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 목운산장 뒷산 깊은 골목에 무정하게 버려진 한 여인의 모습. 사마음, 마(魔)의 음(音)이란 뜻을 땄다. 그녀의 이름. 몸이 땅과 부딪치는 순간, 사마음은 눈을 번쩍 떴고 이어 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현실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나, 환생한 거야?” 전생의 사마음은 질식하여 죽게 되었다. 상서부의 첫째 딸인 사윤설이 돌아온 후, 둘째 소저인 사마음은 모든 사랑을 잃게 되었다. 이야기는 길었다. 아무튼 사마음 악몽같은 삶은 사윤설이 상서부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은 전생에 사윤설의 계략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 날이었다. 하얀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숨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에 사마음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 “사마음!!!”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사마음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응하였다. “여기요!” 장화가 눈을 밟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큰 그림자가 눈 앞을 가렸다. “어쩌다... 자신을 이리도 불쌍하게 만든 것이냐.” 그러면서 남자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사마음을 품에 않았다. 이혁! 이름난 간신. 전생에도 이 남자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수많은 화살에 찔려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사마음은 그의 소매를 꽉 잡았다. 그 동작에 이혁의 마음은 급격히 조였고 빨개진 눈으로 사마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내가 널 지킬 것이니.” ‘이번 생은 내가 널 지킬 것이야.’ 사마음의 결심이었다.
엄동철, 목운산장(暮雲山莊) 뒷산의 깊은 골짜기에는 눈이 수북이 쌓였다.
두 사람은 얇은 옷차림을 한 여인을 들고 산골짜기에 걸어가 그녀를 힘껏 내던졌다.
사마음(謝魔音)의 몸이 땅과 부딪치는 순간, 두 눈은 충격으로 인해 번쩍 떠졌고 오장육부가 몸 안에서 터지면서 반사적으로 몸이 살짝 접히며 피를 내뿜었다.
새하얀 눈밭은 순간 붉게 물들어 버렸다.
물 속에 빠져 질식할 듯한 공포감이 온몸을 휩쓸었고 부러진 뼈와 찢어진 살에서 전해오는 고통은 현실을 일깨워주듯 그녀를 자극하고 있었다.
사마음은 멍하니 눈앞의 흰 경치를 바라보았다.
내가 다시 태어났다.
사윤설(謝允雪)의 함정에 빠져 절름발이가 된 그 날로 돌아왔다니.
그 해, 사윤설이 돌아왔다. 상서부로 들어오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그녀에게 집중되었다.
사상서 부부는 모든 일에서 다 사윤설을 우선시하였고 오라버니는 늘 언니에게 양보를 해야 된다고 일깨워주었다. 사윤설이 밖에서 떠도는 동안, 너무도 많은 고난을 겪었다면서...
그녀를 가장 아끼고 사랑했었던 약혼자조차, 눈에 사윤설밖에 담지 못하게 되었다.
사마음 역시 언니를 불쌍히 여겼었다. 하지만 그 결과, 그녀는 자신의 언니에게 당하여 이 엄동설한에 뒷산의 깊은 골짜기에 버려지면서 다리 한쪽까지 부러지게 된 것이었다.
사마음은 자욱한 하늘에서 눈꽃이 흩날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눈꽃은 홑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몸에 떨어졌고 온몸이 치가 떨리게 아팠다.
힘써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였지만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왜 하필 이 시간에...
설마, 또 지난 생처럼 밤 연회가 끝난 뒤까지 버텨야 가증스러운 사윤설이 날 주워가는 걸까?
"사마음!"
먼 곳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릿한 목소리는 점차 또렷해졌다.
사마음은 눈을 번쩍 뜨고 온갖 힘을 다하여 외쳤다. "저는 여기에 있습니다."
장화가 눈을 밟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큰 그림자가 눈 앞을 가렸다. 사마음은 차갑고 준수한 얼굴을 가진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윽한 눈빛으로 사마음을 바라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참으로 품위가 있군, 이리도 추운 날 심산유곡에 누워있다니..."
