 걸음을 옮겨 밖으로 향했다.

남산원은 도성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의 산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경비가 삼엄하지만, 담생은 굳이 그 길을 따라 내려올 필요는 없었다.

이곳은 경성과 백 리나 떨어졌기에, 걸어 간다면 우문익과 상려의 혼례식은 이미 끝났을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린 그녀는 마차 한 대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발견하고 길가에 서서 팔을 들어 올렸다. 경성으로 향하는 마차를 빌려 탈 생각이었다.

"주인님, 옷차림이 남루한 여인이 길을 막고 서 있습니다."

마차를 몰던 명월이 담생을 발견하고 마차 안에 있는 사람에게 보고하자, 마차 안에서 나른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전해왔다.

"신경 쓸 필요 없다."

명월은 앞을 바라보더니 난처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인이 길 중간에 서 있습니다..."

사내는 고개도 들지 않고 처음과같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경 쓸 필요 없대도."

"예, 알겠습니다."

주인의 명을 받은 명월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담생을 향해 빠르게 마차를 몰았다.

그 모습을 본 담생의 눈이 살짝 찌푸려지더니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마차는 이미 그녀를 깔고 지나갔을 것이다.

보자 보자 하니까, 보자기로 보이는 건가? 이번만큼은 절대 참을 수 없다!

다시 머리에 꽂은 비녀를 뽑아 든 담생이 단숨에 창문을 통해 마차 안으로 올라가더니 날카로운 비녀 끝을 사내의 목에 댄 채 낮은 목소리로 겁박했다.

"소리 내지 말거라. 그렇지 않으면 황천길로 가는 길을 보여줄 것이다."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 마차를 몰고 있는 명월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목숨 줄이 잡힌 사내는 조금도 당황한 기색 없이 담생이 손에 쥐고 있는 날카로운 비녀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낭자, 경성으로 가는 마차를 얻어 타고 싶은 거라면 그냥 타게나. 이리 포악한 짓은 하지 않아도 되네. 내 그리 냉정한 사람은 아닐세."

말을 마친 그가 입 꼬리를 끌어 올리며 봄바람같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담생에게 자신의 호의를 표현하려는 듯했다.

흠, 역시 사내의 말은 믿을 것이 되지 못하는군.

특히나 잘난 이목구비에 당장이라도 그림에서 튀어나올 것처럼 생긴 사내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녀가 마차를 세우기 위해 팔이 빠질 정도로 세게 흔들었을 땐, 거들떠보지 않을 뿐더러 당장이라도 들이받을 것처럼 하더니, 인제와 눈 한번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 더 용서할 수 없다.

담생이 손에 움켜쥔 비녀에 더욱 힘을 싣자, 비녀는 당장이라도 사내의 목을 뚫고 들어갈 지경이었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얌전히 있거라."

사내의 입이 다시 조가비처럼 다물어지더니 옆에 놓여 있는 책을 집어 들었다. 비녀를 손에 놓지 않은 담생은 사내가 밖에 있는 마부에게 도움을 요청할까 끝내 경계를 풀지 않았다.

마차는 역시 빨랐다. 반나절도 채 걸리지 않아 경성에 도착했으니.

몸에 은자나 쓸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던 담생은 사내의 화려한 차림새를 훑어보더니 어색하게 코를 쓸어 내리며 입을 열었다. "수중에 은자 좀 있으면 며칠만 쓰고 갚겠소."

마차를 강탈한 것도 모자라 재물까지 탐하다니. 담생은 자신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녀도 다른 방법은 없었다.

사내는 주저하지 않고 허리춤에 매단 염낭을 담생에게 건넸다.

염낭을 받아 든 담생은 사내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고맙소. 내가 빌린 은자는 강왕부에 가서 강 왕비가 빌려 갔다고 말하면 돌려받을 수 있을 거요."

'강 왕비'라는 말에 사내는 곧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필경 이렇게 오랫동안 대막에서만 지내고 경성에 돌아온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니.

사내의 이상한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한 담생은 사내의 창백한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마차를 태워주고, 은자를 빌려준 것에 대한 보답으로 충고하자면, 몸에 남아 있는 고독(蛊毒)을 빨리 제거해야 할 겁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한 해 정도 남았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고독에 잡아 먹혀 미치광이 살인 본능만 남은 마귀가 될 겁니다."

순간, 사내의 태연하기만 했던 얼굴에 균열이 생기며 미간에 깊은 주름이 자리했다.

그가 고독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어떻게 확신한 걸까? 설마 강 왕비에게 다른 사람이 모르는 능력이 존재하는 걸까?

손가락으로 책을 가볍게 두드리며, 빠르게 멀어지는 담생의 뒷모습을 쫓는 사내의 눈언저리에 어두운 빛이 스쳤다.

가림막이 걷히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명월은 담생을 발견하고 놀란 나머지 고삐를 잡아 마차를 세우고 말을 더듬었다.

"언, 언제부터 올라와 있었습니까?"

담생은 그런 명월을 향해 싱긋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손에 쥔 염낭을 흔들어 보이며 마차에서 내렸다.

염낭이 눈에 익은 것을 발견한 명월이 서둘러 주인께 아뢰었다. "주인님, 저 여인이 주인님의 염낭을 훔쳤습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여전히 똑같았다.

"신경 쓸 필요 없다."

"예, 알겠습니다."

다시 자리로 돌아간 명월이 손에 채찍을 쥐자, 마차 안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택으로 돌아가지 말고, 강왕부 맞은편에 있는 술집에 가야겠다. 오늘 좋은 볼거리가 있다는구나."

재미난 볼거리라면 마다하지 않는 명월은 즉시 길을 바꿔 사해술집으로 향했다. 3층 창가에 있는 방을 선택한 두 사람은 강왕부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지켜볼 수 있었다.

염낭을 챙기고 제일 먼저 객잔으로 향한 명월은 목욕을 하고 배불리 먹은 뒤, 새 옷을 사러 갔다. 붉은색을 강조한 치마와 저고리는 그녀의 몸에 짜맞춘 듯 꼭 어울렸고 온몸에서 우아한 기품이 흘러 넘쳤다. 점포 주인장과 점소이는 완전히 넋을 잃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경국지색에 화용월태가 이 여인을 놓고 하는 말이로구나!

담생은 객잔 바로 옆에 있는 약 점포에 가서 몇 가지 물건을 더 샀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강왕부에 도착한 그녀는 떠들썩한 광경에 차가운 실소를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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