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씨 집안 도련님 말이야, 약혼했다고 들었는데, 약혼녀는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래. 얼마나 촌스럽고 못생겼는지." 권여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들은 첫 소리였다. 맞다, 그 촌스럽고 못생긴 약혼녀가 바로 권여정이었다. 할아버지와의 약속때문에 여기까지 왔지만 자신에 대한 소문이 이렇게 황당할 줄이야.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은 지금 비웃고 있는 그 소녀는 이 도시의 제일 부자였다. 그뿐일까? "부자"는 소녀의 여러 캐릭터중의 하나였고 숨겨져 있는 비밀은 더욱 모든 사람들의 입을 떡 벌리게 했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신비로운 천재 해커......부자는 그중에서 제일 평범한 타이틀일뿐. 그러던 어느 날, 연회에서 권여정의 정체가 드러났고 다음 날 원제욱은 성명을 내고 모든 반대론자들을 침묵시켰다. "저는 권여정 씨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곧 결혼할 것입니다." 권여정이 정체를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 원제욱이 그녀를 언제부터 사랑하게 된 것일까?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한 여자가 캐리어를 들고 A시의 한 기차역을 나섰다.
내리쬐는 햇볕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불그스름해졌다. 그녀는 캐리어를 끌며 한 쪽 손으로 흘러 내리는 긴 곱슬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아치형 눈썹 아래로 반짝이는 예쁜 눈, 높지는 않지만 반듯한 코, 붉은 입술이 아름다웠다. 화장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수수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안녕하십니까? 권여정 씨 맞으시죠? 원 사장님 지시를 받고 모시러 왔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를 따라 차에 탔다. 긴 여행으로 많이 피곤해 보였다.
운전하는 동안 기사는 백미러로 그녀가 뒷좌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 여자는 원제욱의 약혼녀였다.
원제욱으로 말할 것 같으면 온 도시의 모든 것을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다. 겨우 21살에 원 씨 그룹 사장직에 오르면서 또래보다 훨씬 빠르게 앞서갔다. 그는 냉철한 성격에 수완이 좋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어 업계에서는 그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한편 원 회장은 손자를 위해 오래 전부터 손자 며느리를 마련해 두었다. 놀라운 것은, 그 손자 며느리라는 사람은 명문대가의 따님이 아니라 시골에서 올라온 권여정이었다.
순수해 보이는 그녀를 바라보며 운전기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부잣집 며느리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명 고생을 할 게 뻔했다.
그때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고 차분한 표정으로 창 밖으로 펼쳐지는 낯선 도시풍경을 바라보았다.
차는 곧 목적지에 도착했고 운전기사는 그녀의 짐을 대신 들어주었다.
그녀가 집안에 발을 내딛자마자 세련된 차림의 여성이 나타나 그녀를 위 아래로 훑어보았다.
"아줌마!"
"네, 사모님."
아줌마는 다짜고짜 권여정에게 소독 스프레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사모님이라고 불린 이 여성은 원제욱의 어머니인 백청아였다.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명령했다. "머리랑 신발에도 뿌려요."
권여정의 몸은 이내 소독제로 잔뜩 뒤덮였다. 화학 약품 냄새에 코가 아파왔다. 그녀는 코를 막으며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뭐하시는 거죠?"
백청아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시골에서 올라왔다지만 그래도 예의는 있을 줄 알았지. 딱 보니까 정말 촌스럽고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구나, 얘. 정체를 알 수 없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이 집에 사절이란다. 혹시 네 몸에 묻어있을지도 모르잖니? 이해하렴."
할아버지와 했던 약속만 아니었다면 권여정은 지금 당장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어머님 입에도 소독제를 잔뜩 뿌려야겠네요! 입 냄새가 정말 심하시거든요!"
권여정은 아줌마를 밀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 어머, 얘 좀 봐라??" 백청아는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손까지 떨며 성을 냈다. 옆에 서 있던 아줌마는 급히 백청아의 화를 달래기 시작했다.
거실에는 권여정과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소녀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브랜드란 브랜드는 다 몸에 걸치고 얼굴에는 본 모습을 알아볼 수 없도록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권여정이 하인이라도 되는 듯한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다. 원제욱의 사촌인 원민주였다.