"만약 이때 딱 마침, 늑대 몇 마리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시체를 거둘 필요도 없겠군."
조롱이 가득 담긴 말에 사마음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전생에서도 이 사내는 똑같이 차갑고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그녀를 대했지만 결국은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수많은 화살에 찔려 눈밭에서 목숨을 잃었었다.
"이혁 오라버니, 너무 아픕니다..."
사마음은 흐느끼며 말했다.
이혁은 천자의 태부이자 추밀원의 정사로서 금군을 관리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어린 황제의 곁에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였고 조정의 권력을 틀어쥐고 있었다.
그는 일 처리에 있어서 늘 무자비했고 조정의 모든 사람에게 간신으로 불렸지만 그녀에게만 특별하였다.
하지만 지난 생의 사마음은 사람을 보는 안목이 없었기에 간사한 자의 말을 믿어 이혁을 간신으로 대했고 결국 그를 죽게 만들었다.
"이제서야 아픈 줄 알겠느냐? 내가 고심하여 충고할 때에는 들은 체 만체하였으면서."
이혁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지만 바로 겉옷을 벗고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를 감싸 안았으면서 산골짜기 밖을 향해 걸어갔다.
사마음은 얌전히 그의 품 속에 안겨 있었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혁 오라버니, 송구합니다..."
"이제 와서 잘못을 인정하여도 소용 없다. 송씨 집안의 그 놈이 널 이리 만든 것은 내 기필코 청산할 것이다." 이혁은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사마음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그 빚들은, 제대로 청산해야지요..."
목운산장 문앞.
명문 집안의 공자와 아가씨들이 산장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었으며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이 숙산에서 아주 멋진 경치가 보인다는 소문은 진작에 들었습니다. 바로 저 산꼭대기에 있는 십리매림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송씨 집안의 개인재산이어서 평소에는 올 기회가 없었습니다."
"오늘 이리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윤설 아가씨의 덕분이지요."
"그렇지요. 윤설 아가씨의 초대가 없었더라면 둘째 공자님의 그 성질에 절대 저희를 가까이 들이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사람들은 분홍색 비단옷을 입고 있는 여인을 둘러싸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윤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그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의 아첨을 즐겼다.
"참."
한 여인이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 "산장의 사람들은 다 흩어졌는데 어찌 마음이가 보이지 않는 거지요?"
"어디 구석에서 홀로 삐지고 있겠지요."
다른 한 사람이 깔보는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사윤설 아가씨께서 둘째 공자와 말을 몇 마디 더 나누셨다고 그리 악설을 퍼붓더니.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숨어 억울한 척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참으로 역겹기 그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갑자기 청량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올렸다. "둘째 공자님."
원안후작 댁의 둘째 공자 송승안은 청풍제월한 청년이었고 젊은 나이에 벌써 한림원의 편수(編修:중국에서 옛날 국사편찬에 종사하던 사관)를 맡게 되었기에 전도가 양양하였다.
"마침 마음이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화가 나서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사윤설은 입술을 깨물고 조금 흥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안 되겠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찾으러 가야 하겠습니다! 이리도 추운 날에 계속 밖에 있다가 고뿔이라도 걸리면 안되니까요..."
송승안은 얼마 전, 사마음이 성질을 부리는 교만한 표정을 떠올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사윤설의 손을 붙잡고 따분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가기는 어디를 간다는 거지? 성질을 부리려거든 마음껏 부리라고 하거라!"
"전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밖에서 얼어 죽어도 싸지!"
송승안이 그 말을 마치자 주위의 공기는 한껏 싸늘해진 것 같았다.
뒤에서 누군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얼어 죽어도 싸다고 하였소?"
그는 고개를 들자마자 몸집이 큰 남자가 한 여인을 꽁꽁 감싼 채, 그의 눈앞에 서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 대인님?"
