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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고 사랑이 가능할까

틀을 깨고 사랑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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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병원비를 지불하기 위해, 정하진은 여동생을 대신해 평판이 좋지 않고 양쪽 귀가 들리지 않는 심재현과 결혼했다. 신혼의 밤, 설레는 마음으로 옷을 하나씩 벗으며 기대했는데 돌아오는 것은 심재현의 차가운 경고뿐이 었다. "우리 결혼은 그냥 계약일 뿐이야." 성질이 불 같은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를 화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정하진은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가 웃음거리로 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그녀의 남편인 심재현은 그녀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계약이 끝나는 날, 짐을 들고 떠나려는 정하진에게 심재현은 눈시울을 붉히며 매달렸다."가지마..."

목차

제1화 돈이 필요해

"네가 벗을래, 아니면 내가 도와줄까?" 남자의 경멸 어린 말투는 정하진의 연약한 신경을 정면으로 자극했다.

등 뒤에서 들려온 웨딩드레스 지퍼가 풀리는 소리에 정하진은 깜짝 놀라 황급히 드레스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돌아서는 순간, 마주한 것은 남자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였다.

"이 드레스를 입고 있어야 할 사람은 네 여동생이어야 했어. 네가 아니라." 남자의 날 선 말에 정하진은 숨이 턱 막혔다.

심재현은 해성시 최고 재벌가의 후계자로, 원래는 정하진의 여동생 구예린과 결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신부는 정하진이었다. 이 모든 일의 시작은, 바로 구예린이 결혼식 당일 도망친 탓이었다.

성인이 된 이후로 거의 연락조차 없었던 정하진의 엄마 최미자는 어느 날 불쑥 찾아와서 꺼낸 말이, 동생 대신 결혼하라는 이야기였다.

최미자는 정하진의 손을 잡으며 애원했다. "하진아, 네 월급으로는 너희 아빠 요양원 비용을 감당할 수 없잖아? 그러니까 이번 한 번만 예린이 좀 도와줘. 그러면 앞으로 너희 아빠의 병원비는 구씨 가문에서 책임질게."

정하진은 단번에 거절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의 아버지는 실종되었고, 구씨 가문은 이미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인질 삼아 정하진더러 이 드레스를 입으라고 협박했다.

정하진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비록 힘든 삶을 살아왔지만, 아버지는 세상에서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반드시 아버지를 구해야만 했다.

씁쓸한 기억을 억누르며 고개를 숙인 정하진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심재현 씨, 어차피 이번 결혼은 사업을 위한 계약 결혼이잖아요. 그러니 상대가 저라도 달라질 건 없죠."

"고개 들고 말해." 얼음장처럼 차가운 명령이 그녀의 귀를 찔러왔고, 동시에 심재현의 손이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제야 정하진은 마지못해 심재현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심재현의 오른쪽 귀에 낀 작은 기기를 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것은 인공 와우였다.

'귀가 안 들리는 거야? 구예린이 도망친 이유가... 이거였구나.'

"네 여동생이 왜 도망쳤는지 이제 알겠지? 그런데도 나랑 결혼할 거야?" 심재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심재현은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열네 살에 사고로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은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네, 그래도 결혼할 거예요." 정하진은 눈 속의 망설임을 감췄다.

"이유는?" 심재현은 장난이 어린 표정을 거두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정하진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뉴스를 보도하는 기세로 정중히 입을 열었다. "저희 부모님 말씀에 의하면 이번 결혼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하셨어요. 이후 심씨 가문에서 고액의 위약금을 지급하기로 했고, 그건 전부 제 몫이래요. 그리고 저는 그 돈이 필요하고요."

심씨 가문이 이 결혼을 통해 얻게 될 이익은 분명 돈 이상의 것이었지만, 정하진은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몫만 받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돈이면 아버지의 병원비를 지불할 수 있을 테니까.'

심재현은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생각보다 욕심이 크네."

돈을 밝히는 여자야 수도 없이 봐왔지만,이렇게까지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

"거래라면 나도 먼저 물건을 확인해야겠지?"

그 말에 정하진의 몸은 순간 굳어버렸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어깨가 주체할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 결혼은 반드시 잠자리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

순간, 정하진의 마음속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4년간 연애했던 전 남자친구와는 키스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제 만난 지 1시간 쯤 되는 남자와 밤을 보낸다고?'

그 압박감에 정하진은 숨이 턱 막히며 시야가 흐릿해졌고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질 뻔했다.

그 순간, 따뜻하고 단단한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품 안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신기하게도, 막혔던 숨이 서서히 트이기 시작했다.

정하진은 오랫동안 병을 앓아와 어떤 남성과도 신체 접촉을 할 수 없었다. 억지로 접촉하면 호흡이 막히고 그대로 쓰러지는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심재현의 손길은 오히려 그녀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었다.

정하진은 심재현의 따뜻한 가슴에 얼굴을 댄 채, 바로 귓가에서 울리는 심장 소리를 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드러난 살결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정하진이 그가 이대로 강행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찰나, 심재현은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

"이런 증상, 언제부터였어?" 심재현이 물었다.

정하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저도 잘 몰라요..."

의사 말로는 신체적인 이상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라고 했었다.

심재현은 우스운 듯 입을 열었다. "그래서 구씨 가문에선 이걸 알고 나 같은 장애인한테 떠넘긴 거겠군. 참 기가 막힌 장사를 했네."

정하진은 말없이 웨딩드레스를 움켜쥐었고 가슴 속 깊은 곳이 꽉 막힌 듯,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설마, 지금 날 되돌려 보내려는 건가? 그럼 우리 아빠는 어떡하지? 의료비는커녕, 구씨 가문은 아빠 얼굴조차 못 보게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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