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당일, 김소은은 죽마고우의 약혼자에게 강당에서 버림받고 온 도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모두에게 친절을 베풀었지만 돌아오는건 약혼자와 이복언니의 바람피는 동영상 뿐... 신념이 무너진 그녀는 일면식 없는 멋진 남자와 원나잇을 즐겼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인연인 줄 알고 황홀한 밤을 보낸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다. 뜻밖에도 이 남자는 그녀의 생활 속에 자주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를 도와 프로젝트를 따내고,그녀를 배신한 남녀를 복수하고,본인은 엉뚱하면서도 발칙하지만 그녀에겐 따뜻하고 친절하다. 김소은은 왠지이런 애인이 있는 것도 괜찮다고 느꼈다. 그녀는 그의 그늘 아래서 여유롭고 한가로운 생활을 보내게 되었다. 찌질남 전임자는 오히려 그녀를 문 앞에 막고 눈시울을 붉히며 후회했다고 말했다. 경성의 거물인 그는 샤워타올을 두르고 그녀의 뒤에 서서 온몸에 키스마크를 보며 탐욕스러운 본능을 드러냈다. "자기, 누구를 택할래? 잘 생각해서 대답해."
"여자 친구 있어요?"
빨간색 스포츠카에 비스듬히 몸을 기댄 김소은은 몸에 꼭 맞는 미니 드레스로 매혹적인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주먹만 한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청초하면서도 아름답게 빛났다.
평소 생기가 넘치던 그녀의 두 눈이 오늘따라 유난히 차갑게 식은 것 같았다.
그녀의 애교 가득한 목소리에 오토바이 앞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남자가 흠칫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내려다봤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남자의 짙은 눈썹 아래로 얇게 쌍꺼풀 진 긴 눈매가 사나운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싱글이에요." 매력적인 중 저음의 목소리가 달콤하게 그녀의 귓가에 내려앉았다.
김소은은 굵은 웨이브에 귀 옆으로 살짝 낸 애교머리를 뒤로 쓸며 싱긋 미소 지었다.
만족스러운 듯 허리를 살짝 아래로 숙인 그녀의 살구색 입술은 당장이라도 먹고 싶을 만큼 탐스러웠다.
"오늘 날 즐겁게 하면 수리 비용은 받지 않을 생각인데." 얇은 입술을 비집고 나온 말은 충분히 대담했다.
유재석이 먼저 그녀를 두고 바람을 피운 이상, 그녀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반드시 배로 되갚아줄 것이다.
게다가 지금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남자는, 외모로 보나 몸매로 보나 어느 것 하나 유재석보다 못한 것이 없어 보였다.
어쩌면 유재석은 감히 이 남자와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 눈앞의 남자와 함께라면 즐거운 밤을 보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남자는 좁아 든 미간으로 빨간 스포츠카에 난 스크래치와 폐차해야 할 것 같은 자신의 오토바이를 흘깃 쳐다봤다.
사실상 남자의 오토바이는 김소은의 스포츠카보다 훨씬 높은 값을 자랑하는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입 꼬리를 살짝 올려 싱긋 미소 지은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좋아요. 어차피 난 당신 차 수리비까지 갚을 형편이 되지 못하니까. 하지만 방금 한 말 후회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그리고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꼭 안고 가까운 러브 호텔로 향했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김소은은 남자의 가슴을 밀쳐 침대에 밀어뜨린 뒤 강하게 입술을 부딪쳐 왔다. 유명한 러브 호텔답게 손을 뻗어 서랍을 열자 안에는 남녀의 비밀 행각을 더욱 뜨겁게 만들어 줄 도구들로 가득했다.
김소은은 플라스틱으로 된 수갑을 찾아 남자의 손목에 아프지 않게 묶은 뒤 매혹적으로 입 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난 남자를 안달나게 만드는 게 더 취향인 사람이라."
서툰 손짓임에도 불구하고 수줍게 눈을 흘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만개한 빨간 장미처럼 강렬한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소은이 모르는 사이 수갑을 풀어 헤친 남자는 그녀의 욕망에 들뜬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으로 빚은 갚은 셈 할게요." 벌써 끝난 그녀는 상대의 욕정이 풀렸는지도 개의치 않고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며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다시 남자에 의해 침대에 눕혀졌다. 그의 가는 눈동자에서 욕정이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고작 한 번으로 만족하겠어요? 밤은 길고, 우린 오늘 밤새 함께 있기로 약속했잖아요." 남자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그녀의 뺨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그가 어떻게 수갑을 풀었는지 고민하기도 전에, 몰아치는 남자의 열띤 숨소리에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남자는 그녀가 했던 것처럼 두꺼운 손으로 그녀의 입을 가리고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꾹 참게 했다. 그녀의 사정을 봐주지 않고 몰아치듯 밀어닥치는 움직임에 눈에는 뜨거운 눈물이 가득 고였다.
밤은 길다는 말을 증명하듯, 남자는 밤새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품었다.
결국 도중에 기절하다시피 잠든 김소은은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의 사정에도 남자는 봐주지 않고 더욱 거칠게 그녀를 품고 또 품어댔으니 말이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옷을 주워 든 김소은은 남자의 눈을 마주할 용기도 남지 않았다.
목소리를 내는 것도 힘겨웠는지, 쉰 목소리로 날카롭게 경고했다. "나한테 사고 영상이 있다는 거 잊지 않았죠? 이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오늘 이곳에서 일어난 일은 떠벌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잘됐네요. 사고 영상은 저도 저장해 두었어요."
남자의 말 속에 숨은 뜻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김소은은 핸드백을 손에 쥐고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왔다.
힘없이 늘어지는 다리에 힘을 가득 준 그녀는 당장이라도 자리에 까무러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남자의 장난기 가득한 웃음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좀 쉬다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나쁜 자식!
