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더러운 흙물과 썩어가는 음식물이 뒤범벅되어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습기가 꽉 찬 이 공간에는 한 여인이 바닦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한 쪽 눈만 가지고 있고 얼굴에는 무서운 큰 흉터가 있었다.온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허약하게 숨만 내뿜고 있었다. 주위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세 남자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연우를 살릴수만 있다면 너 하나따위...”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으아아아!” “아가씨!”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청아가 보였다. ‘어찌된 일인가? 청아는 이미...” 그리고 거울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 소가연은 깨달았다. 환생.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복수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그런데? 전생에 차갑기만 하던 황숙이 매일 곁에 나타나면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무공에 의술에 독까지 능통한 소가연에게 숨겨진 비밀이 점점 궁금해진 것이다. “내 왕비가 되어줄 수 있겠느냐?”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습하고 음침한 지하 감옥, 두 개의 굵은 쇠갈고리가 빠른 속도로 소가연(蕭語歌)의 견갑골을 관통하면서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
"으아아악~!"
그녀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몸이 떨려오고 정신이 아득해 났다. 깊숙이 패어 들어간 왼쪽 눈과 뺨에 지렁이처럼 자리한 흉터가 그녀의 몰골을 더욱 흉측하게 만들었다. 검붉은 피가 갈고리를 따라 방울방울 흘러내리며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앞에 서 있는 세 명의 남자는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어찌⋯ 어찌 저에게 이런 고통을 주시는 겁니까?"
소가연은 숨 막히는 고통을 참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하나는 그녀가 목숨까지 바쳐가며 연모해온 정인이고, 다른 하나는 그녀의 오라버니며 나머지 하나는 제일 믿고 지냈던 죽마고우였다. 그런 세 사람이 이토록 가혹한 처벌을 그녀에게 내린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천사진(千思塵)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왔다. "가연아, 도망치지 말았어야지. 연우(芙兒)는 너의 언니가 아니더냐. 어의가 말하길, 어렸을 적부터 몸이 허약한 연우가 백살까지 장수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했다. 바로 백 가지 신약을 흡수하여 어떤 독에도 당하지 않는 너의 피를 연우에게 바치는 것이지. 네가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연우의 신분을 훔쳐 소씨 가문에서 적녀(嫡女) 행세를 하며 살았어도 연우는 너를 원망하지 않고 잘 대해주지 않았더냐. 혹 연우가 죽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언니가 장수할 수 있다면,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언니의 건강을 위해 제가 죽어 마땅하다는 말씀이십니까?"
소가연은 자신이 연모했던 남자가 낯설게 변한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사진 오라버니, 저를 배반하지 않겠다고 약조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녀는 천사진을 위해 세상의 모든 독을 직접 시험해 보았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대가로 어떤 독에도 당하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얻은 몸이 결국은 자신의 죽음을 앞당기는 빌미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연모하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연우다. 마음씨 고운 연우가 슬퍼하는 네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 하여 억지로 너에게 그런 약조를 한 것이다."
"하지만 사진 오라버니의 정인은 제가 아닙니까?" 소가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천사진과 혼인하기 위해 양보에 양보를 거듭하며 나중에는 두 자매가 동시에 한 남자를 섬겨야 한다는 그의 터무니 없는 요구까지 받아들였는데 결국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이처럼 비참한 말로였다.
"허나 나는 너를 연모한 적 없다! 난초국(蘭昭國)은 외눈박이를 태자비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어찌 괴물 같은 몰골을 해가지고 태자비를 꿈꾸는 것이냐?" 그의 말은 다시 한번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소가연의 가슴을 찔렀다.
"이 눈은 오라비가 언니에게 주라고 해서 내어준 것 아닙니까! 흉터도 태자 전하를 구하기 위해 남긴 것입니다!" 얼음장차럼 차갑던 그의 표정이 조금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애절한 눈빛을 피했다. "가연아, 내가 너에게 못할 짓을 했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하지 말거라. 내 앞으로 왕의 자리에 오르면 너를 귀비로 추봉하여 왕릉에 묻을 것을 약조하마. 그리고 나와 연우도 사후 너의 곁에 묻힐 것이니, 그때면 우리 다시 함께 할 수 있겠구나." 그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 뻔뻔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다!