송승안은 깜짝 놀랐고 그가 품에 안은 여인이 누구인지 자세히 들여다 본 후,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마음! 사람들이 보는 눈앞에서 다른 남자를 이리도 친근히 끌어안고 있다니. 네 눈에는 약혼자인 내가 보이지 않는 것이냐!"
"염치도 모르는군! 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네 언니가 걱정하는 마음에 아픈 몸으로도 너를 찾으려 떠나려 하였는데 말이야!"
송승안은 매서운 눈빛으로 사마음을 째려보았다. 그는 당장 내려오라고 외치려 할 때, 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치게 되었다.
예전의 순진하고 억울한 눈빛과는 달리, 마치 다른 사람이라도 한 듯 차가웠다.
그는 잠시 멈칫하였다. 그때 사마음이 냉소하며 말했다. "사람이 죽게 생겼는데, 염치는 무슨 염치 말입니까?"
"그게 무슨 뜻이지?" 송승안은 막연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윤설도 앞으로 나아가며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 "그래, 마음아. 왜 그러는 것이냐? 밖에서 다치기라도 한 것이냐?"
사마음은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향했고 그 얼굴을 보게 된 순간, 눈에서 증오가 들끓어 올랐다.
"제가 왜 그러는 거냐고 물으셨습니까? 언니는 정녕 몰라서 물으시는 겁니까?"
사윤설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녀는 사마음이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라도 한 듯 그녀의 입을 막으려 하였다.
하지만 사마음보다는 한발 느렸다.
"제가 혼자가 된 틈을 타, 사람을 시켜 저를 기절시키셨지요. 그리고는 뒷산의 산골짜기에 저를 버리셔서 제가 이 꼴이 된 것 아닙니까!"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윤설이가 그리 지독한 일을 저지를 리가 없지 않은가?"
송승안은 미간을 찌푸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다면 제 온몸의 상처는 다 아무 까닭 없이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사마음은 손을 뻗어 겉옷을 걷어 올리고 뒤틀릴 정도로 붉게 부어 오른 발목을 내밀었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았다.
"당신..." 송승안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사윤설은 지독하게도 피가 섞인 동생을 해치려 하였지요. 그리고 당신, 송승안은..."
사마음은 전생에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사내를 바라보며 역겨운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제가 산골짜기에 버려져서 생사를 오가고 있을 때, 송 공자는 다른 여인을 안고 그녀에게 지극정성이었지요! 심지어 저한테 염치도 모르냐고 따지다니..."
"그쪽은 그저 무정하고 의리가 없는 쓰레기일 뿐이죠!"
진아름이 누구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 신비로운 회사의 대표, 최고 용병의 여왕, 천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과학 천재... 그런데, 이런 자유인이 쓸모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아니, 그럴 리 없어. 진아름의 결혼식 전 날, 그녀를 자신의 도망간 신부로 오해한 부현승은 다짜고짜 시청으로 끌고 가 결혼 증명서를 받았다. 어리둥절한 진아름은 그렇게 도시 최고의 권력자 부현승의 아내가 되었고 우연히 부현승의 할머니까지 구하게 되었다. ‘아니, 나 내일 결혼하는데?’ 모든 일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진아름은 부현승과 이혼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합의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 날, 약혼자인 강혁이 부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아들이라는 진실이 밝혀지는데... 자신의 진짜 신분을 되찾은 강혁은 시골 출신에, 교육을 받지 못한 진아름을 혐오하기 시작했고 파혼을 요구하며 굴욕을 주었다.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강혁은 후회가 밀려왔고 다시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부현승이 진아름 곁에 나타나며 경고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숙모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야, 살살 좀. 이래다 저 여자 깨면 어떻게?” 문수아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호텔의 한 객실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온몸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웠다. 