온 힘을 다해 문을 쾅 닫은 그녀는 남자의 뺨이라도 때리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눌렀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에 고정된 남자의 두 눈에는 어느새 소유욕으로 들끓었다.
그 시각, 호텔 로비 TV에서는 실시간 특종 뉴스가 보도되고 있었다.
"오늘 뉴스입니다. 정략결혼을 맺은 경주의 두 명문 재벌 가문 혼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취소되었다고 합니다. 소문에 따르면, 유씨 가문 도련님은 원치 않는 결혼을 강행하고 싶지 않아 예식장에서 도망쳤고, 이로 인해 김씨 가문 아가씨가 큰 창피를 당했다고 합니다."
뉴스를 구경하고 있는 호텔 로비 직원들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소문에 신랑이 약혼녀 이복 언니와 붙어 다닌다며? 그 언니가 전처가 낳은 자식이라고 하던데, 남편이 전처와 다시 붙어먹을 줄 누가 알기나 했겠어? 어쩌면 자매가 한 남자를 두고 싸울 수도 있겠네."
TV 속 김소은은 하얀 웨딩드레스에 부케를 손에 쥐고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망가진 모습을 기대했던 걸까, 카메라는 얼어붙은 그녀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며 앵글을 확대했다.
어제 하룻밤의 환희 탓인지 김소은은 그다지 슬프지도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 유재석에게만 매달리며 첫사랑이 마지막 사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그녀였다. 그녀가 했던 모든 행동이 도리어 그녀를 짓밟게 한 원인이 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말이다.
유재석이 아니더라도, 그녀의 공허함을 채워줄 남자는 많다.
이를테면, 어젯밤처럼 밤새 그녀를 품고 또 품으며 욕망을 쏟아냈던 남자라든가.
김서완은 21세기 약재 가문의 18대 계승자로, 염왕의 손에서 사람을 빼앗을 정도인 뛰어난 의술을 가지고 있었다. 만든 단약은 천하의 만병을 치료할 수 있어 모두가 필사적으로 구하려 했다. 뜻밖에도 하루아침에, 원근에 소문난 승상댁의 추녀가 되었고, 천하를 뒤흔든 전신 왕야를 덮치기까지 했다.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괜찮다! 그녀가 어떻게 역전하는지 지켜보라고! 약혼자를 빼앗아? 그럼 가문둘 수 없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의붓여동생에게 망신을 주고 혼수를 빼앗아 일 푼도 남겨주지 않았다! 만만해 보인다고? 그럼 그녀를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제대로 짓밟아 뭉개주지! 그 못난이 아버지, 독부 계모, 그리고 맨날 연약한 척 연기하는 의붓여동생까지! 못생겼다고? 그럼 얼굴의 반점을 고쳐 좌중을 놀라게 할 절세의 미인으로 변하지! 옛날의 못생겼던 승상댁 적장녀가 이제는 누구도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심지어 왕야까지 자신의 왕비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냉혈의 대명사로 불리우던 소천경은 자기 부인밖에 모르는 공처가가 되었다. 부인이 누군가를 죽이려 하면, 그는 칼을 건넸고, 부인이 미소를 지으면, 그는 꽃을 주었다. 하지만 그의 부인은... 그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은 듯했다. 심지어 그와 이혼을 하려 한다. 말로는 남자는 자기 발목을 잡는다나 뭐나. 소천경은 너무 억울했다. "그럴 수 없네. 내 순결은 이미 부인에게 주었는데, 부인은 반드시 내 몸을 책임져야 하네."
최윤정은 다시 태어났다. 전생엔,나쁜 남자한테 버림받고 못된 계집한테 모함 당하고 처가집의 구박까지 가해졌고 그녀의 집안을 파산시키고 정신상태마저 온전치 못하게 되었다. 결국 임신 9개월때 차사고로 죽게 되었는데 죄 짓은 놈은 행복한 가정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번 생에 최윤정은 깨달게 되었다. 생명의 은인이고 일편단심이고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최윤정은 이 나쁜 남자와 못된 계집을 짓밟고 다시 가문의 영광을 되찾아 럭셔리한 삶을 살려고 한다. 유일한 다른 점이라면 전생에 감히 쳐다볼수도 없던 사람이 지금은 먼저 머리숙여 손을 내밀고 있다. "최윤정,신혼은 안되도 재혼은 내 차례가 된거 아니야?" "..."
신의 가문의 후계자인 소청리(蘇青璃)가 천원 왕조 승상댁 사랑을 받지 못하는 적녀의 몸에 환생했다.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앞에서는 날카로운 칼이 빛을 번쩍이며 그녀를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장군댁 부인을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또 죽는다고?'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며 몸 원주인의 기억이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깐의 어지러움이 있은 후, 소청리는 타고난 의술과 지혜를 이용해 자신의 결백을 증명했다. 모든 어려움이 끝난 줄 알았지만 앞으로의 길이 더 깊은 지옥일 줄이야. 승상댁의 적녀로서 첩의 학대에, 하인들의 무시를 받으며 깨끗한 밥, 따뜻한 옷 한 벌 가질 수 없었다. 이런 더러운 수단을 나한테 쓴다고? 소청리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쓰레기는 버려질 운명이지, 그녀는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자신의 계획에 흥분되어 신나게 복수를 하고 있을 때, 눈앞에 언제부터인지 전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소청리가 한 나쁜 일에 눈감아줬을 뿐만 아니라 친히 도와주기까지 했다. "전하, 저를 이렇게 도와주셔도 괜찮습니까? 제가 이 천하를 원한다면요?" 소청리의 물음에 화운정(花雲霆)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이 천하를 너한테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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