"사진 오라버니, 언니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면 많을 것입니다.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소가연은 목숨을 바쳐 연모한 남자가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살고 싶은 본능이 꿈틀거리며 공포감이 엄습했다.
천사진이 마음을 바꿀세라, 곁에서 전전긍긍하던 초천지(楚天齊)가 시간을 재촉했다. "태자 전하, 더 이상 지체하여서는 안 됩니다. 연우의 생명이 경각을 다투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다릴 수 있지만, 연우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오라버니, 저도 오라버니의 누이이지 않습니까! 오라버니는 저의 눈을 언니에게 주라고 하시면서 평생 저를 지켜주겠다고 약조하셨잖아요. 어찌, 저에게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소가연은 한때 그녀를 목숨보다 더 아껴줬던 남자를 바라보며 가슴이 찢어졌다.
그녀의 말에 초천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그녀를 쏘아봤다. "연우만 아니었으면 어디서 감히 너 따위 계집이 나를 오라버니라고 부를 자격이나 있었겠느냐! 네가 우리 연우의 인생을 빼앗아갔으니 이제 그 빚을 모조리 갚을 때가 됐어!"
"제가 언니의 인생을 빼앗아갔다고 하시는데, 그것이 저의 죄입니까? 왜 모든 죄를 저에게 돌리시는 겁니까?" 결국 그들이 그녀에게 잘 해준 이유는 전부 소연우(蕭語芙)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남자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원이 오라버니, 오라버니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그녀는 애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러나 닝원(寧風)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시 그녀를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었다. "가연아, 연우는 나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 아니더냐. 너는 내게 뭘 해준 게 있느냐? 너의 몸에서 흐르는 피가 연우에게 아무 도움이 안 되었다면 나도 너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을 것이야."
세 남자의 말은 세 개의 날카로운 칼날처럼 소가연의 가슴을 깊숙이 찔렀다. 그 순간 그녀는 육신과 정신이 동시에 아찔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모든 희망이 실망으로, 그리고 다시 절망으로 변했다.
'오라버니의 목숨을 구해준 사람은 분명⋯ 분명⋯나인데!'
그녀의 삶을 환하게 비춰주는 빛이 있다면, 단연코 눈앞의 세 사람이라고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비로소 깨달았다. 그녀의 삶에 처음부터 빛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들이 그녀에게 보여준 다정함과 연민은 모두 오늘을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이었다. 그녀의 언니이자 그들 삶속의 빛과 같은 존재를 위해서 말이다.
"태자 전하! 큰일 났습니다! 아가씨께서⋯아가씨께서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이때, 소연우의 시녀인 령아(安鈴)가 다급하게 달려와 소식을 알렸다.
"태자 전하! 더는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제는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초천지와 닝원도 초조한 표정으로 천사진을 돌아봤다.
"가연아, 미안하다⋯" 곤룡포에서 날카로운 단검을 꺼낸 천사진은 그녀의 오른쪽 손목을 깊이 베었다.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타고 미리 준비된 용기로 흘러 들어갔다.
소가연은 온 힘을 다해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이미 무기력해진 두 팔은 들어 올릴 힘조차 없었다. 온몸의 피가 오른손으로 몰리면서 생명의 끝자락을 맞이하는 느낌과 더불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고통에 몸이 천천히 식어갔다. 남은 힘을 겨우 끌어 모아 필사적으로 애원하던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약해졌다. 의식도 점점 흐려져갔다⋯
그냥 이대로 죽는 걸까? 억울하고 분통하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절대 저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으아악!'
두 팔을 허공에 휘두르며 비명을 지른 소가연이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가씨! 아가씨!" 그때, 그녀의 귓가에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淸洛)니?" 소가연은 눈앞의 계집애를 바라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청아는 분명 곤장에 맞아 죽었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녀는 바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거칠고 흉측한 상처 하나 없이 여전히 깨끗하고 예쁜 손이었다. 석경 앞으로 달려간 그녀는 멀쩡한 왼쪽 눈과 흉터 한 점 없이 매끈한 얼굴을 손으로 어루쓸었다. 방금 일어난 모든 것이 마치 딴 세상에서 일어난 일과 같았다.
하늘이 그녀를 불쌍히 여겨 다시 세상으로 돌려보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급계(及笄, 열다섯 살, 시집 보낼 나이)를 앞둔 3년 전의 그날로 다시 돌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소씨 가문의 적녀였다.