겨우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눈 앞의 펼쳐진 기막힌 광경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새엄마가 지금 그녀의 남자친구와 뜨겁게 딥키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더 깊이 나아가며 문수아에 대한 음모를 크게 논의하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고 문수아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고 온 힘을 다하여 창문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옆방으로 천천히 이동하던 중 누군가의 힘에 끌려 한 남자의 품에 들어갔다. 약 기운에 그녀는 남자와 밤을 보내게 되었고 다음날에 5만원 두장만 남기고 도망갔다. 문수아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새엄마 음모에 반격하려 결심했다. 그녀는 애인을 구한다는 정보를 올렸고 딱마침 그 포스팅을 한도진이 보게 되었다. 문수아는 한도진과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 남자 생각보다 매력적인 것 같은데? “이쪽부터 저쪽까지 다 포장해주세요.” 뭐지, 이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는? 나중에서야 문수아는 한도진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잠깐, 그럼 그날 밤 그 남자도 당신이란 말이야?” 한도진은 문수아의 놀란 반응에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민시월에게 있어, 차욱은 따뜻한 해빛같은 존재였다. 얼어 죽어가는 어린 시월에게 천사처럼 나타난 소년. 나중에, 차욱이 차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민시월은 망설임 없이 차씨 가문으로 시집 와서 자신의 타고난 의술로 차욱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2년 동안 가족과 남편에게 모든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한마디의... “지루하다...” 이건 차욱이 민시월에게 준 평가였다. 화장도 평범하고 스타일도 촌스럽고 성격도 답답한 게 볼 적마다 고구마 먹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채희가 돌아온 후, 차욱은 바로 뜨거운 새 사랑을 시작했다. 신채희, 여우같은 여자.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한 민시월은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드레스, 브라운 긴 머리, 빨간 입술에 크고 매혹적인 눈. 이게 바록 진정한 민시월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또 뭐가 있을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해킹 천재, 최고의 레이싱 선수, 국제에서 이름이 난 신의... 그리고 그녀 곁에 실력만큼 대단한 미모를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자신의 것이 빼앗긴 느낌이 든 차욱은 민시월을 붙잡으려 했지만 더 큰 손이 먼저 차욱의 손목을 잡았다. “제 와이프입니다.”
“첨벙!” 그녀는 두 남자에 의해 바다속으로 던져졌다. 모든 한과 후회를 품고 그렇게 차가운 바닷물에 자신의 몸을 버렸다. “주승훈은 너 때문에 죽은 거야. 그 자식이 너를 사랑하는 것도 모르는 바보.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야.” 바다로 던져지기 전 안미연의 입에서 들은 말이다. “미안해, 주승훈...진심이야.” 밤은 고요했다. “미래 씨, 눈 좀 떠봐요. 자는 척 그만하고요.” 누군가가 안미래의 귀가에서 요란하게 부르고 있었다. 눈을 뜨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주...승훈?” 이게 꿈인가? 그렇다. 안미래는 환생했다. 그것도 주승훈과의 결혼한 첫날 밤으로. 이번 생에는 절대로 주승훈을 놔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과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결심했다. 당연히 복수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기다려! 악녀가 돌아왔다.
“이제 내가 널 놔줄게.” 김백로는 이혼 합의서에 사인을 한 후, 짐을 정리하고 도지섭과 함께 살던 집에서 나왔다. 아무리 뜨거운 마음이라도 도지섭이라는 얼음을 녹일 수 없었다. 두 사람의 인생은 더 이상 역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지섭은 사랑하는 첫사랑과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고 김백로도 나머지 3개월의 삶을 원하는 데로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김백로에 대한 그 남자의 집착은 점점 심해지기만 했고 그 어떤 남자도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도지섭 씨, 이게 무슨 뜻이죠?” 김백로는 자기 허리에 놓인 큰 손을 보며 그 손의 주인을 노려봤다. 그러자 도지섭은 고개를 숙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미안해... 다시 돌아와 줘.” 김백로는 허리의 손을 치고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홀로 남겨진 도지섭은 의기소침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때 멀리서 김백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늦었네요. 이젠 당신을 원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