"어머, 언니가 우리 사촌오빠 약혼자, 권여정 맞죠?" 원민주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우리 할아버지는 참 취향도 별나다니까. 왜 언니 같은 사람을 골랐을까요? 그나저나 여기까지 버스에 기차에 여러 번 갈아타고 왔다면서요? 미리 말해줬으면 대신 비행기 티켓이라도 사줬을 텐데요. 아 맞다. 시골에는 공항이 없죠?"
그녀의 무례한 말에 권여정은 눈썹을 치켜들었다..
대체 이 가족들은 왜 하나같이 다 이 모양일까?
그녀가 살던 곳에 공항이 없는 건 사실이었지만 친할아버지께서는 A시로 가는 버스와 열차를 모두 통째로 예약해 주셨다. 비행기 일등석에 탄 것보다 더 편안하게 이곳까지 왔다는 사실을 그들은 절대 모를 것이다.
원한다면 전용헬기를 타고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그런 얘기를 일일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말 없이 2층으로 올라갔다.
누군가에게 무시당하는 게 익숙지 않은 원민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제 방은 어디인가요?" 권여정이 뒤에 서 있는 하인에게 물었다.
"여기예요!" 하인이 대답하기도 전에 원민주가 재빨리 외쳤다.
그녀는 문을 열어주며 거만하게 말했다. "이렇게 큰 방은 처음이죠? 여기 사는 동안에는 조심해서 써요. 그나저나 전 제욱 오빠 사촌 동생인 원민주예요. 저한테 아마 잘 보여야 할..."
그녀의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권여정은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다. 원민주는 벙찐 얼굴로 가만히 서 있다 씩씩거리며 돌아갔다.
"아니, 쟤는 뭘 믿고 이러는 거야!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니까? 어디 가서 촌뜨기를 데려와서 말이야!"
그때 하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 원민주에게 말했다. "저, 아가씨. 여기는 도련님 방 같은데요."
방문을 바라보는 그녀의 한쪽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새언니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아시다시피 제욱 오빠가 다른 사람이 방에 들어오거나 물건을 만지는 걸 엄청 싫어하잖아요? 오빠가 물어보면 그 여자 혼자 들어갔다고 말해줘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
반짝이는 눈빛으로 원민주가 하인에게 말했다.
눈이 많이 내린 한겨울. 목운산장 뒷산 깊은 골목에 무정하게 버려진 한 여인의 모습. 사마음, 마(魔)의 음(音)이란 뜻을 땄다. 그녀의 이름. 몸이 땅과 부딪치는 순간, 사마음은 눈을 번쩍 떴고 이어 몸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현실이라는 자극을 받게 되었다. "나, 환생한 거야?" 전생의 사마음은 질식하여 죽게 되었다. 상서부의 첫째 딸인 사윤설이 돌아온 후, 둘째 소저인 사마음은 모든 사랑을 잃게 되었다. 이야기는 길었다. 아무튼 사마음 악몽같은 삶은 사윤설이 상서부로 들어온 그 순간부터 시작되었고 오늘은 전생에 사윤설의 계략에 빠져 다리가 부러진 날이었다. 하얀 눈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다. 숨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움직일 수 없는 무력감에 사마음의 마음은 점점 차가워졌다. "사마음!!!"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사마음은 마지막 힘을 다하여 응하였다. "여기요!" 장화가 눈을 밟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졌고 큰 그림자가 눈 앞을 가렸다. "어쩌다... 자신을 이리도 불쌍하게 만든 것이냐." 그러면서 남자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사마음을 품에 않았다. 이혁! 이름난 간신. 전생에도 이 남자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수많은 화살에 찔려 목숨을 잃게 되었다. 이렇게 다시 만나다니. 사마음은 그의 소매를 꽉 잡았다. 그 동작에 이혁의 마음은 급격히 조였고 빨개진 눈으로 사마음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말거라, 내가 널 지킬 것이니." '이번 생은 내가 널 지킬 것이야.' 사마음의 결심이었다.
