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골목길에서 만난 상처투성이 남자.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일반 외출을 끝마친 심윤희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익숙한 골목길을 지나가다가 피비린내에 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잘생긴 남자가 몸을 움츠리고 벽에 기대 쓰러져있는 것이다. ‘지씨 가문의 가주! 지한성!’ 얼굴을 확인한 심윤희는 바로 마음속으로 이번 치료의 이익에 대하여 빠르게 계산하고 있었다. 경성을 뒤흔들 수 있는 이 남자, 잔혹한 수단으로 잔인한 악마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이 남자. 그런데 이 남자는 그녀를 쉽게 놔줄 것 같지 않았다. 친아빠와 계모의 계략하에 하마터면 죽을 목숨이 될 뻔한 심윤희가 또한 지한성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오고 가는 정에 두 사람은 합작하기로 결정했고 그러던 중 서로에 대한 마음이 생기게 되며 그 마음이 주체할 수 없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지 대표님께서 여자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럼 한 번 확인해 보실래요?” 그러면서 남자의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귀를 스쳐지나갔다.
어둠이 거대한 장막처럼 경성 전체를 뒤덮었고, 구름을 뚫고 비치는 어슴푸레한 달빛이 좁은 골목에 내려앉았다.
한 손에 구급상자를 쥔 심윤희가 골목길에 있는 집 대문을 열고 빠른 걸음으로 나왔다.
골목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나타난 검은 그림자가 비틀거리며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검은 그림자가 가까워질수록, 진한 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린 심윤희는 검은 그림자가 건장한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림과 동시에 털썩거리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심지어 말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쓰러진 것이다.
심윤희는 천천히 발걸음을 움직이며 가까이 다가가 남자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이 남자는...' 쓰러진 남자는 경성 제일 가문이라 불리는 지씨 가문의 상속자 지한성이었다.
찰나의 순간, 심윤희는 이 도련님의 목숨값에 대한 계산을 끝냈다. 쓸데없는 참견이 가끔은 좋은 결과와 함께 찾아올 때도 있으니.
천천히 허리를 굽힌 심윤희가 지한성의 인중에 검지를 대자 따뜻한 숨결이 손끝에 닿았다.
숨을 고르게 쉬는 걸 보니 살아 있네. 그렇다면 희망은 아직 존재했다.
여기까지 생각한 심윤희는 곧바로 지한성의 겨드랑이를 붙잡고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부축했다.
어두운 골목을 거의 지날 때쯤, 갑자기 자리에 멈춘 심윤희가 주머니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더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것 같은 검은색 대문을 열었다.
이곳은 그녀가 경성에 마련한 비밀 진료실 중 하나였다.
심윤희는 곧바로 지한성을 부축해 수술대로 옮겼다.
피로 흠뻑 젖은 외투를 벗고 하얀 가운을 입은 그녀가 수술 도구를 소독하더니 바로 수술을 시작했다.
"탁!" 잠시 후, 피 묻은 총알이 금속 쟁반에 부딪히면서 쨍그랑 소리가 났다.
수술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심윤희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수술 상처를 빠르게 꿰맨 뒤, 다른 상처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굉음과 함께 커다란 문이 힘없이 활짝 열리더니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빠르게 그녀의 진료실로 들이닥치는 것이다!
일부 경호원들은 수술대 위에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는 지한성을 포위했고, 나머지 경호원은 진료실을 통제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선두에 선 경호원의 차가운 총기가 심윤희의 관자놀이를 무자비하게 짓눌렀다. "우리 대표님을 납치한 목적이 뭐야?"
긴장 가득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심윤희는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때, 수술대 위에 누워있는 지한성의 손가락이 살짝 꿈틀거리는 것이다.
아마 곧 의식을 되찾겠지. 그렇다면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경찰과 조폭을 한 번에 주름잡는 거물 지한성이 설마 자기 목숨을 구해준 사람을 배신하는 배은망덕한 사람은 아니겠지?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더불어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당장에 찢어질 것 같은 가슴 통증에 지한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풀어줘." 지한성의 목소리가 낮게 들려왔음에도 불구하고 목소리에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압도감이 충분했다.
"다들 나가..."
남자의 조금은 쉰 듯한 목소리가 권위로 가득 찼고 경호원들은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빠르게 움직여 수술실을 나섰다. 이제 심윤희와 지한성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심윤희는 그 틈에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지한성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다.
"날 구한 사람이 당신이에요?" 눈살을 깊게 찌푸린 지한성이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심윤희를 쳐다봤다.
"네." 심윤희는 심드렁하게 대답할 뿐이다.
지한성은 상처를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미간을 더욱 세게 찌푸렸다. "날 구해준 대가로 부탁 하나 들어줄게요. 갖고 싶은 게 있어요?"
심윤희는 편안하게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깊은 고민에 잠긴 표정을 해 보였다.
"생각나면 연락할게요."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계산기를 백 번이나 두드린 셈이다.
경성에서 지한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자비 없는 수단은 온 경성에 소문날 정도로 잔인하고 매서웠다.
현재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한 심윤희는 지한성과의 인연은 붙잡아 두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연락해요." 말을 마친 지한성은 침대에서 힘겹게 일어나더니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지한성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심윤희의 입 꼬리가 비스듬히 올라갔다.
이런 귀인을 구하게 될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이번 기회에 심윤희는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그날 밤의 숙취로 윤서연은 건들면 안되는 남자를 건드렸다. “당신이 필요해요. 부탁할게요.” “난 당신의 몸에만 관심이 있지, 다른 건 하기 싫은데?” 윤서연은 보기 드문 미녀였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그 어떤 형용사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다. 뭐랄까? 정령의 귀여움과 마녀의 차가움이 합친 그런 느낌이었다. 이제훈은 어두움 속에서 그녀의 열정을 느꼈다. 술 냄새가 풍기는 입술은 부드럽고 달콤했다.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그의 마음을 흔들었고 더욱 깊이 빠져들게 했다. “민성아...” 뜨겁게 붙어있는 사이 윤서연이 부른 이름이었다. 남자는 동작을 멈추고 어둠속의 눈은 빛났다. 잠시 후 그는 몸을 일으켜 셔츠를 걸치고 불을 켜서 여자를 바라봤다. 윤서연은 취기에 얼굴은 붉었고 눈은 밝은 빛에 가늘게 뜨고 있었다. 최고의 변호사 이제훈과 유명한 피아니스트 윤서연의 첫 만남이었다. 전개가 궁금하시면 함께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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