"아가씨! 깨어나셨습니까? 걱정했사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청아가 기쁜 얼굴로 밖으로 뛰쳐나와 소리를 질렀다. "노야, 부인, 연우 아가씨! 가연 아가씨께서 드디어 깨어나셨습니다! 아가씨께서 깨어나셨습니다!"
밖에서 부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니 소연우가 바로 처소로 달려 들어와 그녀를 품에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가연아, 미안하다. 모두 너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이 언니의 잘못이야. 미리 알았더라면 모든 힘을 다해 막았을 것이야.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했다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볼 체면이 없었을 거야. 산에서 떨어진 사람이 나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5세기의 최고 살수인 월계가 이세계로 환생했다. 게다가 전신의 핏줄인 쓰레기 아가씨 몸에 말이다. 영근이 망가져 수련을 할 수 없다? 약혼자가 파혼을 하겠다? 세상 사람들은 월계를 불쌍히 여기면서 조롱하기까지 했다. 휘황찬란한 전신의 후계자가 이런 끊어지기 쉬운 페물이라니.그런데 전설 속의 신수와 연을 맺고 독물에 능숙한 그녀는 최상급 단약을 제련할 수 있었다. "전신의 핏줄이 무시당할 수 있겠는가?" 첫 만남에 인간 소녀에게 화염주를 뺏기다니. 마존은 처음으로 이런 모욕을 당했다. 마역 최고의 존재로 그가 지나가는 곳은 만물이 시들고 오직 어둠만 있었다. 그를 둘러싼 신비로운 짙은 보라색의 기운은 무섭고 그 어떤 생물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다. 강자는 강자와 함께하는 법. 인간 소녀에게 점점 관심이 가게 된 연무혁은 어느새 마음이 부드러워진 것을 느꼈다. 그런데 월계는 남녀의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어두운 밤, 더러운 흙물과 썩어가는 음식물이 뒤범벅되어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습기가 꽉 찬 이 공간에는 한 여인이 바닦에 쓰러져 있었다. 그녀는 한 쪽 눈만 가지고 있고 얼굴에는 무서운 큰 흉터가 있었다.온 몸은 피투성이가 되었고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허약하게 숨만 내뿜고 있었다. 주위에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세 남자가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연우를 살릴수만 있다면 너 하나따위...”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으아아아!” “아가씨!”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청아가 보였다. ‘어찌된 일인가? 청아는 이미...” 그리고 거울속 자신의 얼굴을 보고 소가연은 깨달았다. 환생.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그녀는 복수의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 그런데? 전생에 차갑기만 하던 황숙이 매일 곁에 나타나면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무공에 의술에 독까지 능통한 소가연에게 숨겨진 비밀이 점점 궁금해진 것이다. “내 왕비가 되어줄 수 있겠느냐?”
“야, 살살 좀. 이래다 저 여자 깨면 어떻게?” 문수아는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을 느끼며 호텔의 한 객실 침대에 누워 있었고 온몸이 불에 타는 듯 뜨거웠다. 겨우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눈 앞의 펼쳐진 기막힌 광경에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새엄마가 지금 그녀의 남자친구와 뜨겁게 딥키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더 깊이 나아가며 문수아에 대한 음모를 크게 논의하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고 문수아는 정신을 차리려고 했고 온 힘을 다하여 창문을 뛰어넘었다. 그리고 옆방으로 천천히 이동하던 중 누군가의 힘에 끌려 한 남자의 품에 들어갔다. 약 기운에 그녀는 남자와 밤을 보내게 되었고 다음날에 5만원 두장만 남기고 도망갔다. 문수아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새엄마 음모에 반격하려 결심했다. 그녀는 애인을 구한다는 정보를 올렸고 딱마침 그 포스팅을 한도진이 보게 되었다. 문수아는 한도진과 서로 도와주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이 남자 생각보다 매력적인 것 같은데? “이쪽부터 저쪽까지 다 포장해주세요.” 뭐지, 이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는? 나중에서야 문수아는 한도진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잠깐, 그럼 그날 밤 그 남자도 당신이란 말이야?” 한도진은 문수아의 놀란 반응에 입꼬리만 살짝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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