그녀는 예뻤다. 한보라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신의 삶에 만족했다. 원하는 것은 모두 얻을 수 있었고 사람들의 부러움과 칭찬소리를 흔하게 들었다. 그런데 왜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남편의 배신에 유산까지... 예쁜 얼굴에는 상처를 입었고 심혈을 들인 사업도 망해 버렸다. 평판이 바닦까지 떨어진 한보라는 어둠과 절망속에 자신을 가뒀다. 무엇때문일까? 이 모든 것은 차성우가 나타난 후부터 시작한 것이다. 사랑은 참 위험한 물건이었다!
진아름이 누구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사, 신비로운 회사의 대표, 최고 용병의 여왕, 천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과학 천재... 그런데, 이런 자유인이 쓸모 없는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아니, 그럴 리 없어. 진아름의 결혼식 전 날, 그녀를 자신의 도망간 신부로 오해한 부현승은 다짜고짜 시청으로 끌고 가 결혼 증명서를 받았다. 어리둥절한 진아름은 그렇게 도시 최고의 권력자 부현승의 아내가 되었고 우연히 부현승의 할머니까지 구하게 되었다. '아니, 나 내일 결혼하는데?' 모든 일을 다시 되돌리고 싶은 진아름은 부현승과 이혼을 요구했고 두 사람은 합의를 보게 되었다. 그런데... 결혼식 날, 약혼자인 강혁이 부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아들이라는 진실이 밝혀지는데... 자신의 진짜 신분을 되찾은 강혁은 시골 출신에, 교육을 받지 못한 진아름을 혐오하기 시작했고 파혼을 요구하며 굴욕을 주었다. 모든 진실이 밝혀졌을 때, 강혁은 후회가 밀려왔고 다시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부현승이 진아름 곁에 나타나며 경고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숙모라고 불러야 하지 않나?"
한 사고가 그를 그녀의 남편 중 가장 미움받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감옥에 갇혀서 아이를 낳았고 풀려난 후, 그녀와 그녀의 아이들한테 남은 것은 남편의 미친 복수와 배신이었다. 그녀는 언젠가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렸지만 불치의 치료결과만 나왔다. 진단을 받은 날, 그는 그의 애인을 안고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금 죽는 게 좋겠네. 나랑 사랑하는 여인와 결혼하는 것을 방해하지 마!" 이 순간, 재처럼 죽는다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했다. 불 속에서 김눈은 아이를 안고 이 세상에서 더 이상 그리울 것이 없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 진우성은 두 사람의 유골을 안고 후회와 함께 괴로움속에서 미쳤다. 3년 뒤 불치병을 앓고 있는 유명한 의사를 힘들게 찾았다. 하지만, 원장은 죽을 때까지 괴로웠다. 김눈은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고 성진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당신이 지금 죽더라도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혼을 한 후 그녀가 한 첫 번째 일은 배민성의 약혼녀가 되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 누구든 다 괜찮아, 그런데 왜 하필, 배민성이냐고!" 남자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배민성과 남태우는 서로 적대적 관계였다. "당신과 상관 없는 일이지 않나? 당신은 민세라만 잘 지키세요." 그렇게 말하고 임경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 평범한 여자라고 생각한 임경아에게는 남태우가 몰랐던 모습들이 많았다.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피아니스트." "신비로운 디자이너가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우 투자자가 바로......" 정체가 드러났을 때 남태우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임경아를 다시 되찾을 수 있을까?
"첨벙!" 그녀는 두 남자에 의해 바다속으로 던져졌다. 모든 한과 후회를 품고 그렇게 차가운 바닷물에 자신의 몸을 버렸다. "주승훈은 너 때문에 죽은 거야. 그 자식이 너를 사랑하는 것도 모르는 바보.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야." 바다로 던져지기 전 안미연의 입에서 들은 말이다. "미안해, 주승훈...진심이야." 밤은 고요했다. "미래 씨, 눈 좀 떠봐요. 자는 척 그만하고요." 누군가가 안미래의 귀가에서 요란하게 부르고 있었다. 눈을 뜨자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다. "주...승훈?" 이게 꿈인가? 그렇다. 안미래는 환생했다. 그것도 주승훈과의 결혼한 첫날 밤으로. 이번 생에는 절대로 주승훈을 놔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마음과 사랑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결심했다. 당연히 복수하는 것도 잊지 않을 것이다! 기다려! 악녀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